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회 앞두고 급작스러운 팀 결성

-‘불청객’ 등 논란·우려 많았지만

- 함께 훈련하며 급속도로 친해져

- 스포츠로 하나된 남북 보여줘

- 7·8위 결정전 스웨덴에 1-6 패

- 관중·선수 실망 대신 서로 격려

- 머리 감독 “친선 교류전 논의 중” 

2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 아이스링크에 남과 북의 경계선은 없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한수진이 스웨덴을 상대로 득점하자 북한 선수들도 소리치며 기뻐했다. 관중석에는 한반도기와 “코리아 파이팅” 응원이 넘실거렸다. 누구도 스웨덴에 1-6으로 대패했다고 실망하지 않았다. 이방인인 새러 머리(30·캐나다) 감독조차 “선수들이 자랑스러워서 눈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동·하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남북 단일팀 구성이 결정된 것은 지난달 22일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우리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이 가세해 총 35명으로 구성된 남북 단일팀을 승인했다. ‘정치적’ 결정에 북한 선수들을 불청객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반전은 빨리 찾아왔다.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 모인 남북 선수들은 빠르게 하나가 됐다. 라커룸을 함께 쓰고 함께 훈련을 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졌다. 우리 선수가 북한 선수의 생일 파티를 열어줬다는 소식에 우려의 시선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미국 입양아 출신 박윤정(마리사 브랜트)과 이진규(그레이스 리)는 북한 김은향과 어깨동무하고 셀카도 찍었다. 머리 감독은 “한국 선수들이 북한 선수들에게 K팝 댄스를 가르쳐주더라”라며 웃었다.

북한의 황충금은 개회식 남북 공동 기수로 등장했다. 남북의 에이스인 박종아와 정수현도 김연아에게 성화를 넘기며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마침내 경기에 나선 코리아팀은 B조 조별리그에서 강호들과 만났다. 몸을 날리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서 싸웠지만 실력 차까지 극복할 수는 없었다. 스위스와 스웨덴에 연달아 0-8로 무너졌다. 그래도 북한 선수를 탓하는 한국 선수는 없었다. 지난 14일에는 랜디 희수 그리핀이 일본전에서 역사적인 올림픽 첫 골을 넣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남북 단일팀은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했다. 이것이 올림픽 정신”이라고 평가했다.

머리 감독은 “우리는 남북 친선 교류전에 관해서도 논의 중이다. 계속 끈을 유지하고 싶다”고 소개했다. 1991년 탁구와 축구 남북 단일팀이 그랬던 것처럼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오는 25일 폐회식을 끝으로 해산한다.  

평창=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