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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전통주 양조장 <5> 남구 연효재

부산 와야 맛보는 수제 막걸리 4종 … ‘주막 문화’ 부활 이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2019.09.18 18:50
- 농식품부 우리술 훈련기관 지정
- 부산막걸리학교 김단아 대표
- 일일 강좌부터 창업반까지 운영
- 전통 발효문화 전파에 10년 정성

- 열대과일 맛·향 ‘오륙도 막걸리’
- 무슬림도 찾는 무알코올 ‘영도’
- 스파클링 막걸리 ‘부산하와이’
- 밥알 동동 뜨는 ‘동래원주’ 등
- 지난달 수제 막걸리 브랜드 출시

- ‘부산외엔 유통 않는다’가 철칙
- 연효재 오면 안주와 즐길 수 있어

막걸리 선생님이 만든 막걸리는 어떤 맛일까. 10년 동안 우리 술 만드는 법을 가르치다 기어이 수제 막걸리 브랜드까지 출시한 이가 있다. 부산 남구 문현동 발효문화학교 연효재 김단아(50) 대표다.
부산 남구 문현동 연효재 양조장 김단아 대표가 지난 달 출시한 막걸리 3종을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부산 하와이 막걸리’ ‘동래원주’ ‘오륙도 막걸리’. 흔히 보는 막걸리 용기가 아닌 맥주 캔을 닮은 용기가 이색적이다. 김성효 전문기자
연효재는 우리나라의 전통 발효문화를 전파하는 공간이다. 특히 연효재 부산막걸리학교를 통해 막걸리의 역사·문화를 살피고 막걸리 빚는 법, 누룩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강좌를 운영한다. 일일 클래스로 참여할 수도 있고 주 1회씩 10강으로 이루어진 정규수업, 더 심화한 커리큘럼으로 진행하는 창업반도 들을 수 있다. 막걸리 제조에 관심 있는 내국인부터 크루즈 여행 온 외국인까지 한 해 부산막걸리학교를 다녀가는 사람은 약 1000명에 이른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연효재는 2013년 한국관광공사 창조관광벤처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았고, 2015년 농림수산식품부 우리 술 훈련기관 11호로 지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벤처기업, 부산시 사회적기업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지난 8월 15일 연효재 양조장에서 만든 수제 막걸리 4종을 세상에 내놓았다. ‘오륙도 막걸리’ ‘부산하와이 막걸리’ ‘동래원주’ ‘영도’다.

연효재 양조장 2층에 있는 한식주점.
김 대표는 “옛날에는 고을마다 주막이 있어 각기 다른 술맛을 냈다. 지금은 주막문화가 사라졌다. 수제 맥줏집은 곳곳에 있지만 직접 만든 전통주와 그 술에 어울리는 음식을 판매하는 주막은 찾아보기 힘들다. 동네마다 각기 다른 전통술과 음식을 맛볼 수 있었던 주막문화가 부활하기를 꿈꾼다. 부활의 신호탄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또 “연효재가 있는 남구는 부산 어떤 곳보다 아름다운데 관광지로는 해운대나 원도심에 다소 밀린다. 부산을 닮고 부산을 대표하는 술을 파는 동네 주막이 남구를 찾는 하나의 이유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때문에 연효재 양조장에서 만든 술은 부산 밖으로 유통하지 않을 계획이다. 연효재에 오거나 부산에 와야만 맛볼 수 있는 술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전략이다.

아담한 규모의 연효재 양조장.
부산 남구의 상징 오륙도에서 이름을 따온 오륙도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 5~6%로 5~6도의 저온에서 숙성해 청량감이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 제조 기간은 약 3주다. 김 대표는 “살짝 익은 김치가 가장 맛있듯 막걸리의 식감과 맛이 가장 좋은 때는 살짝 숙성된 3주쯤”이라고 했다.

오륙도 막걸리를 마시면 멜론이나 바나나 같은 열대과일 맛과 향이 난다. 혹시 감미료를 넣었나 싶었는데 어떤 감미료도 추가하지 않고 오직 국내산 쌀, 누룩만 쓰는 전통방식 그대로 만든다고 한다. 비결은 토종 앉은뱅이 밀로 만든 누룩과 발효·숙성 노하우다. 김 대표는 “(저가 막걸리 제조에 쓰는) 입국은 단일 균이지만 토종 앉은뱅이 누룩에는 100개가 넘는 균이 있어 발효·숙성 방법에 따라 1만 가지가 넘는 맛과 향이 난다. 비싼 데다 온도나 환경이 조금만 달라져도 어디로 튈지 몰라 만들기 어렵지만 쌀과 전통 누룩이 만나면 다채로운 향을 내기에 매력적이다. 지금은 열대과일 향이 나지만 온도가 좀 올라가면 블루치즈 향이 난다”고 했다.

동래원주는 지금은 사라진 동래 동동주를 복원한 술로 밥알이 동동 떠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부산하와이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 3%로 탄산이 많이 함유돼 가벼운 맥주를 마시는 느낌이다. 스파클링 막걸리라고도 부른다. 영도는 무알코올 막걸리로 알코올은 없지만 쌀이 숙성돼 나오는 영양분이 풍부하다. 술을 마시지 않는 무슬림들이 좋아한다.

한식주점의 대표 메뉴 ‘소라&문어 해초삼합’.
많이 달지 않은 맛은 연효재 막걸리의 공통점이다. 김 대표는 이를 “조화와 배려”라고 했다. 술이 달아 음식 맛을 해치면 안 되고, 반대로 술과 함께 내는 음식이 자극적이어서 술맛을 해쳐도 안 된다는 것이다. 연효재 건물 2층에는 한식주점이 있어 연효재 막걸리와 가장 어울리는 안주를 함께 맛볼 수 있다.

연효재 막걸리의 시중 유통 가격과 연효재 식당에서 마시는 가격은 다르다. 대략 5000원에서 1만 원 선이다. ‘막걸리치고 비싸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김 대표는 “와인이 몇천 원부터 몇십 만 원까지 다양하듯 막걸리도 만드는 재료와 과정, 노하우에 따라 가격이 다를 수 있다는 걸 소비자가 알아주셨으면 한다. 소비자의 이해가 바탕이 돼야 수제 전통주 창업이 활성화해 옛 주막문화가 살아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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