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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제맥주 탐방 <8> ㈜부산맥주

활기찬 ‘자갈치’ 넉넉한 ‘낙동강’…이름에 딱 맞는 맥주맛 살렸죠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2020.08.05 18:53
- 주요 명소와 어울리는 상상의 맛
- 독일 양조기술자 조언 구해 구현
- 부산과 창원지역 10곳에 납품
- 배내골 약수로 만든 제품도 계획
- “K-맥주 문화 만드는 노력 필요”

금정산 등산의 난이도를 맥주로 표현한다면? 북적거리는 자갈치시장을 맥주에 담는다면?
㈜부산맥주 이승봉 대표가 최근 이전한 경남 양산 어곡동의 양조장에서 양조 중인 맥주의 품질을 확인하고 있다.
수제맥주는 맛을 그리는 양조사의 상상력과 고도의 양조 기술이 뒷받침돼 탄생한다. 물 맥아(보리) 홉 효모로 완성되는 수제맥주의 맛 종류가 무한대라면, 양조사가 상상하던 맛이 맥주에 구현되는 일은 예술의 경지에 가깝다. 여기에 더해서, 맛있는 맥주를 같은 품질로 꾸준히 양조해내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불완전한 상상력을 현실의 맥주로 만들어내기를 포기하지 않는 일. ㈜부산맥주 이승봉 대표는 그래서 수제맥주를 ‘불완전에 대한 비타협’이라고 정의 내렸다.

■부산 특색 녹인 맥주

부산맥주의 모태는 2004년 동래구 사직동에 문을 연 ‘리치브로이’다. 그 당시 지역에 자리 잡은 크고 작은 양조장만 10곳이 넘었다. 하지만 수년도 못 버티고 대부분이 사라졌다. 수제맥주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훨씬 낮은 상태에서 수익을 내는 일은 무척 어려웠다.

이 대표는 몸으로 부딪치며 맥주 만드는 법을 완성해 나갔다. 그는 리치브로이와 바우젠브로이, 보보스브루이 등을 거쳐 지난해 부산맥주로 상호를 변경했다.

최근에는 경남 양산시 어곡동으로 양조장을 이전했다. 매장 운영 대신 본격적인 맥주 공급을 위해서다. 현재 부산과 창원 등 10곳과 계약을 맺고 부산맥주를 납품한다.

스스로 양조법을 연구했기 때문에 초기에는 실패가 많았다. 특히 맥주의 맛과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이 어려웠다. 해결책을 찾던 이 대표는 독일 베를린 맥주양조 연구소(VLB) 관계자들이 내한했을 때 양조장으로 초대해 양조에 관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부산맥주는 현재 부산IPA, 낙동강 페일에일, 오륙도 페일라거, 자갈치 휘트비어 등의 맥주를 만든다. 맥주의 이름에는 모두 부산의 지명을 붙였다. 맥주마다 맛 설명도 남다르다. 이를테면 낙동강 페일에일은 ‘다 품고 돌아가는 맛’, 자갈치 휘트비어는 ‘복작복작 사람 사는 맛’이란 설명을 달았다. 해당 맥주를 만들 때 이 대표가 상상한 맛을 반영한 문구다. 그는 “양조는 어떤 맛의 수제맥주를 만들지 상상하는 일이 먼저다. 상상한 맛과 이야기를 입혀 부산의 이야기가 담긴 한 잔의 맥주를 내놓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그의 상상력은 양조장 인근에 있는 배내골로 뻗어갔다. 배내골 약수를 먹으려고 전국에서 관광객이 찾아오는 것에 착안해, 이곳 약수로 만든 맥주를 곧 출시할 계획이다.

■부산만의 맥주 문화 자리 잡았으면

20년 가까이 수제맥주 시장에 몸담은 이 대표는 “지금이 업계 환경을 바꾸기 좋은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세법도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바뀌었고, 수제맥주를 즐기는 사람도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까지 맥주는 가격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는 종가세를 적용받았다. 이 경우 맥주 1㎘당 제조원가의 72%를 세금으로 내야 했다. 제조원가에는 재료비를 포함해 판매 관리비, 이윤 등이 모두 포함된다. 교육세(최대 30%)와 부가가치세(10%) 등을 포함하면 세금은 더 늘어난다. 이 때문에 소규모 양조장에서 제조원가가 높은 수제맥주로 수익을 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세법 개정안을 통해 지난 1월 1일부터 ℓ당 830.3원의 세금이 동일하게 적용되며 세금이 비교적 적은 수입맥주와 비교해 국내 수제맥주도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그렇다면 수제맥주 시장에 숨통이 트였을까. 이 대표는 “캔맥주 등을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높일 가능성이 조금 더 커졌을 뿐 실제 소규모 브루어리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제맥주 종사자끼리 모여 머리를 맞댈 일이 많아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수제맥주의 한국화 바람도 전했다. 그는 “해외 양조장 문화를 답습하기보다는 한국, 부산만의 수제맥주 문화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시 차원의 폭넓은 지원과 각 양조장의 변화 노력 등이 모두 뒷받침된다면 수제맥주 시장이 탄력을 받아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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