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시간 넘는 접전 끝에 3-2 승리

- 2007년 이형택 이후 10년 만에

- 테니스 메이저 대회 16강 진출

- 상대 즈베레프는 라켓 부수기도

- 다음 상대 조코비치 경기력 하향 

- 2년 전 0-3 완패 때와 상황 달라

시속 217㎞가 넘는 서브에도 위축되지 않았다. 정교한 스트로크와 활기 넘치는 네트 플레이로 21개나 되는 상대의 서브에이스 효과를 지워버렸다. ‘아이스맨’이라는 별명답게 위기 때 냉정한 경기운영 능력이 빛을 발했다.

세계 테니스계의 세대교체를 주도하고 있는 정현(21)이 세계랭킹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를 침몰시켰다. 22일 오후 5시(한국시간)‘왕년의 챔프’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꺾으면 한국 테니스 사상 최초로 메이저대회 8강에 진출한다.

정현은 지난 20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총상금 463억 원) 남자 단식 3회전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를 3-2로 제압하고 16강에 진출했다. 

한국 선수가 메이저대회 16강에 오른 것은 10년4개월 전인 2007년 9월 US오픈 남자 단식의 이형택(42·은퇴)이 마지막이었다. 정현은 개인적으로 생애 처음 세계 랭킹 10위 이내의 강자를 꺾었다.

정현은 이날 자신보다 키가 10㎝ 더 큰 즈베레프(198㎝)의 강력한 서브에 경기 초반 다소 고전했다. 서브 에이스는 21-5로 일방적으로 밀렸다. 3세트까지 즈베레프의 에이스는 19개에 달했다.

세트스코어 1-2로 뒤진 정현은 즈베레프의 체력이 떨어진 4세트부터 적극적인 네트 플레이를 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정현이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자 즈베레프는 자신의 라켓을 발로 부러뜨리기도 했다. 승기를 잡은 정현은 마지막 5세트를 게임스코어 6-0으로 압도하며 3시간25분의 접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즈베레프는 “오늘처럼 한다면 정현을 이길 선수는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정현이 상대할 조코비치는 한때 무적을 자랑했다. 2016년까지 라파엘 나달(1위·스페인)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 앤디 머리(19위·영국)와 함께 세계 테니스계의 ‘빅4’로 군림한 최강자 중 한 명이다.

정현과 조코비치는 정확히 2년 전 만났다. 2016년 호주오픈 1회전에서 정현은 조코비치에 0-3으로 완패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정현은 지난해 남자프로테니스(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정상에 오르면서 자신의 첫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호주오픈 1·2회전에서도 자신보다 랭킹이 높은 미샤 즈베레프(35위)와 다닐 메드베데프(53위)를 꺾었다. 미샤 즈베레프는 알렉산더 즈베레프의 친형이다.

반면 조코비치는 내리막을 타고 있다. 프랑스오픈과 윔블던 8강이 지난해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이다.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을 일찌감치 접었다. 여전히 조코비치가 정현에게는 쉽지 않은 상대이지만 넘지 못할 벽은 아니라는 평가다.

정현은 “2년 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조코비치는 “정현은  몸 상태도 좋고 빼어난 경기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