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단원 대부분 10대때 시작
- 독서하고 청렴서약서 작성하며
- 천천히 옳다고 믿는것 따라 노력
- 홍길동·데미안 등 고전 무대화
- 22일까지 소통극 라이크미 공연

“‘고춧가루부대’는 세상 편견에 매콤하고 칼칼한 고춧가루를 뿌리자고 지은 이름이에요. 날선 반항기, 남다른 개성으로 똘똘 뭉친 모습 떠올리시겠지만, 완전히 반대예요. 꾸준히 책을 읽고, 극단 내 자기 역할에 충실하고, 부모님과 어른에게 예의를 지켜야 하고, 배우나 연극 강사로서 청렴서약서도 써요. 지키지 않는 건 퇴단 사유가 될 수 있어요. 너무 갑갑하고 촌스럽나요? 빠르게, 때로는 편법도 필요한 속도와 분위기를 거부하고 싶었어요. 천천히 옳다고 믿는 것을 따르며 가는 것이 우리가 선택한 저항 방식이죠 하하”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액터스소극장에서 열리는 고춧가루부대의 ‘라이크 미’ 연습 장면. 고춧가루부대 제공

교육극단 ‘고춧가루부대’ 안준영 대표의 말이다. 여러 모로 일반 극단과 좀 다르다. 교육극단을 표방한 것, 대표를 제외한 단원 모두 20대인 것, 연간 공연이 20회를 넘어가는 것, 고전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것까지. 살펴보면 이들 차이는 ‘공부’를 위해 생겨났다. 작품 발표보다는 연극을 매개로 함께 성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고춧가루부대는 2012년 7월 안 대표를 포함한 젊은 연극인 3명이 창단했다. 어린이 극단 수업, 대안학교 강의 등 연극을 통해 청소년과 교류한 경험이 많던 안 대표가 연극인을 꿈꾸던 10대 청소년들과 함께 ‘두둥’이라는 모임을 결성하며 시작되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해나갈수록 미래와 가능성을 발견했다. 안 대표는 “오래 전부터 연극의 힘을 경험했다. 작품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나와 친구들 모두 성장했다. 어느 새 청소년 단원도 성인이 돼 외부에서 배우나 연극 강사로 활동하지만 고춧가루부대를 통해 공부를 이어가기로 했다”며 “연극의 힘을 전파할 수 있는 많은 곳에 ‘침투’하고 싶다. 기회가 되면 활력을 잃은 시골 공동체에 들어가 연극으로 어우러지며 마을 재생에 기여하려는 목표도 있다”고 덧붙였다.그러다보니 공연 레퍼토리는 자연스럽게 고전이 됐다. 데미안, 죽은 시인의 사회, 심청, 홍길동, 로미오와 줄리엣 등을 쉼 없이 무대에 올린다. 물론 일상 속 찰나의 고민이나 관심 있는 주제를 극으로 만드는 작업도 포함한다. 지난 5월에 올린 ‘왕자와 거지’나 ‘샘이 마르면 떠난다’ 등은 곁에서 찾은 평범한 이야기를 특별한 의미를 담아 만들었다.

공연‘브레멘 음악대’ 중 한 장면.

뜻을 공유하는 단원들은 지역 곳곳에서 일종의 ‘독립’ 공연과 교류도 한다. 일부 단원은 다음 달 15일 충남 금산의 청년커뮤니티에서 지역 대안학교 졸업생들과 공연을 올린다. 광복절에 맞춰 만든 ‘해방’이란 작품으로 일제시대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그렸다.

이번 공연은 단원 2명이 극단 내에서 따로 결성한 ‘우분트’의 ‘라이크 미’이다. 성장통으로 고민하는 두 청춘의 일상을 통해 사람간의 소통을 그렸다. 희곡을 쓴 안 대표는 “놓칠 수 있는 일상의 단면을 ‘오래보기’하며 위로하려 했다”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오는 19~22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액터스소극장에서 5차례 열린다.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3시 7시, 일요일 오후 3시. 균일 1만5000원. 010-5060-2788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