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들 사이서 토론거리로 화제

이달 초 부산가야고등학교 여자 화장실 앞으로 학생들이 가득 몰렸다. 원인은 다름 아닌 화장실에 붙은 쪽지 때문이었다.

여성 인권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가운데 이달 초 부산가야고 여자 화장실에도 ‘여자도 씩씩할 수 있어요!’ 등을 적은 쪽지가 붙어 학생들 사이 화제가 됐다.

‘여자도 씩씩할 수 있어요’ ‘부드러운, 순종적인, 가냘픈… 여성의 모습을 떠올리셨나요? 편견도 여성혐오입니다’

쪽지에 적힌 내용들이다. 최근 여성 인권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번 일 역시 학생들 입에 토론거리로 올라왔다.

화장실에 붙여진 쪽지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여성 인권 관련 내용의 쪽지를 공공장소에 부착하는 데 대해 부정적이라는 A(18) 양은 “저런 포스트잇을 붙인다는 걸 인터넷으로만 봐왔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다”며 “우리 안에서도 충분히 고민해보지 않은 생각을 주변에 강요하는 것 같다. 내 주변에 저런 행동을 실천하는 아이가 있다는 것이 소름끼친다”고 반응했다.

반면 이러한 실천에 긍정적이라는 박수아(18) 양은 “쪽지를 보면서 복잡 미묘한 생각이 든다. 평소 쉽게 꺼내지 못한 페미니즘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준 친구들에게 용기의 박수를 쳐주고 싶다”고 응원했다. 여성 인권에 대한 고민이 담긴 쪽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학생들은 더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최근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페미니스트라고 밝히기만 해도 비난을 받아서, 내 의견을 밝히는 게 너무 두렵다”며 걱정하는 학생도 있었다.

이에 정다은(18) 양은 “최고권력기관인 검찰에서조차 최근 성추행과 관련된 옳지 못한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여성 인권을 주장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본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다른 한 학생은 “이러한 작은 움직임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얘기를 듣고 본다면 미래에는 여성혐오가 줄어들지 않을까”라며 미래의 여성 인권 향상에 대한 희망을 밝혔다.

김언경 학생기자 부산가야고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