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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쏘는 과학] 노벨 화학상 받은 부산 사나이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18.10.11 18:53
한국인 중 노벨상 수상자는 2000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그런데 노벨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수상자를 출생지별로 분류하면 한 명이 더 표시된다. 1987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미국의 화학자 찰스 존 페더슨(1904~1989)이 주인공이다.

출생지가 부산으로 분류된 노벨상 수상자 찰스 존 페더슨. 듀폰 제공
그는 대한제국 시대였던 1904년 10월 3일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한국인의 피는 전혀 섞이지 않았다. 최종 국적이 미국인 그는 노르웨이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인 브레더 페더슨은 해양 엔지니어로서 증기선을 타고 극동에 왔다가 당시 영국 관할이던 대한제국 세관에 취업했다. 그는 항해를 포기하고 북한 평안도 운산광산에서 기계공학자가 됐다. 모친인 다키노 야스이는 1874년 일본에서 태어난 뒤 무역업에 종사하던 가족을 따라 한국으로 왔다가 브레더 페더슨과 만나 1893년 결혼했다.

찰스 페더슨이 부산에서 출생한 것은 부모가 러일전쟁을 피해 잠시 부산으로 피란 왔기 때문이다. 그가 4살 때 다시 운산으로 가서 그의 어린 시절 기억 대부분은 운산광산에 맞춰졌다. 운산은 그에게 화학과의 인연을 맺어준 곳이다. 광산에서는 시안을 이용해 금을 추출했는데, 훗날 페더슨은 “시안에 금이 녹는 모습을 본 것이 자신과 화학의 첫 만남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일본에서 중고교 과정을 마친 뒤 아버지의 권유로 1922년 미국으로 건너가 오하이오주 데이튼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 유기화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1927년 세계적인 종합화학회사 듀폰에 입사했다.

1960년 이후 그는 배위화학 연구에 몰두하던 어느 날, 실험하다가 비커 바닥에서 이상한 결정체 덩어리를 발견했다. 그 물질에 호기심을 느끼고 연구를 시작해 산소 원자 한 개가 탄소 원자 두 개 사이에 끼인 형태의 유기화합물임을 밝혀냈다. 18개 내지 40개의 탄소와 산소 원자로 이루어진 고리화합물을 합성한 새로운 화합물에 ‘크라운 에테르’라는 이름을 붙였다. 분자 모양이 마치 왕관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크라운 에테르는 알칼리 금속 이온으로 안정된 구조를 형성하는 일련의 특별한 화합물 중 첫 번째 물질이다. 이 분자는 이전에 결합을 만들기 매우 어려웠던 이온인 리튬, 나트륨, 칼륨, 루비듐, 세슘 등과도 안정한 착화합물을 형성할 수 있다. 그의 발견은 이후 미국의 화학자 도널드 크램과 프랑스 화학자 장마리 렌에 의해 확장됐다.

다른 분자와 결합할 수 있는 분자를 개발한 공로로 찰스 페더슨과 도널드 크램, 장마리 렌은 1987년 노벨 화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됐다.

페더슨은 박사 학위를 받지 않고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페더슨이 42년간 듀폰을 다니며 25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65개의 특허를 땄다.

노벨상위원회 홈페이지에는 수상자의 수상 당시 국적과 소속기관뿐 아니라 출생지로도 분류돼 있다. 국가마다 국적을 결정하는 원칙이 제각각이어서 국적 표기가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수상자의 국적이 바뀌는 사례도 빈번하다. 아인슈타인은 수상 당시 독일 국적이었지만 스위스·오스트리아 국적인 적도 있고 최종적으로는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또한, 노벨상을 2회 받은 마리 퀴리도 수상 당시 프랑스 국적이었으나 폴란드에서 태어났다. 당시 폴란드는 제정 러시아에 속해 있어 독립 국가가 아니었다.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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