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너서 3개월간 설움 딛고 21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 데뷔

- "기분 좋게 즐기면서 하겠다"

빅리거의 꿈을 안고 태평양을 건넌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드디어 메이저리그(MLB) 무대를 밟는다.

28일(한국시간) 미국 지역 언론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샌프란시스코가 29일 자로 황재균을 1군으로 불러올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음 달 2일까지 MLB 무대를 밟지 못하면 구단과의 계약을 중도에 해지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갖는 '옵트 아웃' 조항을 행사하겠다고 황재균 측이 밝힌 지 하루 만이다. 황재균은 데뷔전 출전도 확정했다.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같은 날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29일 경기에 3루수로 황재균을 선발로 내세울 계획이다. 그를 다시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콜로라도와의 홈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황재균은 이번 시즌 류현진(LA 다저스)의 시즌 첫 선발 맞대결 상대였던 좌완 카일 프리랜드와 맞붙을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부상에서 복귀해 1군에 합류한 백업 내야수 코너 길라스피의 허리 부상이 재발하며 황재균에게 손을 내민 셈이 됐다. 주전 3루수 에두아르도 누네스마저 햄스트링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상황이라 긴급하게 내야 자원이 필요했다. 황재균은 지난 25일 그와 비슷한 포지션의 신인 라이더 존스가 먼저 1군행을 확정 짓고 길라스피가 부상자명단(DL)에서 복귀하며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었지만 며칠 만에 반전을 이뤄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어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 계약(MLB와 마이너리그 소속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는 계약)을 체결한 황재균은 1군 승격과 함께 남은 경기 수만큼의 연봉을 받게 된다. MLB 진출 시 연봉은 150만 달러(약 17억 원), 인센티브 포함 최대 160만 달러(약 18억 원)로 알려졌다.

스프링캠프 초청선수 신분으로 시즌을 시작한 황재균은 시범경기에서 타율 0.333 5홈런 15타점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구단 자체 신인상을 받기도 했지만, 개막전 엔트리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동안 구단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새크라멘토 리버캣츠 소속으로 68경기를 뛰며 타율 0.287과 7홈런 44타점을 기록했다. 황재균은 국내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콜업이 됐으니까 지금부터는 내 몫이다. 기분 좋게 즐기면서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재균이 MLB 무대를 밟으면 21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된다. 1994년 데뷔한 박찬호(은퇴)부터 지난해 1군에 모습을 드러낸 최지만(뉴욕 양키스)에 이어 올해 데뷔하는 한국인 선수로 황재균이 이름을 올렸다. 역대 한 시즌 최다인 7명의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활약한 지난해에 비해 이번 시즌 MLB에서는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이탈과 다른 선수들의 부진이 이어졌지만, 황재균의 데뷔전 이후 팬들의 관심도 높아질 전망이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