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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식 장어덮밥, 4등분 나눠 먹으니 맛·스테미너가 4배

히츠마부시 맛집, 해운대 ‘해목’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2019.06.12 18:55
- 3미짜리 민물 풍천장어만 고집
- 숯불에 소스 발라 불향 매력적
- 쌀 수분 함량 유지해 밥맛 자부

- 나무 주걱으로 1/4씩 퍼 옮겨
- 장어·소스맛 그대로 느끼거나
- 실파·김·고추냉이와 비벼서
- 육수에 오차즈케처럼 말아서
- 셋 중 맘에 드는 방식으로 즐겨
- 가격 부담 줄인 바다장어 덮밥
- 여름철 ‘사케동’ ‘텐동’도 별식

‘히츠마부시’는 일본 나고야식 장어덮밥 요리다. 밥 위에 잘게 썬 민물장어를 올린 모양이다. 민물장어가 비싸 평소에 쉽게 먹을 수 없기에 일본에서도 귀한 날 먹는 별식으로 통한다. 스테미너에 좋은 장어가 듬뿍 들어가 몸이 허할 때 먹는 ‘보양식’으로도 인기가 높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해목’의 대표 메뉴인 나고야식 장어덮밥 ‘히츠마부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근처에 나고야 사람도 인정한 히츠마부시 맛집이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해운대역에서 해운대해수욕장으로 연결된 구남로 한가운데 있는 ‘해목(051-746-3730)’이다. 해목은 2017년 7월 문을 열었다. 지금은 주말이면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해운대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해목의 맛을 책임지는 이는 박민욱(38) 셰프다. 일본 핫토리요리전문학교에서 유학한 박 셰프는 “도쿄식 장어덮밥은 찌면서 소스를 발라 촉촉한 느낌이라면 나고야식은 숯불에 구우면서 소스를 발라 불향이 매력적이다. 유학할 때 먹어보고 반해서 일본보다 더 맛있는 히츠마부시를 한국에서 선보이겠다고 결심했다. 해목에 다녀간 나고야 관광객이 나고야보다 더 맛있다고 칭찬해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한 것 같다”고 웃었다.

해목의 히츠마부시는 적당한 기름과 탄력 있는 육즙을 자랑하는 풍천장어만 사용한다. 여기에 각종 한약재와 과일, 채소, 고급 저염간장 등 23가지 재료로 6개월 이상 숙성한 특제 소스를 발라 맛을 더한다. 다소 기름질 수 있는 민물장어의 맛을 담백하고 짭조름하게 잡아주는 특제소스는 개업하기 전, 메뉴 개발 단계 때 만든 것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이 소스는 우리나라 씨간장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을 낸다.

장어의 크기는 3미(1㎏에 3마리)짜리만 고집한다. 식당에서 흔히 쓰는 4미짜리 보다 살이 도톰해 씹는 맛이 있다. 까다로운 기준으로 장어를 선별하기 때문에 재료가 다 떨어져 영업을 빨리 마치는 날도 있다.

장어덮밥의 한 축이 장어라면 한 축은 밥이다. 해목은 최고의 밥맛을 항상 구현하기 위해 밥을 짓기 전 쌀이 머금고 있는 수분 함량을 체크해 일정하게 유지한다. 차지면서 윤기 있는 밥과 불향 가득한 장어구이의 조합이 축축 처지는 여름, 도망간 입맛까지 잡아 올 것 같다.

나고야식 장어덮밥은 먹는 방법이 재미있다. 하나의 음식을 네 가지 방식으로 먹도록 안내한다.

둥근 그릇에 담긴 히츠마부시를 받으면 먼저 주걱으로 사 등분한다. 4분의 1은 있는 그대로 그릇에 담아 먹고, 다음 4분의 1에는 실파 김가루 고추냉이를 넣어 비벼 먹는다. 세 번째 4분의 1에는 작은 도자기 병에 담긴 육수(오차즈케)를 부어 말아 먹는다. 나머지 4분의 1은 세 가지 방식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먹는다. 손님의 취향이 제각각이지만 감칠맛 나는 육수에 밥을 말아 장어를 얹어 먹는 방식이 가장 이색적이고 맛있어 인기가 많다. 오차즈케는 녹차에 밥을 말아 먹는 일본요리를 뜻하는데, 해목은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해 현미와 장어 우린 육수를 사용해 더욱 특별하다.

민물장어를 사용한 히츠마부시는 3만4000원으로 다소 부담되는 가격이다. 이에 해목은 바다장어(붕장어)를 사용한 히츠마부시를 개발해 2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연어덮밥인 ‘사케동’.
여러 명이 함께 갔다면 연어덮밥인 ‘사케동(1만5000원)’도 주문해 함께 맛보길 추천한다. 사케동에 올라간 연어는 냉동 연어가 아닌 노르웨이산 생연어다. 매일 생연어를 공급받아 일본 전통방식인 다시마 염장법으로 6시간 숙성해 사용한다. 흔히 먹는 냉동연어보다 살이 두껍고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밥에는 연어와 잘 어울리는 양파와 새콤한 소스가 발려 있다. 밥 위에 연어를 올리고 간장소스 혹은 사과마요네즈소스를 발라 먹으면 히츠마부시 못지 않게 입맛을 돋운다.

튀김덮밥인 ‘텐동’.
여름철엔 튀김덮밥인 ‘텐동(1만5000원)’도 좋은 선택이다. 초여름 해목의 테라스 자리에 앉아 바삭한 튀김과 시원한 생맥주를 함께 먹으면 더없이 좋은 식사 시간이 될 듯했다. 튀김에는 짭조름한 소스가 발려져 있지만 눅눅하지 않다. 밥에는 튀김 소스보다 염도가 낮은 소스를 뿌렸다. 끝까지 짜지 않게, 바삭하게 먹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준비했다. 튀김이 좀 질린다면 향긋한 유자 소스로 입가심을 하면 된다.

박 셰프는 “해운대를 대표하는 맛집으로 성장해 100년 가는 식당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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