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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쏘시개 된 스티로폼 외벽...화재 5분 만에 23층 태웠다

오피스텔 T자 연결 주차타워
저층서 발화, 옆 건물까지 덮쳐
연기 흡입 35명 중 8명이 병원행
2015년 이후 규제한 건축 공법
부산 전수조사해 재발 막아야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 2023.01.09 18:53

  
9일 새벽 부산 최대 번화가인 서면의 한 오피스텔 주차타워에서 불이 나 수십 명이 연기를 마시고 인근 주택가 등에 대피령이 내려지는 등 대혼란에 빠졌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 없이 진화됐지만 순식간에 23층 높이 외벽을 태우고 인근 상가 건물까지 불이 번져 피해가 컸다. 건물은 외벽이 불에 잘 타는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만들어져 확산 속도가 빨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9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32분 부산진구 부전동 A오피스텔 주차타워에서 불이 났다. 해당 건물은 지하 3층, 지상 23층으로 오피스텔(550세대)과 주차타워가 T자 형태로 설계됐다. 주차타워는 모두 3기가 있는데 이날 화재가 난 타워는 2호기다.

불은 주차타워 외벽 저층부에서 시작해 삽시간에 위쪽으로 V자 형태로 번져나갔으며 타워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다. 신고 접수 5분 후인 오전 6시 37분 소방대원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불길이 위로 확산되는 중이었다. 부산진소방서 최해철 현장대응단장은 “(외벽 소재가)확산 속도가 엄청 빠른 소재라 화재가 빨리 번졌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화재 패턴이 밑에서부터 V자 형태로 타고 올라간 것을 보면, 저층부나 바닥층에서 처음 발화되지 않았나 추정한다”고 밝혔다.

불이 나자 550가구 오피스텔 입주민들은 신속히 대피했다. 이 불로 35명이 단순연기 흡입 피해를 입었고, 이 가운데 8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생명에 지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잠옷 차림에 패딩과 이불만 걸치고 대피한 주민들은 새벽 추위에 덜덜 떨기도 했다. 한 입주민은 “자다가 문을 쿵쿵 두드려 줘 대피한 사람도 있고,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나오기도 했다”며 “너무 무서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9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주차타워가 불길에 휩싸여 있다. 연합뉴스
큰불은 1시간 내 잡히는 듯 했으나 불씨가 붙은 외벽 단열재가 주변으로 떨어지면서 2층짜리 옆 건물에도 불이 옮겨 붙었다. 소방본부는 화재 1시간 30분 만인 오전 8시6분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진압에 나섰다. 소방당국은 오후 2시 37분 완전 진화했다고 밝혔다. 매캐한 냄새와 자욱한 연기는 화재 발생 5시간이 지나도록 일대를 뒤덮었다.
소방에 따르면 불이 난 건물은 가연성 소재인 스티로폼을 단열재로 쓰는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만들어져 연소 확대 속도가 빨랐다. 이명박정부 시절 서민주택난 해소를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저렴한 가격 덕에 널리 사용됐지만, 이후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 등에서 해당 공법이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자 2015년 이후 6층 이상 건물은 불연성 소재를 사용하도록 바뀌었다. 불이 난 건축물은 2000년 11월 11일 허가된 건물로 당시 마감재에 대한 규제가 없었다. 부산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30층 이상 공동주택 553개 동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0개 동이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마감된 것으로 집계됐다.

9일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주차타워에서 발생한 화재로 건물 외벽이 크게 손상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원준 기자
이날 불길은 다행히 주차타워 우측 외벽만을 타고 올라가면서 화재 규모에 비해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소방본부는 “주차타워는 사람이 진입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지 않아 아직 내부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외부에서 맨눈으로 보기에 주차된 차량들 피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소방본부는 1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찰과 함께 합동 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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