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고 어두운 장소서 45일간 촬영
- 두개의 세트장서 연기 주고 받아
- 초긴장 상태로 날 것 그대로 표현
- 열정·감정 지닌 협상가 모습 그려

충무로 대표 여배우 손예진이 우리나라 처음으로 협상가를 전면에 내세운 범죄 오락영화 ‘협상’(개봉 19일)으로 찾아온다. ‘협상’은 태국 방콕에서 인질극을 펼치는 민태구(현빈)를 멈추기 위해 위기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이 일생일대의 협상을 시작하는 영화로, 손예진은 지방경찰청 위기 협상팀 소속 협상전문가 하채윤 역을 맡아 인질범 현빈과 멋진 케미를 보여준다. 제작자인 윤제균 감독은 “두 배우의 폭발적인 연기 시너지는 놀라움의 연속”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영화 ‘협상’에서 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 소속 협상전문가 하채윤 역을 맡은 손예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14일 설레는 마음으로 ‘협상’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손예진과 만나 한국영화 최초의 협상가 캐릭터에 도전한 손예진을 만났다.

-2003년 개봉한 ‘클래식’에 나온 손예진, 조승우(‘명당’), 조인성(‘안시성’)이 한가위 시즌에 경쟁한다.

▶많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이렇게 세 작품이 함께 개봉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모두 최선을 다해 열심히 만들었고, 연기했을 텐데, 세 편 모두 잘 됐으면 한다.

-‘협상’을 보면서 하채윤 캐릭터가 새롭게 다가왔다. 정형화된 협상가가 아닌 열정과 감정을 지닌 모습이어서 감정이입이 쉬웠다.

▶처음 본 시나리오에서 하채윤은 정의만 부르짖는 인물이었는데, 조금씩 수정되면서 지금 모습이 됐다. 말씀대로 정형화된 협상가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데, 인간적인 모습의 협상가를 보이고 싶었다. 실제로 유능한 협상가는 범죄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정서적 공감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 정의감과 사명감만으로 사건에 뛰어드는 모습은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영화는 강화유리 벽의 상황실의 하채윤과 인질 창고에 있는 민태구의 협상이 실시간처럼 진행된다. 닫힌 공간에서 촬영해 답답했다고 들었다.

▶작은 세트와 모니터가 있는 어두운 장소에서 45일 정도 촬영했다. 게다가 아래층에 인질 창고 세트를 만들어 이원 촬영이라는 생소한 촬영방법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다. 자고 일어나 촬영장에 가면 ‘또 이곳에 왔군.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또 ‘협상’은 12시간 안에 일어나는 일이라 똑같은 감정을 45일간 유지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점심시간이 유일하게 바깥 공기를 쐬는 시간이었다.

-한 건물에 두 세트를 짓고, 함께 촬영했다는 건가? 대개 따로따로 촬영해 편집을 해서 붙이는데.

인질범 민태구(현빈)를 멈추기 위해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이 일생일대의 협상을 하는 영화 ‘협상’.

▶맞다. 현빈과 층만 다른 세트장에서 똑같이 준비를 끝내고 ‘레디 액션’을 같이 했다. 그래야 날 것 그대로 표정이 나올 수 있다 해서 촬영했는데, ‘협상’을 제작한 윤제균 감독님의 ‘국제시장’에서 한 장면을 이렇게 촬영했다 하더라. 우리는 대부분 영화를 이원 촬영으로 했기에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현빈 씨와 제가 주고받는 장면이 정말 리얼하고 생동감 있게 보이더라.

-그러면 현빈과 리허설도 많이 했나?

▶아니다. 리허설을 하지 않았다. 촬영 순간 초집중해서 나오는 감정이 중요해 먼저 해버리면 재미가 없어질 것 같았다. 하채윤은 민태구의 말과 행동에 반응하는 인물이라 더욱 리허설을 안 했다. 현빈이 어떤 식으로 연기할지 몰라 초긴장 상태로 연기했다. 모니터 속 현빈을 보며 연기했는데, 그걸 스크린으로 보니 현빈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준비를 했는지 디테일이 보이더라. 현빈이 악역인 민태구 역을 맡아줘 전체적인 영화의 그림이 달라졌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