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현수 태클 실수로 선제골 허용
- 멕시코 반칙후 역습으로 결승골
- 기성용 “내 탓… 모두 최선 다해”
- 황희찬 “힐킥대신 슛 했더라면…”
- 손흥민, 문 대통령 위로에 ‘펑펑’

“운이 따르지 않았다.”

24일(한국시간)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2차전에서 멕시코에 1-2로 무릎을 꿇은 신태용 감독의 ‘변명’이다. 태극전사들은 3차례의 결정적인 장면에 울었다. 심판의 휘슬도 아쉬웠다. 만회골을 폭발한 손흥민(26·토트넘)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한국이 2018 러시아월드컵 멕시코와의 F조 2차전에서 패했다. 사진은 장현수(아래)가 전반 24분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주는 장면. 연합뉴스

■두 경기 연속 페널티킥골 허용

신 감독은 멕시코전에서 손흥민·이재성(전북)을 투톱으로 기용했다. 황희찬(잘츠부르크)과 문선민(인천)은 좌우 측면 돌파를 노렸다. ‘땅콩’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와 벨라·이르빙 로사노를 스리톱으로 배치한 멕시코는 전방 압박을 통해 70%대 점유율을 유지했다.

선제 실점의 빌미는 전반 24분 나왔다. 수비수 장현수(FC도쿄)가 페널티 박스에서 안드레스 과르다도에게 태클을 했다. 과르다도가 찬 크로스는 넘어진 장현수의 오른팔에 맞았다.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하자 키커로 나선 벨라가 오른쪽 골문을 꿰뚫었다. 스웨덴과의 1차전에서도 김민우(상주)의 반칙으로 결승골을 내줬던 우리나라는 두 경기 연속 PK 실점에 고개를 숙였다.

■주심, 멕시코 선수 반칙 ‘모르쇠’

주장 기성용(오른쪽)이 주심에게 항의하는 장면. 연합뉴스

후반 21분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상대 진영에서 멕시코 선수에게 걸려 넘어졌다. 바로 앞에 있던 주심은 반칙을 선언하지 않았다. TV 리플레이 화면에는 기성용이 발에 걸리는 장면이 정확하게 나왔다. 우리 수비수들이 주춤하는 사이 로사노의 패스를 받은 에르난데스가 장현수를 제치고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넣었다. AFP 통신은 “헥토르 에레라가 분명하게 발을 걸었는데 반칙 선언이 되지 않아 득점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신 감독은 “기성용이 분명히 다리를 차였다. 이런 판정 실수가 나오면 비디오 판독(VAR)을 신뢰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두 번째 실점이 내 실수 탓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다른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양보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황희찬(잘츠부르크)도 멕시코전을 아쉬워했다. 그는 이날 후반 중반 상대 위험지역에서 상대 수비수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공을 가로채 골키퍼와 1 대 1 기회를 잡았다. 그는 직접 슛을 하는 대신 힐킥으로 달려들던 손흥민에게 공을 빼줬다. 아쉽게 골로 연결되지 못했다. 황희찬은 “골키퍼를 제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손)흥민 형한테 내주면 완벽한 찬스라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신 감독은 “(월드컵) 준비기간 10개월은 짧았다. 부상선수가 많아 기회를 더 많이 만들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무득점 월드컵’ 걱정 날린 손흥민

멕시코전 직후 라커룸에서 눈물을 흘리는 손흥민(오른쪽)을 문재인 대통령이 위로하는 모습. 연합뉴스

후반 추가 시간 손흥민은 왼쪽 측면을 돌파한 이재성이 중앙으로 공을 찔러주자 아크 정면에서 지체 없이 왼발로 강하게 감아 찼다. 빨랫줄 같은 궤적을 그린 공은 그대로 오른쪽 골문에 꽂혔다. 에이스의 자존심을 살린 만회 골이었다. 경기 직후 손흥민은 응원차 방문한 문 대통령을 보며 울었다. 그는 “대통령님께서 많이 위로해주셨다. 선수들 잘했다고…. 조금 힘을 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눈이 부은 채 공동취재구역에 다시 나온 손흥민은 “제가 많이 미안하다. 초반에 찬스가 왔을 때 해결했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또 페널티킥 반칙을 범한 장현수·김민우에 대해선 “당연히 잘하려다 그런 실수가 나왔다. 현수 형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덧붙였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