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극기 달고 타는 듯” 감동 전해

- 20개팀 중 18위… 한국 최고성적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의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은 어쩌면 ‘아리랑’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민유라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재미교포이다.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익숙하다. 겜린은 미국 태생의 귀화선수다. 두 선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프리댄스 배경음악으로 ‘아리랑’을 선곡했다. ‘가장 한국적인’ 콘텐츠로 승부수를 띄운 두 선수는 마침내 꿈의 무대에서 환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민유라 -겜린은 2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86.52점을 받았다. 쇼트댄스 점수 61.22점을 합쳐 147.74점을 얻은 민유라 -겜린은 20개팀 중 18위에 올랐다. 한국 아이스댄스의 올림픽 최고 성적이다.

이날 민유라 -겜린은 한복을 변형한 의상을 입었다. 전날 라틴 음악에 맞춘 쇼트댄스가 정열적이고 발랄했다면 한국 무용을 연상시킨 이날 프리댄스는 애절하고 서정적이었다. 겜린은 ‘아리랑 아리랑 홀로 아리랑’으로 시작하는 가사에 맞춰 민유라를 들어 올리는 첫 과제 스테이셔너리 리프트를 안정적으로 수행했다. 

음악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겜린이 민유라를 들고 직선으로 이동하는 고난도 스트레이트 라인 리프트를 멋지게 해내자 관중석에선 뜨거운 박수가 나왔다. 

모두 9가지 과제를 수행한 두 선수는 바닥에 앉아 한 손을 들어 올리는 자세로 연기를 마쳤다. 겜린은 한복을 입고 연기하는 것에 대해 “태극기를 달고 스케이트를 타는 기분이었다.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관객과 공유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미소 지었다. 민유라는 “마지막에 음악이 클라이맥스로 향할 때 나도 큰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는 캐나다의 테사 버추-스콧 모이어 조가 122.40점을 받아 쇼트댄스에 이어 1위(총점 206.07점)를 차지했다. 쇼트·프리댄스와 총점 모두 세계신기록이다. 2010 밴쿠버올림픽 금메달과 2014 소치올림픽 개인전·단체전 은메달을 수확한 두 선수는 평창에서 단체전 금메달까지 거머쥐어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목에 건 피겨 선수가 됐다. 전날 상의 후크가 풀리는 사고에도 2위를 차지한 프랑스의 가브리엘라 파파다키스-기욤 시즈롱 조가 총점 205.28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3위는 미국 마이아 시부타니-알렉스 시부타니 조(192.59점)에게 돌아갔다. 

 이수환 기자 leesoo@ko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