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5마리 값 들여 찾아낸 한우 명가의 `40일` 숙성 비결 : 국제신문

소 5마리 값 들여 찾아낸 한우 명가의 '40일' 숙성 비결

영남식육식당 숙성등심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 | 2016.05.18 18:40

- 안그래도 잘나가는 고깃집
- 드라이·웻 에이징으로 승부수
- 지방 비율낮은 고기 장기 숙성
- 기름 쪽 빠져 담백하고 고소해

쇠고기 애호가들 사이에서 영남식육식당은 유명한 이름이다. 부산 수영구 남천시장 안에 있을 때부터 양질의 고기로 손님을 불러들였다. 영남식육식당이 '40일 숙성 등심'이라는 새 메뉴를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남천점과 동래구 안락점에서 이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농가에서 소죽을 먹여 키운 암소를 40일간 숙성한 등심. 맛이 고소하고 담백하다.

고기는 도축한 뒤 곧바로 먹지 않는 게 좋다. 사후강직이 풀린 후 일정 기간의 숙성을 거쳐야 육질이 부드러워진다는 건 상식이다. 그런데 고기를 40일간이나 숙성한다니 그 맛이 궁금했다. 영남식육식당 이승무 대표와 안락점 숙성고에 들어가 봤다. 진공포장된 고기와 포장이 벗겨진 고기가 즐비했다. 도축장에서 뼈를 발라낸 뒤 부위별로 살을 진공포장한다. 그걸 가져와 3~7일 냉장고에 둔다. 그러면 사후강직이 풀린다. 그 후 포장을 벗겨 드라이 에이징을 시작한다. 숙성고 안에서 공기를 접촉시켜 숙성하는 것이 드라이 에이징이다. 반대로 진공포장해 젖은 상태로 공기를 완전히 차단한 채 숙성하는 게 웻 에이징이다. 드라이 에이징을 하면 공기와 접하는 바깥 부위는 상한다. 숙성이 완료되면 버려야 하는 부위가 30% 정도 된다. 장기간 숙성하는 것은 고기 맛이 더 진해지기 때문이다.

갈비살(위)과 숙성 등심은 색깔부터 다르다. 갈비살은 선홍색, 숙성육은 어두운 빛을 띠는 붉은색이다.

이 대표는 "숙성하되 버리는 부위를 최소화하고자 드라이 에이징과 웻 에이징을 반복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버리는 부위가 거의 없어진다고 했다. 그 대신 40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원재료는 농가에서 소죽을 먹여 키운 4~6살 암소다. 옥수수 사료를 먹여 키운 소와 달리 고기가 어두운 붉은 색을 띤다. 이 고기는 근내 지방 비율이 낮은 데다 숙성 과정에서 기름이 빠져 담백함이 더해진다.

이 대표는 최고의 숙성 타이밍을 찾느라 소 5마리를 버렸다. 소 한 마리 값이 700만~1000만 원인 것을 고려하면 중형차 한 대 값을 연구개발비로 들인 셈이다. 제대로 숙성된 고기에선 치즈처럼 고소한 향이 있다. 보통의 쇠고기보다 더 바싹 구워도 맛있다. 숙성 쇠고기는 부드러우며 씹을수록 고소해진다.

이 대표는 냉면 개발에도 신경을 썼다. 부산은 '냉면 지옥'이라고 불릴 정도로 맛을 제대로 내는 곳이 드물다. 가장 중요한 육수는 심심한 맛에 고기향이 우러나야 한다. 육수는 양지 사태 사골 등을 넣어 24시간 이상 고은다. 여기에 동치미 국물을 총량의 15% 정도 넣어 간을 맞춘다. 그는 메밀향이 나는 면을 뽑기 위해 재료 배합에 공을 들였다.

슴슴한 육수와 메밀향이 조화를 이룬 냉면.

이 대표는 "참숯 비장탄, 동으로 만든 불판, 상향식 연기 흡입 시스템이 맛있는 한우의 3대 조건"이라고 했다. 비장탄의 화끈한 화력과 열전도율 높은 동이 만나면 고기가 잘 익는다. 연기 흡입은 위에서 한다. 그래야 고기가 덜 마르기 때문이다. 잘 구워진 숙성육은 담백하고 고소했으며 마지막엔 연한 치즈향이 났다. 몇 점 남겨 두었다가 냉면 위에 올려 먹으니 더 잘 어울렸다. (051)528-7222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