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부 이탈리아 요리 전문점
- 로마식 카르보나라 추천메뉴
- 맛 끌어올리는 생햄 관찰레
- 화이트 와인 곁들이면 환상
- 소주까지 갖춰 주당들에 인기
- 딱새우구이·리조또도 좋은 안주

불볕더위는 가실 기미가 없고 여름밤은 길기만 하다. 이럴 땐 맘 맞는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색다른 안주가 주는 즐거움으로 더위를 이겨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남부 이탈리아식 요리를 내면서 음주양식당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달고 있는 곳이 있어 들러봤다.

음주양식당 어부의 대표선수 셋. 맨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해물 리조또, 로마식 카르보나라, 비스큐 즙을 곁들인 제주산 딱새우 구이. 모두 화이트 와인과 좋은 궁합을 자랑한다.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의 음주양식당 어부(051-802-8858)는 처음에 생각한 이름이 따로 있었다. 오스테리아 어부였다. ‘오스테리아’란 뜻은 이탈리아어로 음식점을 뜻한다. 파인 다이닝보다는 좀 더 캐주얼한 식당이다. 풍부한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가 많은 남부 이탈리아의 요리를 내놓는다는 뜻으로 오스테리아 어부라고 이름 붙였다. 그랬더니 상호를 헷갈리는 사람들이 있어 음주양식당 어부라고 다시 이름을 만들었다. 땅에서 나는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만든 피자라 농부피자라고 이름 붙인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농부피자의 정용욱 대표가 연 이탈리아 요릿집이니 그럴 만도 하다.

정 대표는 로마식 카르보나라는 꼭 맛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흔히 생크림이나 우유가 들어가 하얀 소스에 파스타가 담겨 있는 일반 카르보나라와는 외양부터 달랐다. 보통은 소스가 되직하거나 흥건하기 마련인데 이곳의 카르보나라는 면에 착 달라붙은 약간의 소스가 전부이다. 거기에 맛을 확 끌어올려 주는 것은 돼지 볼살을 건조, 숙성해 만든 생햄이다. 이탈리아 어로 관찰레라고 한다. 이탈리아 현지에선 수입이 어려워 김해 도축장에서 받은 고기로 염장 후 한 달 이상 숙성해 직접 만든다. 새끼손톱보다 작게 쓸어 낸 생햄은 씹을수록 고소하다. 염장된 돼지고기와 단단해진 지방이 내는 고소함은 씹을수록 놀라움을 줬다. 감칠맛이 입안에 퍼지는 그 느낌이 무척 새로웠다.

돼지 볼살을 한 달간 숙성해 만드는 생햄 관찰레. 매장에 달아 놓은 것은 장식용이고 실제는 냉장 보관한다. 고소한 지방과 짭짤한 소금에 절여져 감칠맛을 더한 살이 씹을 수록 놀라움을 준다.

면은 한국 사람이 먹기에는 분명히 짜다. 본래 음식은 식고 나면 간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약간 면이 식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알덴테로 적당히 익힌 면은 분명히 짜다. 하지만 이 짠 파스타 면 한 줄과 감칠맛이 터지는 돼지 생햄이 화이트 와인과 만나면 얘기는 달라진다. 짠맛과 고소함이 지배적이던 입속에 신맛과 약간의 단맛을 가진 화이트 와인이 맛의 빈 곳을 채워주면 짠맛이 푹 누그러진다. 그래서인지 식사라기보다는 아주 고소하고 짭조름한 안주 같은 느낌이다. 면도 면이지만 그야말로 숙성된 고소한 햄과 와인은 찰떡궁합이었다.

이 집에서 안주로 사랑받는 메뉴 중 하나는 딱새우 비스큐 즙을 곁들인 제주산 딱새우구이다. 딱새우는 가재와 새우를 섞은 것 같은 외양이다. 껍데기는 새우보다 가재 쪽에 가깝게 단단하며 맛은 새우보다 진한 단맛을 낸다. 비스큐 소스는 양파, 당근, 셀러리, 마늘 등을 버터와 같이 볶다가 새우 머리나 껍데기 등을 넣고 와인이나 보드카 마티니 등을 첨가해 육수를 우려낸다. 여기에 토마토 페이스트 등을 넣고 간을 한 뒤 체에 걸러낸다. 새우, 가재 등의 갑각류 머리는 아주 진한 감칠맛을 낸다. 이렇게 조리한 소스는 갑각류의 고소함과 감칠맛, 단맛을 극대화했다고 보면 된다. 껍데기만 넣어도 그 정도인데 이곳에선 소스를 만들 때도 살이 붙어 있는 딱새우를 쓴다. 그래서인지 비스큐 소스가 혀에 착 붙었다. 부드럽게 구운 딱새우 살을 찍어 먹어도 맛있지만 아주 바삭하게 구운 바게트 빵을 적셔서 먹으면 바삭이는 식감까지 더해져 엄지가 저절로 올라간다. 화이트 와인 한 모금으로 진한 맛을 씻으면 이래서 꼭 요리에 맞는 술을 곁들여야 한다는 걸 느끼게 된다. 정 대표는 “이 요리는 소주와 즐기는 분도 많다. 실제로도 아주 잘 어울린다”고 했다. 이름이 음주양식당인 만큼 와인, 소주, 맥주를 다 갖춰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어 주당이 좋아한다고.

여기선 고급 파스타로 이름난 라 파브리카사의 그라나노 파스타를 사용한다.

조개와 문어 육수만 써서 만드는 리조또도 권할 만하다. 한국 쌀이 아니라 이탈리아에서 쪄서 건조한 리조또용 쌀로 만들어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맛이 있고 시간이 지나도 퍼지지 않는다. 곁들여 나온 갈미조개나 바지락도 크고 실한 것을 써서 통통한 조갯살을 발라 먹는 재미가 있다. 죽처럼 퍼지지 않고 쌀 알알이 육수를 머금어서 고소하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