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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워라밸…안녕한가요 <1> 부산 세대·업종별 설문조사

일보다 삶의 여유 찾는 20대 … 집에 일감 들고 가는 50대
하송이 박호걸 기자 | 2019.10.21 19:47
당신의 워라밸 점수는?
# 일·생활 양립 인식은 뚜렷

- 일 고되도 주말엔 여가활동
- 절반 넘는 56%가 긍정 답변
- 경영진 관심 부족이 워라밸 방해

# 연령·업종별 온도차

- 현장·주말 근무 많은 건설업
- 있는 제도 사용도 ‘그림의 떡’
- 일에서 삶의 존재감 찾는 50대
- 20대와의 괴리에 갈등 생기기도

설문조사에 나타난 평균점수만 본다면 부산 직장인이 생각하는 일·생활 균형 수준은 형편없는 정도는 아니다. 특히 가족을 먼저 고려한다는 항목에서는 비교적 높은 점수가 나와 우선 대상이 일에서 가정으로 옮겨가는 추세를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에서는 여전히 만들어 놓은 제도조차 사용하기 어려웠으며, 여가나 자기 계발까지 신경쓰기엔 아직 여유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사용 용이성 공공기관이 으뜸

부산지역 건설업체에 입사한 지 9년 차인 김모(36)씨는 6년째 타지 생활을 하고 있다. 업무 특성상 회사가 수주하는 건설 현장을 따라 이동해야 하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김 씨의 출근 시간은 현장이 문을 여는 때에 맞춰 오전 7시, 퇴근은 오후 6시 전후다. 밤 늦게까지 해야 하는 공정이 있을 때면 야간 작업도 불사한다. 부산의 집에는 2주에 한번 꼴로 온다. 주말에도 현장은 돌아가니 집에서 쉴 때도 전화받는 일이 잦다. 김 씨는 “회사에서도 주 5일 근무를 하라고 하지만 매주 집에 다녀오기 어려워서 ‘그림의 떡’인 경우가 더 많다”고 털어놓았다.

‘업종’은 워라밸 수준 온도차가 두드러지는 항목 중 하나다. 국제신문은 지역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종사자 수 등을 감안해 ▷도매 및 소매업 ▷제조업 ▷건설업 ▷공공기관 ▷금융 및 보험업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으로 구분해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총점은 건설업이 가장 낮았는데, 특히 일·성장 균형 분야가 3.01점에 그쳤다. 이 분야 6개 질문 중 4개가 중간인 3점을 넘지 못했다.

‘제도 사용 용이성과 조직문화’ 분야 질문에서는 제조업이 3.24점으로 최저를 기록했다. 공공기관이 3.75점, 금융 및 보험업이 3.67점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가장 벌어진다. 특히 이 분야에서는 공공기관이 금융 및 보험업을 앞질렀는데, 이는 워라밸 관련 제도를 활용하는 데에는 사기업보단 공공기관이 더 너그러운 분위기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동서대 김영미(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금융권이나 지방에 이전한 공공기관의 경우 숙련된 직원을 놓치는 걸 손해라 생각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임금뿐만 아니라 일·생활 균형 관련 정책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소매업이나 제조업체는 대체인력을 구하느니 신입 직원을 뽑는게 낫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이처럼 업종·직장유형별 격차가 큼에도 조사에서 점수 차가 크게 드러나지 않은 것은 열악한 업종에서는 워라밸이 안되면 그냥 그만둬 버리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각오를 해 기대 수준 자체가 낮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대 ‘일하면서 행복하지 않아요’

평균점수로만 보면 연령별로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세부 질문을 들여다보면 온도차가 확인된다. 특히 ‘일을 하며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낀다’는 질문에서는 연령이 낮을수록 점수도 함께 내려갔다. 50대 이상의 평균점수는 3.50점, 40대 3.30점, 30대 3.09점, 20대 2.93점이다. 경제 성장 시기를 누려본 중·장년층은 일에서 삶의 의미와 존재감을 찾는 반면 젊은 층은 일보다는 다른 분야에서 그 의미를 찾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 일을 집에 가져가지 않는다’는 질문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드러난다. 20대는 부정적 답변(전혀 그렇지 않다 + 다소 그렇지 않다)이 8.7%였지만 50대 이상은 17.4%로 두 배가 넘었다.

최고 경영자의 워라밸 의지를 평가하는 시각도 나이에 따라 달랐다. 50대 이상은 55.5%가 긍정답변(다소 그렇다 + 매우 그렇다)을 했지만 20대는 29.1%에 그친 것이다. 직장 내에서 비교적 높은 직위에 있는 50대 이상의 경우 최고경영자와 의견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20대는 달리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연령별 인식 차이는 현장에서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동료’ 아닌 ‘회사’가 문제

‘워라밸 제도 사용 용이성과 조직문화 분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워라밸을 실현하기 어려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상사나 동료와의 유대관계를 묻는 질문에서는 평균 3.6점 내외로 높은 편이었으나 최고경영자의 일·생활 균형 독려는 3.19점에 그쳤다. 회사가 직원의 삶을 중요시하느냐는 질문 역시 3.20점이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워라밸 장애요소를 묻는 질문에서도 드러난다. 직장문화 조성 걸림돌로 ‘제도에 대한 직원들의 낮은 인지도’를 꼽은 비율은 2.5%에 불과한 반면 ‘최고경영자나 임원의 관심과 의지 부족’을 택한 경우는 12.2%였다. 즉, 이는 워라밸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최고 경영자의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워라밸 실현 과정에서 의지와 현실이 괴리되는 현상도 확인됐다. ‘일이 고되어도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질문은 24개 질문 중 유일하게 중간점수를 넘지 못했다. 이에 반해 ‘일이 고되어도 주말에는 여가활동을 할 마음이 생긴다’는 질문엔 절반이 넘는 56.5%가 긍정적 답변을 했다. 즉, 실제로는 일 때문에 힘들긴 하지만 여가활동에 대한 의지는 높다는 의미다.


※6개 직종 600명 1대1 면접조사

‘부산 기업의 워라밸과 직장 문화 실태조사’는 부산 지역 워라밸 수준과 장애요소를 알아보기 위해 국제신문이 ㈜도시와공간연구소에 의뢰해 부산 직장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임의할당 표집 방식에 따라 6개 직종마다 100명씩 추출해 총 600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지난 8월 13일부터 약 한달간 전문 면접원이 질문지를 활용해 1:1 면접조사했다. 질문문항은 명지대 김정운(여가경영학과) 교수 외 1명이 2008년 발표한 ‘일과 삶의 균형 척도 개발을 위한 연구’에서 사용한 문항을 전문가 자문을 거쳐 수정해 사용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0%다.

하송이 박호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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