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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먹방 찍고, 황정민 “브라더” 외치던 그 중국집은 여기

부산 삶 그리고 사람들- 스크린 속 중화요리집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 2022.01.26 19:40
영화 속 부산의 중국 음식점 3곳을 다녀왔다. 세 곳은 모두 화교가 운영하고, 배달은 하지 않는다. 오래되고 중국 현지 느낌의 이국적인 매장 분위기, 주방장이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도 공통점이다. 영화가 개봉한지 10년, 20년이 지났는데도 촬영지였던 이곳엔 여전히 ‘그 영화’의 기억을 좇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올드보이 ‘장성향’

- 부산역 차이나타운 내 아담한 가게
- 사장부부 직접 빚은 왕만두로 명성
- 아들도 만두 전문점 내 3대째 가업
장성향을 운영하는 왕길미(오른쪽), 김현미 씨 부부가 ‘올드보이’가 촬영됐던 방 입구에서 군만두를 보여주고 있다.
‘올드보이’의 오대수(최민식 분)는 이유를 모른 채 사설감옥에 감금돼 15년 동안 군만두만 먹는다. 감옥에서 풀려난 뒤 그릇에 적혀있던 ‘靑龍(청룡)’이라는 글자를 단서로 중국집을 찾아다닌다. “10군데건 100군데건 상관없다. 15년 먹은 맛을 잊을 수는 없으니까”라며. 그때 주요 장면을 촬영한 중국집이 바로 ‘장성향’(동구 초량동)이다.

부산역 5번 출구로 나오면 차이나타운인 초량상해거리가 시작된다. 화교인 왕길미(68) 씨와 그의 아내 김현미(62) 씨 부부가 운영하는 ‘장성향’은 이 거리에 있다. 가게 외관에 올드보이 속 최민식의 모습이 붙어 있어 금방 찾을 수 있다. 단순한 한 장의 사진이 아니라 여러 음식 사진이 모여 완성된 대형 모자이크다.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군만두를 먹는 장면(위)과 장성향의 군만두.
김 씨는 “몇 년 전 아들이 아이디어를 내 손님들이 우리 가게 음식을 먹고 블로그에 올려둔 사진을 모아서 만들었다”고 했다. 아들 왕균재(38)씨는 지난해 만두만 판매하는 장성향 기장 오시리아점을 내고 온라인 판매도 시작해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홀엔 테이블이 5개 남짓하고 4개의 작은 방이 있어 생각보다 아담하다. 김 씨는 “최민식 씨는 2014년 ‘배우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다시 가게를 찾았다”며 가게 벽에 있는 같이 찍은 사진을 가리켰다. 최민식, 강혜정을 비롯해 여러 유명 인사의 사인도 붙어있다. 김 씨는 “박찬욱 감독님 사인을 안받은 게 후회된다”고 아쉬워했다.

당시 영화에는 촬영팀이 가져온 만두를 썼지만 장성향의 군만두는 크기와 맛으로 유명하다. 군만두 5개에 7000원, 7개에 9000원인데, 크기가 다른 집 배(倍)라고 했다. 국내산 돼지고기를 직접 분쇄하고 생강, 배추, 대파 등을 넣는데, 고기소에서 배어나오는 육즙과 풍미도 포인트다. 영업을 마치고 밤 9시가 되면 매일 저녁 부부가 직접 하루 800개 정도 만두를 빚는다. 김 씨는 “이 만두면 내가 15년 동안 먹고 살겠다고 하는 소리가 제일 듣기 좋더라”며 웃었다.


# 범죄와의 전쟁 ‘동궁 중화요리’

- 중앙동 소재 화교 부부 20년째 운영
- 양장피 등 ‘하정우 먹방 세트’ 인기
- 백종원 3대천왕도 출연… 손님 북적
동궁 중화요리를 운영하는 여기진(오른쪽), 박진영 씨 부부가 ‘범죄와의 전쟁’에서 하정우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가게에 붙여둔 영화 장면을 가리키고 있다. 여 씨가 가리키는 것은 자신의 출연 장면.
‘범죄와의 전쟁’에서 혼자 저녁식사를 하고 있던 폭력조직 보스 최형배(하정우 분)에게 비리 세관 공무원 최익현(최민식 분)이 찾아온다. 하정우가 탕수육을 먹고 소주로 ‘가글’하던 곳이 바로 ‘동궁 중화요리’(중구 중앙동)다. 2002년 개업한 동궁은 화교인 여기진(59)와 아내 박진영(57) 씨 부부가 운영한다. 하정우 앞에 양장피 탕수육 마파두부밥을 차린 것도 여기진 씨의 솜씨다. 여 씨는 “NG를 대비해 2세트를 준비했는데 하정우 씨가 NG없이 맛있게 잘 드셨다”고 했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하정우가 중화요리를 먹는 장면(위)과 동궁의 마파두부밥 양장피 탕수육.
영화가 나오고 하정우의 먹는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동궁은 당시 하정우가 앉았던 자리에 스틸 사진을 붙이고 안내 표시도 했다. 양장피 탕수육에 소주와 잘 어울리는 짬뽕 국물을 곁들여 ‘하정우 먹방 세트’도 만들었다. 여 씨는 “‘하정우신’이라고 모시고 싶을 정도로 고맙다. 영화와 하정우 씨 덕에 가게가 많이 컸다”며 웃었다. 박 씨는 “‘백종원의 3대천왕’에 출연했을 때는 방송 끝나자마자 가게에 줄을 설 정도로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영화는 바로 반응이 오지 않지만 끝까지 길게 간다. 근처의 다른 식당은 주말에 문을 닫는데, 우리는 다른 지역에서 영화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어서 연중무휴”라고 했다.

