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리대숲의 대나무는 고려 중기 문장가인 김극기의 태화루 시에 그 모습이 묘사돼 있다. 1749년 울산 최초 읍지인 학성지에도 기록된 것으로 봐 오래전부터 이곳에 대나무가 자생하고 있었다고 추정된다. 그 뒤 일제강점기 큰 홍수로 인해 태화강변 전답이 유실됐고, 일본인이 헐값에 이 부지를 사들여 대숲을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한때 주택지로 개발될 뻔하였으나 범시민 반대 운동이 벌어져 이를 보존할 수 있었다.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된 십리대숲은 지난해 정부가 주관하는 ‘2017 열린 관광지’로도 선정됐다. 열린 관광지는 장애인과 노인 등 모든 관광객이 불편함 없이 관광 활동을 할 수 있는 무장애 관광지다. 그만큼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십리대숲의 접근성은 입을 댈 여지가 없었다. 찾아가는 방법보다는 숲의 엄청난 규모를 생각해 동선을 걱정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인간에게는 태화강 대숲이 있다면 철새들에게는 삼호대숲이 있다. 지상 4층 규모의 태화강 전망대 바로 옆 삼호대숲은 국내 최대 규모의 도심 속 철새도래지다. 여름이면 백로, 겨울이면 떼까마귀가 화려한 군무를 펼치는 곳이다.십리대숲, 태화강과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오산(鰲山) 만회정(晩悔亭). 자라(鰲)의 형상을 닮았다는 오산은 예부터 숲과 강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조선 중기 부사를 지낸 박취문(1617∼1690)이 말년에 낙향을 위해 지은 만회정이 최근 복원됐다. 바로 십리대숲 초입에 있다. 따뜻한 햇볕만 있다면 겨울이라도 십리대숲이 뿜는 천연의 죽향을 흠뻑 만끽하기 제격인 장소다.

송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