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 “아들 죽음 아직 안 믿겨”
- 친구들 “너의 이름 잊지 않을게”
- ‘음주운전’ 이용주 의원도 참석
- “윤창호법 제정 힘모으자” 한뜻

‘음주운전은 살인 행위’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꿈 많던 젊은이가 영원히 세상을 떠났다.

11일 부산 해운대구 국군부산병원에서 열린 윤창호 씨의 영결식에서 유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지난 9월 만취 운전자가 몬 차에 치여 뇌사에 빠졌다가 숨진 고(故) 윤창호(22) 씨의 영결식이 11일 오전 국군부산병원에서 거행됐다. 고인의 유족과 친구들은 “우리 사회에서 음주운전을 뿌리 뽑는 게 창호를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길”이라며 비통해했다.

영결식은 윤 씨의 가족과 친구, 모교인 고려대의 동문, 한국군근무지원단 본부 및 대구지역대 장병,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하태경 이용주 국회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가량 치러졌다. 윤 씨의 대학 동기이자 ‘윤창호법’ 제정에 앞장서온 김민진(여·22) 씨는 추도사에서 “너의 이름이 명예롭게 사용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46일간 생사를 넘나들며 살아줘서 고마워. 그동안 네 손을 잡을 수 있어서 우리는 뭔가를 할 수 있었어. 너는 법이 뭔지,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뭔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늘 얘기했어. 친구지만 우리를 성숙하게 했어. 너를 볼 때까지 우리 열심히 살게.”

윤창호 씨 영정에 헌화한 뒤 자리로 돌아가는 이용주 국회의원. 서정빈 기자

눈물을 참았던 유족과 친구들은 추도사가 낭독되자 결국 오열했다. 고인의 어머니인 최은혜(50) 씨는 “더는 할 말이 없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아버지 윤기현(52) 씨는 “(아들이 사망 선고를 받은) 이틀 전과 마찬가지로 아직 믿기지 않는다. 창호는 우리 사회에 큰 경종을 울리고 갔다. 정치권이 꼭 윤창호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말했다.

고인과 함께 사고를 당한 친구 배준범(22) 씨가 헌화하던 중 흐느끼자 영결식장은 울음바다로 변했다. 고인의 친구들은 음주운전 기준과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 제정 서명운동을 지난 10, 11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러운 비보에 잠정 중단했다. 친구 손희원(여·22) 씨는 “이제 친구를 떠나보내려 한다. 윤창호법 제정은 창호가 남기고 간 숙제다. 마음을 다잡고 법 제정 운동 계획을 다시 세울 것”이라며 울먹였다.

운구 행렬 속에 유족과 친구들은 한동안 관을 쓰다듬으며 고인의 마지막을 붙잡았다. 운구 차량은 예정보다 10여 분 늦게 다음 목적지인 부산영락공원으로 떠났다. 고인의 유해는 부산영락공원에서 화장된 뒤 대전추모공원에 임시 봉안됐다. 군은 고인이 군인 신분이었던 점을 고려해 보훈심사를 거쳐 순직이 인정되면 대전 현충원에 안장하기로 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