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메추리알, 타조알, 거위알 등 자연의 알을 조각해 공예품을 만드는 알공예(egg art)라는 용어는 낯설기만 하다. 거기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박물관의 모습도 아니다. 오피스텔 한 동을 꾸며 만든 개인 박물관이다. 김귀선 알공예가는 “남들이 알이 뭐냐고 한 번씩 물어보면, 나한테 어떤 의미냐고 물어보는 걸로 생각을 많이 한다. 알은 저한테 인생이다”라고 말했다. 알공예를 삶이라 말하는 김 작가의 알공예박물관(EggartMuseum)을 찾아가 봤다.

사진=김채호 기자

- 같은 알 아닌가요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더샵센트럴스타 30층의 한 공간에 ‘알공예박물관’이 있다. 벽면과 방 곳곳에 놓인 알공예 작품들에는 각자의 이름이 있고 개성이 뚜렷했다. 모두 같은 알로 만들어진 게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김 작가는 “알은 절대 안 똑같다. 사람처럼 좌우가 대칭도 아니다. 집에 가서 냉장고 한번 열어 보시면 열 개 다 똑같은 걸 찾기 힘들다. 그게 자연의 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다”고 말했다. 작품들은 탄생, 축복, 희망, 새로운 시작 등 각자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박물관에는 230여점을 순환교체전시 하고 있다.

- 알 하나에 인생을 담아

알을 고르고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년이다. 알에는 자신의 경험이나 감정을 표현한다. 김 작가는 “인생을 걸고 알공예를 한다. 그러니 알에 인생이 녹아날 수밖에 없다”며 “알공예는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가 생각하는 알공예 박물관의 강점은 ‘작품’이다. 전시 중인 것을 포함해 소장하고 있는 작품과 자료는 무려 5백 여점이 넘는다. 그는 “누구도 이렇게 많은 작품을 가지지는 못할 거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 왜 오피스텔에 박물관이

김 작가는 처음부터 오피스텔에 박물관을 개관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한다. 알공예라는 생소한 공예가 일부 마케팅의 일환으로 흘러가는 취미처럼 여겨졌고 조건이 맞는 장소를 찾기 힘들었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봤던 하우스 뮤지엄(House Museum)이 생각났다. 김 작가는 “그림 한 점을 걸어도 갤러리가 되고, 소장품 몇 점을 가지고도 박물관이 되는 것을 보며 가슴이 벅찼다”고 말했다.

장소가 아닌 내용에 집중하기로 했다. 작품에 자신 있었다. 곧바로 오피스텔에 전시장과 작업실을 설치했다. 그렇게 국내 최초로 ‘알공예 전문 박물관’이 탄생했다. 김 작가는 “없는 길을 만들어 가야 하는 사람에게는 자기 확신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채호 기자, 조아란 기자 chaeho@kookje.co.kr

※알공예박물관은 인터넷 홈페이지(www.eggartmuseum.co.kr)를 통해 예약 후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