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탠드업 패들보드·카약과 달리
- 기술 필요한 고급버전 딩기요트
- 동력 없이 바람으로 움직이는 구조

- 방향따라 자리 바꿔야하는 태킹
- 막상 물에 떠있으니 중심 안 잡혀
- 손발 따로 놀며 배 뒤집히기도

- 갈수록 재미 붙인 해양스포츠 체험
- 올여름 어느 것이든 시작해보길

앞서 체험한 스탠드업 패들보드(SUP)와 카약이 상대적으로 쉬운 종목이었다면 이번 주에 소개하는 요트는 어려운 축에 속한다. 일단 타는 방법에서 차이가 난다. SUP는 앉아서 노를 젓다 중심을 잡을 수 있을 때 일어서서 노를 저으면 된다. 초보 수준에서 약간의 기술을 더하자면 낮은 파도를 안정적으로 넘는 정도가 되겠다. 카약은 빨리 가기 위해 양쪽으로 노를 저으면서 방향만 잘 잡으면 된다. 한두 시간이면 어느 정도는 탈 수 있는 종목이다. 하지만 이번에 체험한 요트는 종류도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고 기술도 접목이 돼야 해 최소 이틀 이상 투자해야 타는 흉내라도 낼 수 있다.

■도대체 뭐가 뭔지?

박성진 코치와 부산세일링연맹 강사들이 딩기요트를 타고 화려한 군무를 선보이고 있다. 앞에서 두 번째가 박 코치다.

딩기요트를 배우기로 한 지난 2일 비가 온다던 일기예보와는 달리 오전에 햇볕이 쨍쨍했다. 부산요트협회가 있는 수영만 요트경기장으로 간다. 수업은 딩기요트 레이저 전 국가대표인 박성진(30) 코치에게 속성으로 배웠다. 하지만 오전 11시부터 날이 흐려지더니 비바람이 몰아쳐 오래지 않아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아쉽게도 충분히 요트를 타보지는 못했다.

일단 이론수업. 낯선 용어가 넘쳐난다. 수업에 나온 용어를 나열해 보면 선체 마스트 세일 메인시트 러더 대거보드 크로스홀드 리칭코스 런닝코스 프리코스 등 무수히 많다.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다. 머리가 복잡할 즈음 박 코치는 "다른 건 잊어도 되지만 텍테일, 메인시트, 러더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텍테일은 돛 양쪽에 붙은 조그만 천으로 바람을 측정하는 데 쓰이며 메인시트는 돛을 조정하는 줄이다. 마지막으로 러더는 요트의 방향타로 요트를 타는 동안 절대 놓으면 안 되는 것이다.

요트의 종류도 알아보자. 요트는 동력으로 가는 파워요트, 동력과 바람의 힘을 함께 쓰는 크루즈요트, 그리고 동력 없이 바람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딩기요트가 있다. 딩기요트는 다시 광범위하게 분류되지만 여기서는 기본인 레이저만 알고 가자.

레이저보다 일반인에 맞춘 것이 레이저피코인데 레이저를 모델로 피코사가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쉽게 생각하면 레이저는 선수용, 레이저피코는 일반용으로 보면 된다. 몸이 가벼운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옵티미스트라고 하는 50㎏ 이하 용을 탄다.

이제 육지에서 실습을 이어간다. 요트의 기본인 범장을 배워야 하지만 시간 관계상 눈으로만 본다. 육지에서 딩기요트 레이저피코에 올라탄 뒤 메인시트와 러더를 잡는다. 시선의 80%는 텍테일에, 나머지 20%는 전방과 주변을 살펴야 한다.

이어 요트에서 자리를 이동하는 태킹을 배운다. 먼저 러더와 가까운 왼발을 앞으로 내밀고 왼손에 잡고 있는 러더를 앞으로 밀면서 선수를 보며 오른쪽 측면에서 왼쪽 측면으로 자리를 바꾼다. 이어 오른손과 왼손의 메인시트와 러더를 서로 바꾸면서 러더를 가운데에 놓아 중심을 잡는다. 태킹을 하는 이유는 요트가 바람 부는 방향으로 곧장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그재그로 진행하기 때문에 바람의 방향 등에 따라 자리를 바꿔줘야 하기 때문이다. 바람이 등 뒤에서 불 경우에는 자이빙이라고 하는데 러더를 미는 대신 당긴다. 다른 건 유사하다.

