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 중요한 스피드스케이팅
- 진행 방향과 각도 크기가 관건

- 최고속력이 목표인 알파인스키
- 공기저항·마찰력 최소화 필요

- 양력면적 커야 유리 스키점프
- ‘11’자보다 ‘V’자 자세로 비행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오는 25일 폐막을 남겨두고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동계올림픽에 숨어있는 스포츠과학의 비밀을 알면 경기 관람이 한층 더 흥미로워지고 과학 공부도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카드 뉴스로 소개한 내용을 정리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속 스포츠과학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의 승패는 스케이트 장비, 빠른 스타트, 주행 비법에 달렸다. 이 세 가지 모두 스포츠과학과 관련이 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일반 스케이트와 달리 뒷굽과 스케이트 날이 분리되는 ‘클랩 스케이트’를 사용한다.

클랩 스케이트의 장점은 뒷굽이 분리돼 다리를 들어도 스케이트 날이 바닥에 붙어 있어 바닥을 계속 밀어준다.

이 때문에 기록이 일반 스케이트와 비교해 0.3초 단축되고 속도도 3~5% 증가한다.

이상적인 스타트 자세는 진행 방향과 5~60도 각도 차이를 유지하는 것. 각도가 너무 크면 무게중심 이동이 늦어져 속도가 떨어지고, 각도가 너무 작으면 마찰력이 적어 속도를 내기 어렵다.

‘빙상 여제’ 이상화 선수는 2014년 소치 올림픽 때 100ｍ에 10.1초대를 기록했다. 한 발로 얼음을 밀어내는 ‘푸시오프’ 횟수가 12회로 다른 선수 10회보다 2회가 더 많다. 남들이 10번 뛸 때 12번 뛰는 셈. 너무 많은 푸시오프는 방향이 좌우로 흔들려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 선수 체격과 성향에 알맞은 푸시오프 횟수 분석이 필요하다.

주행 비법으로는 첫째, 스케이트를 대각선으로 민다. 평행으로 진행하면 마찰이 없어 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출발할 때 팔을 뒤로 흔들어 중심을 맞춘다. 셋째, 속도를 올리려면 팔을 등에 올려 저항력을 줄인다.

■피겨스케이팅에 숨은 각운동량

피겨스케이팅 트리플악셀 도약 전에 속도를 높이고 팔을 벌리는 자세.

빙상 위의 꽃으로 불리는 피겨스케이팅의 화려한 기술에는 각운동량 원리가 숨어 있다. 각운동량은 회전하는 물체가 지닌 물리량으로 물체의 질량, 속도, 회전 반지름을 곱한 값이다. 회전하는 물체의 회전력은 회전축에서 힘을 발휘하는 곳까지 거리가 멀수록 커진다. 즉, 머리와 발끝이 신체 회전축이라면 선수의 팔 길이는 회전 반지름에 해당한다. 공중에서 회전하는 운동량은 각운동량 보존법칙에 따라 일정하게 유지된다. 회전하는 물체 운동 상태의 전과 후가 일정한 값으로 보존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선수들은 트리플악셀 도약하기 전에 속도를 높이고 팔을 벌리는 자세를 취한다. 반대로 점프한 뒤에는 빠른 회전을 위해 팔과 다리를 모은다. 팔을 오므려 회전 반지름을 줄이고 속도를 높임으로써 순간적으로 빠르고 아름다운 스핀 기술이 가능하다.

피겨 기술의 완성은 착지에 있다. 사람의 무게중심은 배꼽 근처인데 선수들은 공중 점프에서 착지할 때 회전축을 지탱하는 다리의 무릎을 굽혀 무게중심을 낮춘다. 빠른 속도로 빙판 위를 질주하면서 높은 점프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탄탄한 허벅지 근육. 피겨 선수가 4회전 점프한 뒤 착지할 때 다리에 가해지는 힘은 무려 자기 몸무게의 7배에 달한다. 무릎을 굽혔다가 펴면서 점프하는 ‘플라이오매트릭스’ 훈련으로 다리 근육의 긴장도와 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스키, 저항력과 마찰력을 줄여라

스키는 크게 경사면을 빠르게 질주하는 ‘알파인 스키’와 넓은 벌판에서 진행되는 스키 마라톤 형태의 ‘노르딕 스키’로 나뉜다.

알파인 스키는 최고의 속력이 목표. 경사면의 경우 물체를 끌어당기는 중력과 바닥 면을 떠받치는 수직항력이 일직선이 아니어서 활강이 가능하다. 중력과 수직항력을 이용해 공기저항과 마찰력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다. 선수들은 공기저항력을 줄이기 위해 몸에 착 달라붙은 스키복과 유선형 헬멧, 휘어진 스키폴을 사용한다. 공기저항력은 속도의 제곱, 공기와 닿는 면적에 비례한다. 체중이 무겁고 체격이 큰 선수는 중력이 증가해 속도가 빠를 수 있지만 공기저항력 또한 높아 방해 요인도 커진다.

스키의 마찰력을 줄이는 핵심은 ‘스키 왁싱’. 스키에 파라핀 성분의 왁스를 발라 거칠어진 표면의 마찰력을 줄이고 전진하는 힘을 돕는다. 마찰력은 바닥을 누르는 힘이 클수록 줄어들고 스키와 눈의 마찰계수에 영향을 받는다.

스키 경기 종류별로 스키 장비가 다르다. 알파인 스키의 경우 활강은 눈을 누르는 힘을 높여 마찰력을 줄이는 긴 스키(평균 2.1ｍ)를, 회전은 방향 전환을 위해 비교적 짧고 앞뒤 폭이 넓고 둥근 스키를 각각 사용한다. 노르딕 스키는 장시간 다리를 움직여야 하므로 가벼운 탄소섬유 복합 소재로 앞부분이 날렵한 고정형 스키를 이용한다.

■스키점프 비밀은 양력의 원리

100ｍ 이상 날아 ‘인간 새들의 향연’이라 불리는 스키점프에는 양력의 비밀이 있다. 양력(揚力, lift)은 유체 속을 수평으로 지날 때 진행 방향의 수직 위쪽으로 작용하는 힘을 말한다. 공기 흐름이 빠른 윗부분보다 아랫부분의 압력이 높아 위로 뜨는 현상이 발생해 비행이 가능하다. 공기는 속도가 빨라지면 압력이 낮아지고 속도가 느려지면 압력이 높아진다.

양력이 발생하는 조건은 스피드, 자세, 각도, 스키의 길이. 29층 아파트 높이, 약 90ｍ에서 35도의 급경사를 공기저항을 최소화해 활강하는 이유는 바로 속도 때문이다. 양력을 받는 면적을 넓혀야 오래 비행할 수 있다. ‘11’자보다 ‘V’자 자세가 더 큰 양력을 받는다. 비행시간을 늘리려면 저항을 줄인 각도가 필요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스키연맹(FIS)이 분석한 이상적인 각도는 지면과 스키 30도 이내, 다리와 스키 20도 이내, 엉덩이 160도.

스키가 길면 길수록 양력을 받는 힘은 커진다. 스키점프가 장비 기술에 의존한 경기가 될 수 있으므로 스키 길이는 선수 키의 1.46배를 넘지 못하게 규정돼 있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