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너셰프 홀로 운영하는 가게
- 오픈키친서 조리모습 볼 수 있어
- 쌀로 만든 식초써 부드러운 신맛

- 흰살 생선순으로 먹어야 제맛 

초밥은 고급 음식의 대명사로 받아들여진다. 호텔이나 전문 음식점에서 초밥을 먹는다는 건 부유층이 아니면 엄두를 내기 힘들다. 일반 시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값 싸고 맛있는 초밥집이 없을까 물색하던 중 부산 중구 부평동에서 적당한 곳을 발견했다. '스시하이루(대표 주성완)'다.

모듬스시는 셰프가 당일 생선 상태에 따라 좋은 것으로 골라 만든다.

이곳은 오너셰프 혼자서 운영하는 가게로 아담하다. 부평 깡통시장 인근 골목에 있어 이런 곳에 스시집이 있나 하는 의아함도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깔끔하고 생각보다는 가게가 크다. 내부는 오픈 키친이라 조리대의 위생 상태나 요리하는 모습을 코앞에서 볼 수 있어 믿음이 간다. 주 대표는 매일 자갈치 시장에서 장을 봐 직접 요리한다.

보통의 초밥집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고 생각하던 차에 가스레인지 위에서 낯선 물체를 발견했다. 15인분 정도의 밥을 할 수 있는 가마솥이었다. 보통은 전기압력밥솥이나 아예 압력밥솥을 이용하는데 여기선 무쇠 가마솥을 가스불 위에 올려놓고 밥을 했다. 주 대표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봤는데 가마솥밥 만한 밥맛이 없었다. 초밥에 맞게 고슬고슬하면서도 찰기도 있어서 가마솥을 쓴다"고 했다. 지어낸 밥을 덜어내자 구수하고 달큼한 밥내가 훅 끼쳤다. 한숨 식히면서 초밥용 단촛물을 부었다. 식초 냄새가 시큼하게 올라와서 초밥의 밥이 신맛이 강하겠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초밥 아래 밥은 부드러운 신맛이었다. 주 대표는 "쌀로 만든 식초를 쓴다. 평범한 식초보다 5배가 비싸지만 연하고 부드럽게 신맛을 내서 선택했다"고 했다.

스시집이니 모듬 스시를 맛봤다. 초밥은 10개가 나온다. 점심때는 냉동 생선을 쓰는 것도 있어서 1인분에 9900원이지만 저녁때는 1만8000원으로 연어 구이와 맑은 국까지 나와 한 끼 식사로 모자람이 없다. 초밥은 흰살 생선을 먼저 먹는 것이 좋다. 광어나 도미 등의 흰살 생선은 맛이 담백하고 부드러워 참치나 장어 같은 진한 맛이 나는 생선에 앞서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바지락으로 끓인 맑은 탕은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두 줄로 놓여진 초밥을 왼쪽 윗줄부터 먹기 시작했다. 광어를 비칠 정도로 얇게 썰어 두 개를 겹쳐 밥 위에 올린 광어 초밥은 별로 씹을 것이 없을 정도였다. 얇아서 부드러운데다 밥이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사르르 풀어져서 재료와 잘 섞였다. 초밥의 밥은 너무 질어서도 안 되고 되서도 안 된다. 잘 익되 재료와 잘 섞이도록 고슬고슬해야 한다. 밥이 너무 끈적거려도 재료와 잘 섞이지 않고 질척대 본연의 맛을 잘 살릴 수 없다. 그런만큼 초밥의 밥은 중요한 재료다. 초밥용 흰살 생선은 2~3일 숙성해 부드러움과 감칠맛을 높인다. 참돔의 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뜨거운 물을 부어 표면만 익힌 참돔 마쓰가와 초밥도 맛있었다. 익은 참돔의 껍질이 소나무 같다고 마쓰가와(松皮)라고 부른다. 다시마에 붙여서 수분을 빼고 감칠맛을 더한 학꽁치 초밥도 입에 착 달라붙었다. 술로 찐 전복 초밥과 호주산 살치살로 만든 초밥도 재료와 밥이 잘 어우러져 먹기 좋았다.

직접 설탕과 소금에 번갈아 절인 배따라즈께. 달큼·짭쪼름하면서 아삭하다.

무 절임의 일종인 배따라즈께도 반가웠다. 보통은 손이 많이 가서 제품을 사서 내놓지만 이곳에선 주 대표가 직접 만든다. 소금과 설탕에 하루씩 절이고 죽밥을 만들어 거기에 절인 무를 넣어둔 뒤 숙성시킨다. 아삭하면서 달큼, 짭조름해 초밥 중간중간에 먹으니 입이 깔끔해졌다. 바지락으로 끓여낸 맑은 탕은 뒷맛에 청양고추의 칼칼함이 남아 있어 깔끔했다. 주당들이 술을 깨려고 국물을 들이켜다가 도로 술을 주문할 것만 같은 시원함이 매력이었다. 추가로 맛 보라고 내어준 광어 지느러미살이 일품이었다. 기름기가 많아 고소하고 꼬들꼬들거리는 식감이 독특한 지느러미살을 토치로 약간 그슬러 불향을 첨가했다. 재료에 닿은 불이 감칠맛을 활성화한데다 향기도 구수해 아주 맛있었다. (070)7312-2308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