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당·교회만의 장식서 벗어나
- 귀걸이 브로치 등 활용도 다양
- 전리단길 ‘스튜디오 꾸움’
- 스테인드글라스 일일체험 가능
- 다양한 색유리 취향별로 선택해
- 소품 만들어 조명 비추면 은은
- 햇빛 등 통과해야 매력 발산

어릴 적 성당이나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접하고는 창문을 장식하는 인테리어인줄 만 알았다. 색유리로 채워진 창으로 햇빛이 통과해 들어오면 그 자체로 영롱한 조명이자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성당이나 교회 특유의 조용하고 성스러운 분위기까지 더해져 그런 장소의 건축 양식인 양 받아들였다.

스튜디오 꾸움의 지혜은 대표가 광안대교를 모티브로 제작한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벽에 걸린 작품은 감천문화마을과 케이프 타운에서 받은 인상을 담아 포근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조금만 둘러보면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들 수 있는 소품들이 다양하다. 작게는 귀걸이부터 브로치, 책갈피, 전등갓까지 다양하다. 일본의 오래된 카페처럼 조금은 침침하지만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를 내는 전등갓을 떠올려 보면 그런 것도 다 스테인드글라스 소품이었다. 스테인드글라스 체험이나 강좌를 모두 진행하는 곳이 있어 스테인드글라스의 매력에 대해 들어봤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도서관과 놀이마루, 전포성당 일대를 전포카페거리라고 부른다. 많은 카페와 밥집이 옹기종기 모여서 만들어진 거리다. 거기서 NC백화점 쪽으로 내려가서 전포초등학교 뒤편으로는 카페 대신 작은 공방이나 옷가게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카페거리의 인기를 이어받으려는 듯 사람들이 이곳을 전리단길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스테인드글라스 체험과 강좌, 구매가 가능한 공방인 ‘스튜디오 꾸움’이 들어선 곳도 이곳으로 사무실과 상가 사이에 하나둘씩 공방을 찾아볼 수 있다.

스테인드 글라스로 귀걸이와 책갈피 등 다양한 소품을 제작할 수 있다.

스튜디오 꾸움에선 스테인드글라스 일일 체험을 할 수 있다. 아무 색도 없는 평범한 판유리에 색을 칠해 가마에 구워내는 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스테인드글라스용 색유리가 제품으로 나와 있어 그중에 원하는 색을 선택만 하면 된다. 유리는 주로 미국과 중국에서 만들어진다. 파란 물감을 넣고 우유를 떨어뜨린 듯 불투명한 파란색에 흰색의 마블 무늬가 있는 유리를 비롯해 투명함을 살리면서 다양한 색상을 가진 유리가 가득했다. 보통의 스테인드글라스용 유리는 3㎜ 두께로 유리창용 판유리와 비슷하지만 강도는 훨씬 강해 작업 중 바닥에 떨어뜨려도 잘 깨지지 않는다.

공방에서 가장 시선을 사로잡았던 건 회색의 진한 벽에 걸려 있던 스테인드글라스 뒤편에 조명을 설치해 전체를 액자로 만든 작품이었다. 알록달록한 지붕의 집들이 옹기종기 붙어 모자이크처럼 보였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풍경이라 자꾸 눈이 갔다. 지혜은 대표는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서 1년 정도 지냈는데 그곳의 예쁜 집들이 기억에 남았다. 그걸 모티브로 표현하려고 했는데 고향이 부산이다 보니 감천문화마을의 이미지도 더해져 보시는 분들은 다 감천문화마을인 줄 안다”며 웃었다. 불투명한 유리와 투명한 유리가 섞여 집 모양을 이루고 있으니 투명한 쪽으로 뒤쪽의 조명이 새어 나왔다. 그게 꼭 작은 집에 불이 켜진 것처럼 보여 무척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티라이트를 켜면 집에 불을 켠듯 보이는 캔들홀더.

테이블엔 그 작품 속 집을 하나씩 꺼내 만든 캔들 홀더가 있었다. 나무판에 스테인드글라스를 꽂는 홈과 티라이트가 들어간 원형 홈이 있어서 각각 끼우면 위의 작품 같은 효과가 난다. 지 대표는 “스테인드글라스는 햇볕이나 조명이 통과해야 그 매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유리가 가진 색을 빛으로 뿜어내기 때문에 주변이 포근해지는 느낌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것 외에 탕에 거는 소품인 ‘선 캐처’가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창틀에 걸어두고 햇볕의 좋은 기운을 모아 집을 정화하는 데 사용한 장식품이다. 부산의 시어인 고등어와 광안대교를 표현한 제품이 눈에 띄었다. 공방 한쪽의 선반에는 전등갓과 거울 작품도 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그 자체로 인테리어 효과와 소품이 가지는 기능을 다 충족시킬 수 있어 매력이 크다.

스테인드 글라스용 유리를 전용 커터로 자른 뒤 꼭 누르면 한 번에 잘 떨어진다.

스테인드글라스 소품을 제작하는 공정은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다. 색유리를 원하는 모양대로 잘라 모서리 부분을 동 테이프로 돌려가며 붙이고 그 위를 납땜해 완전히 접착시킨다. 이때 오래 묵은 듯한 느낌을 살리려면 붙인 동 테이프를 산화시켜 색상을 변하게 할 수도 있다. 고온의 납땜기를 다루는 것은 제법 까다로운 일이라 아이들을 동반한 체험은 안전 문제 때문에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성인이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해볼 수 있고 완전한 초보라도 1시간 동안 책갈피를 2개 정도 완성할 수 있다. 유리를 자르는 공정도 안전하다. 코팅된 장갑을 끼고 공업용 다이아몬드가 붙어 있는 전용 커터로 꽉 눌러 홈을 파 금을 만든다. 전용 커터는 마치 펜처럼 생겨 연필을 잡듯 쓰면 된다. 선을 그은 부분을 전용 집게로 꽉 잡아주면 ‘똑’ 소리와 함께 절단면이 깨끗하게 떨어진다. 지 대표는 “특별히 손재주가 없는 분도 3개월 정도면 다양한 작품에 도전할 수 있다. 색색의 유리를 배합하는 재미에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글·사진=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