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원 손편지 받았던 최민정
- “힘든 순간을 버틴 원동력”

- 윤성빈 “표현 못해 죄송해요
- 사랑합니다” 말에 엄마 눈물

- 이상화의 은퇴 바랐던 엄마
- 기특한 딸 향해 격려의 미소

“엄마가 아이를 위해 못 할 게 있나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엄마.”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이 “사랑해요”라고 말하자 어머니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영웅들도 어머니 앞에선 평범한 딸과 아들이었다. 딸과 아들은 때론 어머니에게 투정을 부리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는다. 그 모습에 어머니도 잠시 서운함을 느낀다. 그래도 그들이 서로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사랑해”였다.

23일 평창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행사 도중 쇼트트랙 최민정이 어머니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23일 평창 용평리조트 내 P&G 하우스. 태극전사들이 엄마와 오랜만에 수다를 떠는 자리가 마련됐다. 경남 남해 출신의 스켈레톤 윤성빈(24)이 먼저 들어섰다. 스피드스케이팅 이상화(29)·박승희(26)와 쇼트트랙 최민정(20)도 어머니와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과 달리 어머니들의 자식 걱정은 멈출 줄 몰랐다. 지난 22일 여자 쇼트트랙 1000ｍ 결승에서 심석희(21)와 충돌한 최민정에게 어머니 이재순 씨는 연신 “다친 덴 없어? 괜찮아?”라고 물었다.

최민정은 어머니의 손편지가 큰 응원이 됐다고 밝혔다. 이재순 씨는 “(최)민정이가 너무 부담을 가질 것 같아서 평소에 편지를 안 쓰는데 이번에는 직접 써서 선수촌으로 보냈다. 최선을 다하고 즐기라고 적었다”고 소개했다. 1500ｍ 금메달 시상식을 마치고 “엄마와 여행가는 게 소원”이라던 최민정은 “힘든 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엄마의 희생과 믿음·헌신 덕분이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은메달리스트 이상화와 어머니. 연합뉴스

스피드스케이팅 500ｍ 은메달리스트 이상화와 어머니 김인순 씨는 웃음을 자아냈다. 김 씨는 “나는 (이)상화가 은퇴할 줄 알았는데 인터뷰에서 1, 2년 더 하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쉬면서 자기 생활도 즐기고 재활하기를 바랐는데 의아했다”고 웃었다. 뒤에 앉아있던 이상화는 어머니의 등을 가볍게 때리며 함께 웃었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 윤성빈도 이날은 용기를 냈다. “평소에 제가 표현하는 성격이 아니라 어머니가 서운하셨을 겁니다. 오늘 사랑한다는 말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앞에 앉은 어머니 조영희 씨는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현장에서 위로와 축하의 박수가 터졌다. 조 씨는 “오늘 (윤)성빈이 여동생 생일인데 같이 못 왔다. 오빠가 미역국 끓여줘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승희의 어머니 이옥경 씨는 “2014 소치올림픽은 마음 졸이며 봤는데 이번엔 욕심을 내려놓고 즐겼다”며 “선수 생활을 마친 맏딸 (박)승주와는 여행을 다녀왔는데 이제는 (박)승희와 여행 갈 차례”라고 말했다. 이 씨는 덧붙여 “남들은 엄마의 희생이라고 하는데 엄마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다. 내 아이를 위해 못 할 게 없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도 참석했다.

평창=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