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젓는 패들이 양쪽에 있는 카약
- 한쪽만 저을 수 있는 카누와 차이
- 송도·광안리·수영강서 배울 수 있어

- 아랫부분에 방향잡는 러더 장착
- 초보자도 배 뒤집어질 걱정 없어
- 오로지 필요한 건 팔심·지구력
- 패들 빨리 저을수록 속도감 짜릿
- 좌우 바꿀땐 역패들로 힘주어 전환

지난주 스탠드업 패들보드(SUP)를 타고 난 뒤 양쪽 팔에 묵직한 기운이 감돌았다. 지난 몇 달 동안 꾸준한 산행으로 하체는 그럭저럭 단련했지만 상체 운동을 등한시한 탓이다. 해양스포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팔운동이 필요함을 느낀다. 이번 주 도전 종목은 카약이다. 카약을 좀 탄다는 사람은 공통으로 중심 잡기는 어렵지 않고 팔심만 있으면 탈 수 있는 운동이라고 말한다. 팔이 빠질 각오를 하고 카약의 세계에 풍덩 빠져본다.

송도해양레포츠센터 강사들과 기자(왼쪽 두 번째)가 송도해수욕장에서 카약을 타고 있다.

■팔심만 있으면 OK?

카약을 타기 위해 금요일인 지난 23일 송도해수욕장에 있는 송도해양레포츠센터로 향했다. 애초 일요일(지난 25일)에 체험하려 했으나 비가 온다는 소식에 급히 일정을 바꿨는데 일요일에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평일로 바꾸다 보니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생겼다. 금요일에도 체험자가 있다고 해서 아침 시간대에 찾았는데 오전에는 체험자가 나뿐이란다. 넓은 바다에 혼자서 카약을 탈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SUP를 배울 때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타니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못 하고 있는지 대충이라도 알 수 있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해양레포츠센터 강사 이상윤 씨가 국가대표 선수 못지 않은 표정으로 노를 힘차게 젓고 있다.

그래서 특단의 대책을 강구했다. 남구희 센터장에게 부탁해 레포츠센터 강사를 총출동시켰다. 강제로(?) 모두에게 구명조끼까지 착용하도록 했다. 초보자가 아니라 전문가인 강사들과 카약 대결을 벌이려니 너무 실력 차이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를 눈치챘는지 남 센터장은 "평소 카약 수업을 해보면 30분만 배워도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어 잘 타는 사람이나 못 타는 사람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위로한다.

간단하게 카약에 대해 알아보자. 카약은 카누와 비슷해 헷갈리기 쉽다. 보통 카약은 앉는 곳에 덮개가 있어 발부터 허리 부분까지 몸이 배에 잠기는 형태나 카누는 덮개가 없이 오픈된 형태를 하고 있다. 또한, 카약은 폭이 좁고 길게 만들어지며 카누는 폭이 넓고 카약에 비해 부드러운 곡선을 가진 둥그스름한 느낌의 형태다. 가장 큰 차이는 패들(노)에 있다. 카누는 물을 젓는 부위인 블레이드가 패들의 한쪽에만 있다. 당연히 한쪽으로만 저으면 된다. 반면 카약은 패들 양쪽에 블레이드가 있어 양쪽을 번갈아가며 젓는다.

카약과 카누를 구별할 수 있다면 카약을 세부적으로 분류해보자. 전문가용인 싯인(sit-in) 카약은 카약의 좌석이 허리둘레와 꼭 맞아 '몸 일체형'이라 불린다. 몸과 카약이 붙어있으니 속도를 내기 쉽지만 숙련이 되지 않으면 어렵다.

가끔 TV에서 카약이 사람과 함께 물에 빠질 듯 기울어지다 함께 벌떡 일어서는 모습을 볼 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이 카약이다. 카약 아랫부분에 방향 잡는 러더라는 것도 달려 있다. 반면 일반용인 싯온(sit-on) 카약은 좌석이 펑퍼짐해 편하게 앉을 수 있다. '몸 분리형'이라 불린다. 숙련자가 아니더라도 쉽게 탈 수 있지만 속도는 덜 난다. 초등학교 3학년 정도만 되면 혼자서도 탈 수 있고 러더는 달려 있지 않다. 이날 기자가 탄 카약은 무엇일까. 당연히 싯온 카약이다.

카약은 보통 세 자리가 있다. 혼자 탈 경우에는 가운데, 2명이 타면 가운데를 비우고 맨 앞과 맨 뒤에 타면 된다. 다리는 쫙 펼 수 있다. 패들은 블레이드 중 긴 쪽을 위로 하며 움푹 들어간 쪽이 뒤로 향하게 한다. 기본적으로 SUP 패들 사용법과 같다. 방향을 바꿀 때 역패들이 효과적인 것도 마찬가지다.