여 씨는 윤종빈 감독의 제안으로 식당 주인 역으로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새벽 2시에 최민식 씨가 식당에 와서 몸 수색하는 장면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컷’ 외치시고는 저한테 ‘최민식 씨를 쳐다보시면 안 됩니다. 자연스럽게 하세요’라고 하셨다. 이후엔 촬영 내내 긴장해서 앞만 보고 어색하게 ‘쫄려’ 있었다”며 웃었다.

모든 메뉴를 주방에서 혼자 직접 만드는 여 씨는 “양장피는 피가 2장이란 뜻인데, 손이 많이 가는 메뉴지만 직접 다 만든다. 탕수육도 케첩을 쓰지 않는 옛날식이고, 마파두부도 중국식으로 두반장을 넣어 매콤하게 한다”고 소개했다.


# 신세계·범죄와의 전쟁 ‘화국반점’

- 동광동 위치… 옛 방식 그대로 요리
- 회식·밀담 장소로 영화 자주 등장
- 이정재·박성웅은 단골돼 매년 방문
‘화국반점’에서 왕애국(오른쪽), 왕조덕 씨 남매가 ‘신세계’가 촬영됐던 그 자리에서 영화 장면처럼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화국반점(중구 동광동)에 들어서니 황정민의 “브라더”가 귓가에 맴돈다. 이곳은 ‘신세계’에서 언더커버 경찰 이자성(이정재 분)과 범죄조직 실세인 정청(황정민 분) 일당이 회식을 하던 곳으로 나왔다.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세무 공무원 최익현(최민식 분)과 조폭 김판호(조진웅 분)가 밀담을 나누던 장소로 등장한다.

화국반점은 화교인 왕애국(65) 왕조덕(60) 씨 남매가 운영한다. 누나인 왕애국 씨는 “‘신세계’ 회식 장면에서는 일품완자, 유산슬 등 12가지 요리를 테이블마다 나눠 세팅했다. 영화 속 고량주잔 주전자 접시도 모두 화국반점에서 쓰던 것이다”고 설명했다.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팔보채 탕수육 고량주를 놓고 이야기한다.

‘신세계’에서 이정재와 황정민 일당이 회식을 하는 장면(위)과 화국반점 팔보채와 탕수육.
그는 “이정재 씨는 작년에도 다녀갔다. ‘신세계’에 나왔지만 이 곳 촬영이 없었던 박성웅 씨는 나중에 다녀간 뒤 단골이 돼 ‘어머님, 저 언제 갑니다’라고 직접 전화를 걸어 예약도 한다. 계속 찾아와주는 배우들, 서울 미국 일본 등 멀리서 온 손님들에게 참 고맙다”고 했다. 2017년에는 현빈·유해진이 식당 2층에서 영화 ‘공조’를 찍었고 왕애국 씨가 식당 주인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남매는 1980년부터 화국반점을 운영했다. 왕애국 씨는 “당시 부산시청 등 관공서가 근처에 있어서 관공서 손님이 많은데, 화교니 존댓말도 잘 몰라 실수할까봐 말을 잘 안 했다”면서 “아빠 엄마 모시고 온 딸이 ‘여기 영화 찍은 곳이다’고 알려주니 아빠가 ‘예전에 이집 단골이었다’더라”며 웃었다.

화국반점만의 특징에 대해 왕애국 씨는 “옛날 그대로 하는 게 다른 곳과 다를 것이다”고 했다. 탕수육도 투명한 소스가 적당히 발라지듯 부어져 나온다. “탕수육(糖醋肉)의 탕은 설탕, 수는 식초, 육은 고기다. 소스에는 설탕과 식초만 들어간다. 그것만 들어가야지 케찹이나 다른 게 들어간 건 탕수육이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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