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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심장 이식 후 임신…생명잇기의 기쁨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2020.11.23 19:33
필자는 환자 김모(여) 씨를 2017년 8월 처음 만났다. 이 환자는 약물로는 치료가 어려운 말기 심부전으로, 서울지역에 이식 등록을 했다가 연고지 관계로 우리 병원으로 적을 옮겨 이식을 받기로 한 상태였다. 당시만 해도 한강 이남에서 이식을 하는 병원을 찾기 어려워 적지 않은 부산·경남지역의 말기 심부전 환자가 어렵게 서울로 가 이식과 심장수술을 받던 시기였다.

감사하게도 입원 한달 반 만에 가까운 곳에서 기증자가 나타나 그해에 심장이식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퇴원을 한 후 김 씨는 재활 기간을 거쳐 다시 일을 시작했고, 2년이 지나 백화점 매장의 매니저가 되었다.

이식 환자들은 불가피하게 면역억제제를 복용한다. 두세 달에 한 번, 외래에서 면역억제제의 혈중 농도를 확인하고 목표 농도를 철저히 조절한다. 목표 농도보다 너무 낮으면 남의 조직인 이식 심장에 대한 거부 반응이 올 수 있고, 수치가 너무 높으면 감염증이 생기거나 면역억제제 고유의 부작용에 시달리게 된다.

이식 환자에게 있어 임신은 여러 가지로 위험성을 갖는다.

우선 아이가 잉태되는 과정에서 면역억제제가 기형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 임신은 역동적인 생체반응 과정으로 면역억제제의 농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 거부 반응의 확률이 높아진다. 여성 환자의 경우 이식 1년 이내에는 철저히 피임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지난 2월 어느 날 김 씨로부터 임신 소식을 들었다. 계산된 계획 임신은 아니었지만 모체와 태아를 모두 살리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바꾸고, 산부인과와의 협진을 시작했다. 2~4주에 한 번 심초음파를 확인하고 주 2회 정도 증상을 살피며 산모와 태아를 철저히 모니터링했다. 마음을 졸이며 그렇게 9주를 보냈고, 태아 초음파에서 아기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는 것을 확인했다. 24주째 양수검사에서도 기형률이 높은 염색체는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이후로는 한 달에 한 번, 태아초음파와 모체의 심장초음파를 체크하며 면역억제제 농도를 조절했다.

하지만 지난 9월 16일, 33주 2일째 예기치 못한 가진통(假陣痛)으로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하게 되었다. 산모의 상태는 괜찮았지만 조산으로 태어난 아기는 호흡이 약하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있어 신생아호흡증후군으로 진단됐다.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헌신적인 신생아팀의 진료로 한 달 뒤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심장 기증으로 김 씨는 살아나 일상을 되찾았고, 새로운 생명이 탄생할 수 있게 되었다. 분명 기증자 분도 아기의 탄생을, 중환자실에서 병을 이겨 나간 것을, 퇴원을 기뻐하고 축복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 병원 심장이식팀은 오늘도 기증자와 수혜자 간의 생명잇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렇게 이어진 생명이 또 다른 이에게 희망이 되고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게 되기를 소망해본다. 이수용 양산부산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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