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근 고층 건물 들어서며 음지화
- 시민들 “일조권 침해됐다” 불만
- 입주민 “극히 일부에 불과” 반박

부산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은 온천천 주변에 고층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음지의 정복’이 이루어지고 있다. 온천천 산책길에 아파트 그늘이 수십 미터씩 이어지면서 이용객의 불만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심 속 휴식공간으로 재탄생한 온천천이 최근 잇따라 들어서는 고층 아파트로 양지를 빼앗기고 있다. 사진은 인근 아파트 단지의 그림자가 드리운 온천천을 걷는 시민들 모습.

온천천은 금정산에서 발원해 금정구 동래구 연제구를 거쳐 수영강으로 흘러드는 지방 하천이다. 과거 동래지역의 젖줄이었던 온천천은 난개발로 훼손이 됐다가 최근에야 정비 작업을 통해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다. 지금은 부산 시민이라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산책로이자 수영강변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도심 속 생태하천이 복원되면서 시민들은 햇볕 받는 것을 즐기며 자유롭게 온천천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온천천 인근에 고층 아파트가 생기면서 이러한 활동에 제약이 생겼다. 지난해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부산도시철도 온천장역과 부산대역 사이에 세워올린 ‘래미안 장전’ 아파트 단지가 대표적이다.

줄곧 개발부지로 남아있던 온천장역 일대에 아파트가 생긴 것은 주민들에겐 좋은 일이었지만, 이곳을 거니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온천천에 길고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러한 우려에도 아파트 공사는 그대로 진행됐고, 이는 현실이 됐다. 온천천 일대를 거닐며 운동하길 좋아하는 김모(19) 군은 “평소 온천천에서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겨울에도 따뜻한 햇볕 덕에 즐겁게 운동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솔직히 운동하기가 버겁다. 운동하는 자리를 옮겨야 할 것 같다 ”며 아쉬워했다. 역시 이곳에서 운동을 즐기는 정모(38) 씨는 “온천천의 일조권이 사라진 건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러다 온천천이 고층 아파트에 갇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시민의 대표 휴식공간인 만큼 관계자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부정적인 생각을 내비쳤다.

이러한 불만에 대해 아파트 입주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래미안 장전에 살고 있는 오모(18) 양은 “이 아파트의 그림자가 온천천의 일조권을 얼마나 침해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온천천은 이 일대만을 아우르는 말이 아니라 금정구부터 동래구 전체를 통과한다. 그 중 래미안이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부분은 얼마 되지 않으며, 오히려 아파트 주변으로는 주민을 위한 산책로도 있다 ”고 반박했다.

온천천은 금정구 동래구 연제구 주민이 애용하는 산책로다. 특히 부산도시철도 온천장역 부산대역 일대는 특히 주민들의 밀집도가 높은 장소 중 하나이다. 극히 일부라고 해도 온천천을 사용하는 시민의 일조권을 침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더 우리 사회가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이다.

심현성 학생기자 부산대부설고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