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큐는 열과 연기로만 12시간 구워내므로 석쇠의 불이 닿지 않는 곳에 고기를 올린다.

- 사과주스 등으로 샤워시키며
- 훈증으로 구운 양지·돼지갈비

- 겉은 양념 깊게 스며 까맣고
- 속은 스모크 향 가득 핑크빛

바비큐를 생각하면 자욱한 연기와 화르륵 오르는 불꽃이 떠오른다. 그런 만큼 야외가 아닌 집에서 해먹기는 어려운 요리다. 사실 야외에서도 재료에 불이 바로 닿는 직화가 보통이지 바비큐는 쉽지 않다. 이런 바비큐를 연기와 굽는 수고로움이 없이 맥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맛집이 있다. 부산대 정문 앞 옥스 스모크 앤 그릴이다.

■브리스킷, 풀드포크 들어보셨나요

바비큐한 브리스킷. 표면은 검고 그 속살은 핑크빛을 띠며 부드럽다.

소의 양지는 육수로 많이 쓰이는 부위다. 질겨서 오래 푹 익혀 국물을 빼는 것이다. 이 부위를 영어로는 브리스킷이라 하는데 바비큐 요리에선 빠질 수 없는 부위다. 불에 닿지 않고 열기와 연기로 12시간 구워내면 질기기는커녕 햄처럼 부드러움만 남기 때문에 바비큐의 대표선수가 됐다. 바비큐 고기의 표면을 보면 먹음직스러운 갈색이 아니라 거의 탄 것 같은 시커먼 색이다. 탄 음식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고객들은 왜 고기를 이렇게 태웠냐며 항의한다.

하지만 탄 게 아니라 고기를 잴 때 럽(Rub)이라는 가루 양념을 바르고 사과주스 등을 분무하는 모핑(mopping) 과정을 거치면서 변색된 것이다. 오랜 시간 열기와 증기가 양념들과 반응해 만들어진 색이다. 시커먼 표피 바로 아래는 진한 핑크빛을 띤다. 이를 바비큐 링이라 부른다.

양지 부위는 마치 약간 도톰한 통삼겹처럼 크게 썰어져 나온다. 촉촉함과 부드러움이 햄과 다르지 않다. 함께 나온 바비큐 소스와 양파 소스에 찍으면 또 다른 맛이다.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은 수제 미니 버거다. 고기 곁의 하드롤을 반으로 잘라 햄버거를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양파 소스와 바비큐 소스를 번갈아 빵 속에 듬뿍 바르고 양지를 잘라 올린 다음 코울슬로를 넉넉히 얹는다. 그리고 나머지 반 쪽을 덮어 먹으면 다양한 맛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사진). 양지는 돼지고기처럼 부드럽다. 곁에는 풀드포크가 소복이 쌓여있다. 장조림처럼 다 찢어진 상태의 돼지고기로 담백하고 고소하다. 돼지의 목전지살을 많이 이용하는데 구워서 찢어낸다. 여기에 바비큐 소스를 척척 발라 버거빵에 넣어 먹어도 맛있다. 손경환 셰프는 "손님들이 닭고기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다"며 "버거에 넣어 드시거나 따로 드시는 등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럽과 몹이 연기·열과 함께 맛 좌우

스페어 립과 삼겹살 등으로 구성된 코리안 플래터.

기자의 입맛에 가장 맞았던 부위는 스페어 립으로, 돼지의 갈비 부위다. 고기는 칠레의 최대 농축산 기업인 아구로스퍼에서 생산하는 돼지를 쓴다. 시중에서 접하는 폭립의 두 배쯤 되는 크기다. 바비큐를 하면 무척 촉촉하고 부드럽다. 지방이 살 사이사이에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스페어립에는 마른 양념인 럽 외에도 립 소스를 덧바른다. 윤기도 더 나고 앙념도 배어들게 하기 위해서다. 통삼겹도 함께 나오는데 위에서부터 썰면 마치 시루떡처럼 각 층이 분리될 정도로 부드럽게 잘 익었다.

옥스 스모크 앤 그릴에선 연기를 내는 나무인 칩이나 청크에 히코리와 함께 참나무를 주로 쓴다. 고기는 통으로 된 부위를 물로 씻은 뒤 양념국물에 재워두는(마리네이드) 과정을 거친다. 물기를 제거한 뒤 겨자 소스를 바르고 그 위에 설탕, 파프리카, 고춧가루 등 16가지 재료를 갈아 만든 마른 양념(럽)을 바른다. 바르면서 튀김옷을 입히듯이 꾹꾹 눌러준다. 그리고 그릴에 넣은 뒤 1~2시간 간격으로 사과주스를 주 재료로 한 몹을 뿌려준다. 분무기에 넣어 뿌려주면 고기가 마르는 것도 막아주고 표면의 맛과 향도 살려주는 효과가 있다.

몹을 뿌려주는 모습.

푸짐하게 한 쟁반으로 나오는 플래터 메뉴에선 옥스 플래터 A와 코리안 플래터가 인기다. 플래터 A는 브리스킷, 풀드포크, 감자튀김, 빵, 코울슬로, 소스 2종으로 구성된다.

코리안 플래터는 스페어립, 삼겹살, 소시지, 감자튀김, 숙주볶음으로 채워진다. 바비큐의 찰떡궁합 맥주는 평소보다 홉 향이 강한 걸로 추천한다. 마치 꽃차를 마시는 것 처럼 향기가 강한 인디카 페일 에일(IPA)이 특히 잘 어울린다. 옥스 플래터 A(2~3인 미디엄 사이즈) 2만3000원, 코리안 플래터 미디엄 사이즈 2만5000원. (051) 518-8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