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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관중 예상 유일 적중…'치악산 호랑이'? 원래 온순했죠"

kcc 우승 이끈 전창진 감독
부산시민 덕 프로농구 침체 회복
정성껏 홈펜 사인하는 선수 기특
의견 웬만하면 수용하려고 노력
허웅이 제안한 전술 잘 먹힌적도
60대 나이…은퇴생각은 늘 해요
백창훈 기자 huni@kookje.co.kr | 2024.05.12 18:48
KCC 전창진 감독이 지난 9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산=농구’를 약속했다. 사진은 전 감독이 지난 5일 경기도 수원 k아레나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작전 지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잘 왔다, 부산!”

 부산 연고지 프로스포츠 구단으로서 27년 만에 지역에 우승컵을 안긴 프로농구 KCC 전창진 감독이 지난 9일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한 첫 마디다. 챔피언결정전 우승만 네 차례에 이르고, 별명이 ‘치악산 호랑이’일 정도로 무서운 카리스마의 소유자인 전 감독은 프로농구 역대 최연소(39세)·최고령(60세) 우승 감독 기록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다음은 전 감독과의 일문일답.

 -부산시민께 우승 소감을 전하자면.

 ▶연고지 이전 첫해부터 이렇게 많은 성원과 응원을 보내주셔서 큰 힘이 됐다. 사실 한국 프로농구가 그간 많이 침체됐는데, 부산시민 덕에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KCC도 부산에 대한 애정을 더 많이 갖고 좋은 성적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하겠다. 정말 감사하다.

 -챔프전 홈경기 2연속 1만 관중을 돌파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나.

 ▶제가 kt소닉붐 감독 시절 한 차례 부산을 겪어봤다. 부산은 성적만 나오면 구름 관중이 몰리는 그런 곳이다. 이번 4강 플레이오프 때도 사직체육관에 수천 명이 입장하면서 챔프전 흥행도 사실 예상했다. 근데 KCC 내부에서는 내 말을 믿지 않더라. 1만 관중이 돌파하니 그제야 ‘이게 부산이구나’하고 다들 놀라는 분위기였다. 아쉬운 건 홈경기장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하지 못한 거다. 아직도 KCC 직원들이 아쉬워하는 것을 넘어 한탄하고 있다.

 -사직실내체육관을 홈구장으로 쓰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나.

 ▶매 경기, 부산시민이 엄청나게 찾아와 주셔서 불편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경기도 수원 kt아레나(3000여 석)에서 치른 경기는 마치 ‘연습 경기’인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결승전 때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수원까지 직접 찾아와주셔서 당시 저를 포함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엄청 놀랐다. 부산에서 이 정도의 애정과 관심을 쏟아주셔서 불편한 건 없다.

 -부산 kt 감독 시절 정규리그 우승과 KCC 챔프전 우승 기분을 비교하자면.

 ▶당연히 이번 우승이 더 기쁘다. 특히 이번 KCC는 좋은 전력을 갖추고도 2023-2024시즌 정규리그 때 부상으로 인해 구성원이 제대로 뭉치지 못하면서 성적이 안 좋았는데, 결국 챔프전 우승을 이뤘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연고지 이전 첫해 우승 타이틀까지 가져왔다. 기적 같은 일이다.

 -선수들에게 특별히 고마운 점이 있다면.

 ▶연고지 이전 후 선수들이 홈경기가 있는 날에는 저녁 식사를 한 번도 하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기다리는 홈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다 보니 그렇게 됐다. 1시간 정도의 사인이 끝나면 곧바로 사무국과 클럽하우스가 있는 경기 용인시로 이동해야 한다. 도착하면 새벽 2시, 피곤하니 곧바로 잔다. 홈 팬을 대하는 선수들의 마음이 참 고맙고 기특하다.
 -부산은 ‘구도(求道)’로 불릴 정도로 구기 종목에 진심이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부산은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제2의 도시지 않느냐. 그런데 지금까지 부산을 연고로 한 프로 구단들이 우승을 하지 못하다 보니 거기에 대한 갈증이 많은 것 같다. 다행히 이번에 KCC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목마름을 해소해 준 것 같아 기쁘다. 부산시민이 ‘부산=농구’를 떠올릴 수 있게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하겠다.

 -어느새 60대로 프로농구 최고령 챔프전 우승 감독이 됐다. 젊은 선수들과 의사소통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나.

 ▶제 입장에서 보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정도로 선수단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금은 선수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편이고, 이 방법이 더 옳다고 본다. 옛날에는 시합 전날에도 많이 연습시키고 강제로 상대 선수들의 플레이를 비디오로 시청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의 시대다 보니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유튜브 등을 통해 알아서 매치될 상대 선수의 플레이를 파악한다. 저로서도 할 일이 줄어드니 요즘이 훨씬 편하다. 또 선수들의 의견을 웬만하면 수용하려고 노력한다. 한번은 정규리그 때 수비가 워낙 안 되나 보니 (허)웅이가 “수비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으니 아예 공격적으로 가죠”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그렇게 전략을 바꾸니 안되던 수비가 되더라.

 -별명이 ‘치악산 호랑이’일 정도로 카리스마가 대단한데, 실제 성격은 어떤가.

 ▶저는 원래 어릴 때부터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하고 주변에서 성격도 온순하다고 했다. 근데 39살 때 농구 감독을 시작할 때 책임감이 생기고 모든 것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아지면서 성격이 많이 변한 것 같다.

 -평소 쌓인 스트레스는 어떤 방법으로 해소하는지.

 ▶제가 술을 못 먹다 보니 주로 흡연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그리고 드라마나 영화를 자주 보는 편이다. 의외의 취미 생활이지 않느냐. 다들 놀란다. 하지만 사실이다. 최근에는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을 시청했고, 영화로는 범죄도시를 모두 봤다. 단순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영상을 자주 보는 편이다. 또 보면서 농구 생각을 자주 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메모를 하기도 한다.

 -적지 않은 나이인 만큼 은퇴에 대한 생각도 있나

 ▶선수와 마찬가지로 감독직도 마약과 같다. 연예인처럼 많은 사람들 앞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준 뒤 주목을 받으면 행복감을 느낀다. 스타덤에 오르면 그보다 기쁠 수가 없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유독 팬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다. 이 나이에 욕을 먹다 보니 ‘뭐 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항상 은퇴에 대해 생각한다.

  -부산 팬들에게 각오 한마디.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부산시민이 보여준 응원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다음 시즌에도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KCC와 희로애락을 함께 해달라. 백창훈 기자 huni@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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