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승전서 다시 만난 라이벌

- 연장까지 2 대 2 무승부 접전

- 결국 슛아웃서 3 대 2 미국 승

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의 ‘정신적 지주’ 메간 아고스타(31)가 한 슛이 미국 골리 메디 루니(21)에 막힌 순간. 눈 감고 기도하던 미국 선수들이 뛰어나와 부둥켜안고 빙판을 뒹굴었다. 올림픽 5연패의 꿈을 날린 캐나다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한동안 벤치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미국이 22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결승전에서 캐나다와 슛아웃(승부샷)까지 가는 접전 끝에 3-2로 승리했다. 여자 아이스하키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8 나가노올림픽 우승국인 미국이 무려 20년 만에 정상을 탈환한 것이다.

‘숙적’ 캐나다를 물리치고 ‘올림픽 징크스’도 깼다는 점에서 미국의 기쁨이 더 컸다. 미국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열린 8차례의 세계선수권에서 7차례 우승한 세계 최강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결승에선 랭킹 2위 캐나다를 3-2로 제압하고 4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올림픽에서는 캐나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미국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부터 2014 소치올림픽까지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캐나다와는 결승에서 3차례 맞붙어 모두 패했다. 그 사이 캐나다는 4회 연속 올림픽 정상에 올랐다. 미국은 지난 15일 열린 조별예선 경기에서도 캐나다에 1-2로 무너졌다.

이날 만큼은 달랐다. 미국은 선제골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1피리어드에서 3차례 파워 플레이(상대 선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 기회를 잡아 결국 마지막 파워 플레이에서 골을 뽑아냈다. 19분34초에 시드니 모린의 샷을 문전에 있던 힐러리 나이트가 살짝 방향만 틀어 골망을 흔들었다.

캐나다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2피리어드 2분에 헤일리 어윈이 동점골을 터뜨리더니 4분 뒤에는 마리-필립 풀린이 역전골을 터뜨렸다.

패색이 짙던 미국은 3피리어드 13분39초에 모니크 라모르-모란도가 역습 기회에서 득점에 성공해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두 팀은 20분간의 연장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슛아웃에 돌입했다. 양 팀에서 번갈아 5명의 슈터가 나와 두 골씩을 넣은 가운데 미국은 극적인 동점골의 주인공 라모르-모란도가 슈터로 나섰다. 라모르-모란도는 현란한 드리블로 골리를 제친 뒤 골망을 흔들었다. 캐나다는 2006 토리노올림픽부터 3회 연속 우승을 일군 ‘백전노장’ 아고스타의 슛이 루니를 뚫지 못하자 분루를 삼켰다. 캐나다의 올림픽 연승 행진 역시 24경기에서 중단됐다.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