■방향을 잡으며 패들 저어야

해양스포츠를 즐기기 전에는 준비운동이 필수다.

강사들과 함께 카약을 앞에 두고 간단한 준비운동을 한 뒤 물에 들어간다. 카약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무겁다. 40~50㎏은 되는 듯하다. 바다로 끌고 가 물에 띄우니 강사들이 카약을 잡아준다. 혼자서 탈 것이기 때문에 미리 배운 대로 가운데 자리에 앉아 다리를 편하게 뻗어 자리를 잡아본다. 처음에는 자세를 생각하며 슬슬 패들을 저어본다. 실제로 안정감이 있다. 최웅렬 강사는 "장난을 치지 않는 한 물에 빠질 염려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미리 약속한 대로 방파제 옆으로 이동한다. 강사들은 많은데 체험자는 나 혼자니 이 순간만큼은 세상의 중심이 나인 것 같다. 초보자들과 실력을 겨루지는 못하지만 주변에 강사들이 있어 카약을 타면서 궁금한 점을 바로 물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패들을 젓는 게 조금 익숙해지자 바닷속 돌고래 조형물이 있는 곳으로 가보기로 한다. 패들의 속도를 높이니 카약 가장자리에 패들이 부딪히기도 했는데 큰 문제는 아니었다. 열심히 패들을 저어 선두에 섰지만 사진이 없어 입증하기는 어렵다. 돌고래 조형물 인근에 가자 이상윤 강사가 "돌고래의 머리와 꼬리 부분 사이로는 배가 다녀 위험하니까 꼬리 부위를 넘어가서는 안 되며 수영구역을 침범해서도 안 된다"고 카약 운용 범위를 알려준다. 정인철 강사에게 카약 잘 타는 비결이 있느냐고 물으니 "힘만 있으면 된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카약에 입문한 지 30분밖에 되지 않은 기자도 팔심이 카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느낌이 든다. 또 하나 카약의 방향을 잘 잡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홍일점인 신영린 강사는 "카약이 한쪽으로 쏠리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 패들로 반대쪽을 여러 번 저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속도에 차이가 날 수 있다"고 귀띔했다. 과연 45도 이상 각도가 꺾이니 방향을 다시 잡느라 속도는 뒷전이 된다.

체험이 종반을 달려간다. 아쉬워진 기자가 도발을 한다. 수영구역 부표를 따라가다 돌고래 조형물로 우회전한 뒤 원위치하는 경주를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미 물 밖으로 나간 강사들은 들은 체 만 체다. 그러나 '의리파'인 오준호 강사는 "뒤에서 보고 있을 테니 가보세요"라고 말한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노를 저어 목표한 대로 나아간다. 방향을 잡느라 버벅대는 사이 소리도 없이 오 강사가 바짝 뒤쫓았다. "역시 방향 잡는 것이 관건이었어"라는 생각이 확고하게 자리 잡는다. 돌고래 조형물을 지나 백사장까지 마지막 혼을 불태운다. 그 전까지는 튀지 않던 물을 맞아가면서. 백사장에 도착하니 노를 젓느라 몰랐는데 팔이 얼얼하다. 카약은 팔심과 방향 잡기라는 양대 축을 단련하면 선수도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에 빠져본다.


# 미리 인터넷 예약하면 무료로 체험 가능해요
　 　
■ 부산서 카약 배우려면

부산에서 카약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은 모두 5곳으로 해양수산부의 위탁을 받은 한국해양소년단 부산연맹이 주관하고 있다. 삼락수상레포츠타운 해포분교 광안리해수욕장 수영강 등 4곳은 무료이며 송도해수욕장은 샤워시설 등 편의시설 사용 명목으로 5000원을 받는다.

체험은 5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진행되며 수~일요일에 5차례씩 진행된다. 신청은 해양소년단 부산연맹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남구희 송도해양레포츠센터장은 "하루에 5번 모두 체험 신청을 해도 되지만 아마 체력이 달려 모두 다 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료 체험은 간단한 강습과 준비운동을 포함해 1시간30분가량 진행된다. 본격적으로 카약을 타기 위해서는 카약을 구입해야 하는데 싯온 카약은 60만~100만 원(패들 등 별도), 싯인 카약은 100만~600만 원으로 다양하다. 별도로 장비를 보관하는 곳은 없다.

글=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사진=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