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잃고 조직서 버림 받는
- 선·악이 공존하는 인물 연기
- 조진웅·고 김주혁 선배와 호흡
- 앞으로 멋을 아는 배우 되고파

지금 충무로는 류준열이 대세다. 지난해 ‘더킹’, ‘택시운전사’, ‘침묵’에 이어 올해 ‘리틀 포레스트’, 그리고 지난 22일 개봉한 ‘독전’까지 1년5개월 사이에 무려 5편의 주연 영화가 개봉했고, ‘돈’은 개봉 예정, ‘뺑반’은 촬영에 들어갔다. 여러 편에 출연했지만 모두 다른 내용과 캐릭터의 영화이기 때문에 그의 팬들은 즐겁기만 하다.

영화 ‘독전’에서 유령 마약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은 조직원 락 역을 맡은 류준열. NEW 제공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형사 원호(조진웅)와 버림받은 조직원 락(류준열) 등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이다. 조진웅과 호흡을 맞춘 ‘독전’에서 류준열은 마약 제조 공장에 의문의 폭발사고가 발생하면서 엄마를 잃고 조직에게 버림받은 락 역을 맡아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물을 존재감 있게 표현했다.

현재 조정석, 공효진, 엄정아와 함께 ‘뺑반’을 촬영 중인 류준열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 영화 속 무표정한 모습과 달리 물오른 외모(?)와 쾌활한 모습으로 매력을 발산했다.

-‘더킹’부터 ‘독전’까지 충무로에서 열일하는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쉬지 않고 촬영하는 것이 힘들지 않은가?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형사 원호와 락(류준열)이 펼치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 영화 ‘독전’. NEW 제공

▶반대로 다행히 찾아주셔서 일자리가 끊기지 않고 있다. 솔직히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있는데, 심리적으로는 지치거나 의욕이 떨어지진 않는다. 촬영장에 가면 즐겁다. ‘응답하라 1988’, ‘운빨로맨스’ 등의 드라마를 하면서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심지어 일주일간 몇 시간 못 자고 촬영한 적도 있다.

-너무 자주 나와서 류준열이라는 배우의 이미지 소비가 빠르다는 생각은 안 하는가?

▶데뷔한 지 오래된 것은 아니라서 그런 부담은 못 느끼고 있다. 그래도 출연한 영화의 캐릭터들이 다 달라서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독전’도 이전 영화들과는 다른 지점이 있어서 많이 배우고 재미있게 했다.

-‘독전’의 시나리오를 읽고 어떤 점이 다르다고 느꼈나?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대사가 많이 없고, 감정 표현을 안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락이라는 인물을 준비하면서 무표정하게 있으면 아무 것 안 하는 인형 같아 보일까봐 걱정을 했다. 1, 2회차 촬영을 마치고 이해영 감독님이 “그동안의 연기와 다른 지점을 꺼내보자”고 하더라. 그 뒤로 걱정을 접고 제 감정에 충실한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감정에 충실하고 본능에 충실할 때 OK 컷이 나고, 집중력이 떨어지면 여지없이 NG가 나더라.

-이전 영화들에서는 전체 배우들과 조화를 이루는 연기를 했기 때문에 ‘배우 류준열’이 도드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독전’에서는 과묵하면서도 영화의 키를 쥔 캐릭터 특성 때문에 존재감이 대단했다. ▶영화하면서 모두에게 자기 몫이 있다고 생각한다. 크고 작은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시나리오 보고 연기를 준비할 때 우선 내 몫만 본다. 영화라는 작업이 공동작업이지 않은가. 감독, 배우, 스태프들 모두 각자 제 몫을 잘하면 좋은 영화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독전’도 그 몫에 대한 집중을 했고, 잘 채워진 듯하다.

-락은 형사 원호와 함께 유령 마약 조직 보스 이 선생을 추적한다. 원호 역의 조진웅 씨와 거의 함께 호흡을 맞췄는데, 호흡은 어땠나?

▶앞서 최민식, 송강호 선배님과 작업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어려워했다. 그 분들은 저를 어렵게 대하지 않았지만 대선배님이기에 스스로 부담을 느낀 것이다. 그래도 두 분과 함께 하면서 그런 부담을 조금씩 허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조진웅 선배님과 작업하면서 아주 편했다. 동갑내기 배우들끼리도 서로의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하는데, 이번에는 장면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연기적인 부분을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면 조 선배님이 따뜻하게 받아주셨고, 신뢰를 갖게 됐다. 촬영 중반부터는 “컷” 소리가 나고 조 선배님이 고개를 끄덕이면 ‘이번 컷은 OK구나’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실제로 이 감독님도 “OK”를 외치시더라.

-고(故) 김주혁 씨가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 역을 맡아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를 보면서 세상을 일찍 떠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함께 연기하면서 어떤 배우라고 느꼈는가?

▶김 선배님은 한 시퀀스에 등장하셔서 에피소드가 많진 않다. 말수가 적으셨지만 소소한 농담을 건네시면서 따뜻하게 대해 주셨다. 작품을 임하는 태도가 남달랐다는 것은 분명히 느꼈다. 진하림이라는 인물은 식상하게 보일 수 있는 인물이다. 리딩 때 드라이하게 대본을 읽으시길래 어떤 진하림을 보여주시려고 그러나 했다. 그런데 촬영에 들어갔을 때 첫 대사 “너네 누구냐”를 하시는데 ‘이런 준비를 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류준열이 되고 싶은 배우는 어떤 모습인가?

▶인터뷰 초반에 ‘잘생김’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잘생김보다는 멋을 아는 배우가 되고 싶다. 멋이라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멋은 남녀 모두에게 쓸 수 있고, 겉모습, 성격, 인격이 다 어우러졌을 때 쓸 수 있는 것 같다.

-환경운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그 모습이 ‘멋’있다.

▶환경에 관심이 있어서 하는 것이고, 제가 좋아서 하는 것이다. 그러면 좋은 사람이 돼가고 있는 것 같고, 마음이 편하다. 팬들께 선한 영향을 끼쳐서 기부도 하고 운동에 동참해주시는데, 그러다보니 책임감이 생기기도 한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