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제 측 “무죄 안 나와 유감”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62) 전 집행위원장의 업무상 횡령 혐의가 항소심에서도 인정됐다. 항소심은 원심이 선고한 징역형보다 낮은 벌금형을 선고했다. 공소사실은 모두 유죄로 인정됐지만 양형은 대폭 낮아졌다.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이 21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 후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서정빈 기자

부산지법 형사1부(이윤직 부장판사)는 21일 BIFF 협찬 중개수수료 집행 과정에서 업무상 횡령을 한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위원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공범으로 기소된 양모(50) 전 사무국장에게도 같은 형을 선고했다.

이 전 위원장은 2014년 11월 13일 양 씨와 공모해 A사와 허위로 협찬 중개계약을 한 뒤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2750만 원을 지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A사는 BIFF와 영화전문 상영 채널 공동사업을 추진하다가 중단했다. 이 전 위원장과 양 씨는 BIFF 측이 A사에 손실을 보전해 줄 법적 책임이 없는 점을 알면서도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양 씨가 허위의 협찬 중개수수료 계약문서를 상신하자 이 전 위원장은 직접 결재를 했다. 결국 BIFF 측은 문화예술진흥기금에서 2750만 원을 A사에 지급했다.

이 전 위원장은 거짓 협찬 중개계약이 이뤄진 사실을 몰랐고 직접 전자결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원심 판단이 잘못됐고 양형도 무겁다고 항소했다. 검찰도 이 전 위원장의 1심 선고형량이 낮다고 항소했다.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은 옳지만 이 전 위원장의 양형 부당 주장은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지위를 볼 때 계약을 몰랐다거나 직원이 사전·사후 보고 없이 임의로 결재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피해금이 반환됐고 피고인이 개인적 이득을 취하지 않은 점과 범행에 이른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원심보다 낮은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위원장은 선고 후 “변호인과 상의해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 강수연 집행위원장 명의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게 무죄가 선고되지 않은 점은 유감”이라며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1월 부산시민연대와 함께 서병수 부산시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검찰이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임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다시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송진영 안세희 기자 roll66@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