■이론이 아니라 몸으로 익혀야대학 요트부 선수들의 도움을 받아 레이저피코에 오른 뒤 아까 배운 대로 오른손으로 메인시트를, 왼손으로 러더를 잡는다. 모터보트에 탄 박 코치가 손으로 잡고 해안에서 바깥으로 한참 나간다. 박 코치가 손을 놓으면서 본격 수업이 시작됐다. 바람을 받으니 요트가 물살을 가르고 나간다. 노를 젓는 것도 아니고 오직 바람의 힘에 의해 요트가 나아가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 어렵게만 생각됐던 요트가 불과 몇 분 만에 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박 코치가 옆에서 태킹을 하라고 한다. 그런데 육지에서는 그렇게 쉬워 보였던 태킹이 막상 물에 떠 있으니 쉽지 않다. 돛은 바람을 받아 머리 위에서 왔다 갔다 하지, 배는 바람을 받아 살짝 기울어지지, 몸의 중심은 잡히지 않지…. 태킹은 맘처럼 쉽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자리를 바꾼다. 박 코치의 "러더 가운데"라는 소리에 정신을 차려 중심을 잡는다.

다시 바람을 받고 앞으로 쏜살같이 나아가니 다시 "태킹" 소리가 들린다. 돛이 바람을 잔뜩 받았는데 제때 태킹을 못 하자 배의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린다. 박 코치가 옆에서 "넘어간다"라고 말하기 무섭게 요트가 뒤집힌다. 전문용어로 캡사이즈(전복) 되면서 물을 흠뻑 뒤집어쓴다. 물에 나서기 전 대학 선수들에게 물에 빠지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그들은 "물에 빠질 일이 별로 없어요"라고 했는데 자기들 기준인가 보다. 왠지 속은 기분이다.

다시 배에 오른다. SUP보다는 쉽다. 그런데 한번 빠지고 난 뒤여서일까 머리가 복잡해진다. 러더와 메인시트 조종과 위치 이동이 물 흐르듯 진행돼야 하는데 생각과 손발이 따로 논다.

우려했던 비바람이 몰아친다. 비가 많이 내리면 시야 확보가 어려워 위험해질 수 있어 이미 초급 과정을 수료한 대학생 교육생들도 강사의 지시에 따라 모두 철수한다. 더는 요트를 타는 것이 어렵게 되자 멋진 사진을 위해 레이저피코를 박 코치에게 넘겨주고 잠시 보트에 올라탄다. 박 코치와 강사들은 비바람 속에서도 일사불란하게 태킹을 하면서 쉽게 배를 탄다. 베테랑과 초보자의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다.

비가 더욱 세차게 내려 아쉽지만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체험한 레이저피코 타기는 이것으로 마무리했다. 언젠가는 딩기요트를 초급부터 고급까지 연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SUP 카약 딩기요트를 경험한 뒤 느낀 생각은 막연한 두려움에 시작하지 못했던 해양스포츠가 수업 한 번으로 편안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일단 시작하면 별거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올여름엔 일단 어느 것이든 시작해 보자.


# 부산서 딩기요트 배우려면

- 중학생 이상이면 수업참여 가능

국가대표 출신 박성진 코치가 기자에게 딩기요트 타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부산에서 요트를 배우기 위해서는 부산세일링연맹 홈페이지에서 요트학교를 클릭한 뒤 교육 일정표를 보고 수업을 신청하면 된다. 과정은 초급반과 중급반이 있다. 중학생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초급반은 L1(레벨1)-A, B가 있으며 중급은 L2-A, B, C가 있다. 과정당 이틀씩 수업이 진행되며 교육 장소는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부산세일링연맹 사무실 등이다. 비용은 이틀에 2만 원이며 일주일 전에 입금 완료해야 한다. 수업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

L1-A 과정은 첫날 오전에 이론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육상에서 범장하는 것과 태킹 등 기본적인 기법을 배운다. 다음 날에는 물에 들어가 첫날 배운 기법을 직접 해본다. 그보다 높은 단계는 기술을 반복해 익혀 다양한 날씨에서도 요트를 타는 법을 배운다고 보면 된다. 부산세일링연맹 조경훈 책임강사는 "중급 이상 되면 원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 된다"며 "과정을 수료한 뒤 다시 수강하면서 요트를 타는 사람도 많다"고 귀띔했다. 한편 한겨울에는 물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크루즈요트 수업이 이뤄진다.

글=유정환 기자·사진=김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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