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14년 만에 열릴 예정이던 축구 국가대표팀 A매치가 전격 취소됐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의 잔디가 훼손돼 칠레 측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9월 11일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칠레와의 평가전을 다른 도시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칠레전 부산 개최를 발표한 지 불과 11일 만이다.

칠레전이 취소된 건 아시아드주경기장의 잔디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부산을 방문한 칠레 실사단은 “잔디 상태가 엉망이다. 에어컨을 비롯한 부대시설도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불만을 표시했다. 부산축구협회 관계자는 “칠레 실사단이 ‘지난 3월 덴마크와 원정 A매치를 할 때도 훼손된 잔디 때문에 선수들이 부상 위험에 노출됐다’고 하더라. 잔디 상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축구협회는 최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잔디 관리 책임자를 부산으로 다시 보내 상황을 점검한 끝에 최종적으로 취소 결정을 내렸다. 축구협회는 “잔디를 긴급 보수해도 칠레전까지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해 불가피하게 개최도시를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의 잔디가 훼손된 것은 지난 7월 가수 싸이의 콘서트 때였다. 김진만 부산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장은 “당시 잔디 위에 무대가 설치됐다. 관객들도 잔디 위에 매트를 깔았다”면서 “여기다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잔디가 추가로 괴사하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칠레전까지 훼손된 잔디를 걷어내고 새로 심는 게 불가능했다”면서 “A매치 일정이 일찍 확정됐더라면 싸이 콘서트 허가를 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축구협회 또 다른 관계자는 “예산을 활용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모르겠는데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은 2002 한일월드컵의 성지다. 당시 우리나라가 폴란드를 2-0으로 꺾고 월드컵 첫 승을 거뒀다. 2004년 독일과의 평가전(3-1 승리)을 마지막으로 A매치가 열리지 않았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