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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여행 탐구생활 <18> 영도 깡깡이마을

깡깡이유람선·다방서 쌍화차 … 그 시절 감성 물씬 ‘복고 여행’ 어때
글·사진=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2019.05.22 18:59
- 영도 대평동 수리조선소 일대
- 배 수리 망치 소리 들려 ‘깡깡이’
- 역동적인 삶의 현장 고스란히
- 마을 곳곳 예술작품도 조성돼

- 130여년 영도~자갈치 오간
- 옛 영도 도선 복원해 운항 중
- 1968년부터 영업 중인 양다방
- 드라마 ‘라이프 오브 마스’ 찍어

‘깡, 깡, 깡’. 부산 영도대교를 건너면 바로 만나는 영도 대평동에는 육중한 물체가 금속에 부딪히는 소리가 수시로 들린다. 19세기 말 우리나라 최초로 근대 조선소가 세워진 대평동에는 녹슨 배의 표면을 벗겨내는 망치질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 소리에서 유래해 대평동 일대에는 ‘깡깡이마을’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부산 영도구 깡깡이안내센터에서 출발해 20분간 남항 일대를 둘러보는 ‘깡깡이유람선’.
8개 수리조선소를 비롯해 260여 개 선박 관련 공장과 부품업체가 혼재한 깡깡이마을이 부산의 이색적인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깡깡이마을에 오면 부산의 오래된 산업 현장과 소리·빛·바람·색채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한 예술작품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수년 동안 ‘공공예술프로젝트’를 통해 마을에 꼭 필요한 벤치, 가로등, 공원 등 편의시설이 예술가의 창의적인 발상을 거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깡깡이마을은 장년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레트로(복고풍)’를 찾는 젊은 층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여행의 출발은 ‘깡깡이안내센터’

독일 작가의 그래피티 작품 ‘Mother of Everyone’. 깡깡이마을 어머니를 소재로 삼았다.
깡깡이마을에 처음 발을 디디면 어디에서부터 무엇을 봐야 할지 막막할 수 있다. 그럴 땐 일단 ‘깡깡이안내센터’로 가보자. 마을 지도와 정보가 담긴 리플릿을 구할 수 있고, 상주하는 직원에게 여행 팁도 얻을 수 있다. 깡깡이안내센터 바로 뒤쪽에는 ‘신비한 선박체험관’이 있다. 예술가들의 상상력이 더해진 선박 체험공간이다. 무료라서 더욱더 알차다.

깡깡이마을에는 ‘공공예술프로젝트’를 통해 33개 예술작품이 조성됐다. 안내센터에서 배포하는 리플릿에 예술작품 위치가 자세히 나와 있다. 국내외 작가가 남긴 예술작품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깡깡이마을 역사를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된다. 구름 모양 가로등과 총천연색 벽화 등은 ‘인생샷’ 배경으로 손색이 없다.

마을을 헤매느라 지쳤다면 ‘깡깡이생활문화센터’에 들러보자. 대평동마을회에서 직접 운영하는 커피숍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쉬어갈 수 있다. 깡깡이마을의 각종 기념품과 책도 판매한다. 건물 2층에는 ‘깡깡이마을박물관’이 있다. 뱃전이나 탱크에 붙은 녹을 떼어내던 ‘깡깡이 아지매’가 선체에 매달리기 위해 이용했던 나무 널판과 배 수리에 썼던 공구를 비롯해 마을 곳곳에서 나는 소리를 선택해 들을 수 있는 ‘사운드 오브 어스’ 작품이 있다.

풍부한 해설과 함께 마을 투어를 하고 싶다면 한 시간짜리 정기투어를 신청하면 된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2시 안내센터에서 출발한다. 예약하거나 당일 현장에서 접수하면 된다. 음료 한 잔을 포함해 6000원. (051)418-3336

깡깡이유람선에서 본 깡깡이마을 수리조선소의 작업 현장.
■배에서 본 남항 ‘깡깡이유람선’

깡깡이마을을 체험할 재미난 요소가 하나 더 생겼다. 130여 년 동안 영도와 자갈치를 잇던 옛 영도 도선에서 영감을 받아 ‘깡깡이유람선’이 출항했다. 깡깡이안내센터에서 출발해 약 20분 동안 남항 일대를 관람할 수 있다.

깡깡이유람선 출항식이 열린 지난 17일 오후 직접 배를 타봤다. 유람선은 정원이 34명인 13t 규모로 아담하다. 태국 출신 그래픽 디자이너 루킷 쿠안화테의 손을 거쳐 탄생한 알록달록한 외관이 시선을 끈다. 출발하자마자 근현대사의 애환이 서린 영도다리가 눈앞에 보인다.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 자갈치시장을 바다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신선했다. 부산공동어시장 앞에 대형 어선이 줄지어 정박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유람선에서 해설을 듣고서야 파란색 선박은 고등어 선망, 전구를 매단 어선은 오징어를 잡는 트롤선이란 걸 알게 됐다. 곧이어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8개 수리조선소가 보인다. 배를 육지에 올려놓고 작업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 아쉬웠지만 원도심의 바다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한 시도가 신선했다. 유람선은 토·일요일 오후 1, 2, 3시에 출발한다. 요금은 6000원이다. 마을투어까지 신청하면 두 프로그램을 합해 1만 원으로 할인해준다.

■레트로의 성지 ‘양다방’

대학생들이 깡깡이마을에 있는 양다방에서 쌍화차를 주문한 뒤 신기한 듯 보고 있다.
깡깡이마을에 있는 ‘양다방’은 부산지역 레트로의 아이콘이다. 현대에 와서 복고풍으로 꾸민 것이 아니라 1968년 개업 당시의 인테리어가 고스란히 남았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나무 테이블과 황톳빛 소파, 분홍색 꽃무늬 벽지, 파란색 공중전화, 도자기와 병풍, 1972년도 달력 등 시간이 멈춘 것 같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양다방의 쌍화차.
양다방에는 ‘다방문화’를 체험하고 싶어 하는 젊은 층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오랜 고객인 선원들의 ‘사랑방’이기도 하다. 양다방의 메뉴는 칡즙 생강차 쌍화차 생과일주스 유자차 대추자 마즙 커피 등으로 일반 커피숍과는 차이가 있다. 최고 인기 메뉴는 견과류와 달걀 노른자를 띄운 쌍화차(7000원)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쌍화차를 마실 수 있다는 호기심에 젊은 층도 커피보다 쌍화차를 선호한다.

쌍화차는 이미애 사장이 양은냄비에 물을 끓여 정성껏 만든다. 이 사장은 “쌍화차를 마시러 전국에서 찾아온다. 일부러 여기까지 와주는 관광객들이 고마워 평소보다 더 진하게 타준다”고 했다.


※ 알아두세요

깡깡이마을은 쾌적한 관광지가 아니다. 수리조선소와 공장에서 매캐한 냄새와 분진이 흘러나온다. 처음 간 사람이라면 코와 목이 답답하다고 느낄 수 있다. 역동적인 부산의 삶과 산업 현장을 만나려면 감수해야 하는 환경이다. 조선소나 작업장 내부 촬영은 삼가야 한다. 그곳이 한 사람의 ‘직장’임을 잊지 말자. 공영주차장이 없고 작은 규모의 사설 주차장만 있으니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좋다.

글·사진=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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