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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21> 붕장어와 아나고

에도시대 천대받던 아나고, 지금은 맛객들 찾는 대마도 대표 별미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2023.08.15 18:24
- 한자에 ‘魚’변 붙지 않는 어종
- 그만큼 홀대받은 日 서민음식
- 대마도산 지방 풍부하고 두툼
- ‘황금장어’라 불린 귀한 식재료

- 음식문화 일본 더 오래됐지만
- 부산 칠암 만의 조리방법 특화
- 韓 향토음식으로 남다른 매력

자주 언급하는 말이지만 부산의 음식, 음식문화는 우리 부산의 근현대사와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때문에, 음식이나 음식문화로 부산의 역사와 인문지리적 특수성을 들여다볼 수가 있다. 이는 부산과 일본의 근현대 음식문화와 관련해서도 예외가 아니다.
대마도산 붕장어는 ‘살이 두툼하고 지방이 많아 황금빛이 돈다’고 해서 ‘황금장어’로 불릴 정도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사진은 아나고 사시미(붕장어 회).
일본과 부산은 오랜 세월 국경을 마주하고 다양한 교류를 이어왔다. 특히 일제강점기 전후로는 모든 분야에서 직접적인 교류를 본격화했다. 음식문화 또한 그러하다. 해협을 사이에 두고, 비슷한 식재료로 서로의 독특한 음식문화를 주고받았다. 그래서 부산과 일본의 음식문화 교류의 역사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틈틈이 탐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에 자주 다닌다. 그들의 음식을 먹어 보고, 우리 음식문화와 어떤 교류를 이어왔는지, 서로 어떤 맛의 차이가 있는지, 직접 비교하기 위해서이다.

■대마도산 ‘황금장어’ 극찬

니아나고(붕장어 조림).
얼마 전 대마도에 다녀왔다. 대마도의 ‘아나고 음식’을 일별해 보기 위함이다. 일본에서 붕장어(일본말 ‘아나고’)가 많이 어획되는 곳 중 하나가 나가사키현이다. 그중에서도 일본의 붕장어 최대 생산지가 대마도이다. 특히 대마도산 붕장어는 ‘살이 두툼하고 지방이 많아 황금빛이 돈다’고 해서 ‘황금장어’로 불릴 정도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그래서인지 대마도는 붕장어 음식이 다양하게 발달했다. 회·구이·초밥·전골·조림·덮밥·라면·튀김·어포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붕장어 음식이 즐비하다. 이들로 식사를 하고, 반찬으로 삼고, 술안주로 내는 것이다.

붕장어(弸長魚)는 ‘활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산어보’에는 ‘바다의 뱀장어’라 하여 ‘해대려(海大鱺)’라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나고’라 부른다. 한자로 ‘穴子(혈자)’로 표기한다. 글자 그대로 모래질의 바닥에 구멍을 파고 그 안에 서식한다. 한국과 일본 모두 뱀장어, 갯장어 등과 함께 스테미너 식재료로 널리 활용하고 있다.

‘아나고’가 일본 문헌에 등장한 것은 1700년대, 300여 년 전 에도시대 때이다. 그러나 ‘우나기(뱀장어, 민물장어)’에 비해 아나고는 딱히 귀하게 취급받던 어종은 아니었던 듯하다. 민물장어처럼 구이 튀김 덮밥 조림 초밥 등으로 조리해 먹지만 ‘우나기’의 대용 식재료로 인식되었고, 주로 호주머니 가벼운 서민이 먹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뒷받침하듯 일본인에게 사랑받는 어종인 ‘우나기(鰻, 뱀장어)’, ‘가츠오(鰹, 가다랑어)’, ‘이와시(鰯, 정어리)’는 한자에 ‘고기 어(魚)’ 변이 붙지만, 아나고(穴子, 붕장어)에는 붙지 않는다는 것. 그만큼 천대받던 생선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마도산 ‘아나고’는 그 대접이 남다르다. 특히 대마도에 소재한 아나고 전문 요릿집 중에는 미슐랭가이드에 등재된 곳도 있고, 일본 본토에서도 식도락가들이 일부러 찾아오기도 할 정도이다. 그 이유로 대마도 서쪽 해역의 조류가 거세 붕장어의 육질이 탄탄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수심 또한 평균 100~200m로 붕장어가 서식하기에 최적이고, 수온도 비교적 낮아 양질의 지방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기에 맛이 좋다.

대마도의 붕장어 전문 식당을 찾았다. 먼저 메뉴판을 보니 다양한 ‘아나고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아나고 사시미(あなご刺身, 붕장어회), 아나고 스시(あなご壽司, 붕장어 초밥), 아나고 시로야키(あなご白燒, 붕장어구이), 아나고 카츠(あなごカツ, 붕장어커틀렛), 아나고 세이로무시(あなごせいろ蒸し, 붕장어편백찜), 니아나고(煮あなご, 붕장어 조림), 아나고 텐푸라(あなご天ぷら, 붕장어 튀김)….
오토오시(お通し, 주문한 요리가 나오기 전에 손님에게 내는 간단한 음식)로는 아나고 조린 국물을 굳힌 생선묵, 아나고 니코고리(煮凍り)와 아나고 살을 넣은 계란말이, 아나고 다시마끼(だし卷き)가 나왔는데, 이들 음식 또한 아나고를 식재료로 활용했다. 아나고 정식의 국도 아나고 육수로 끓인 파래국이 오른다. 가히 아나고 요리의 향연이다. 붕장어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은 거의 망라됐다.

■기장 붕장어와 또 다른 풍미

아나고 세이로무시(붕장어 편백찜).
일본 정통의 아나고 요리를 맛보기 위해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한다. 아나고 요리가 차례차례 상에 오른다. 음식 하나하나가 모두 깔끔하고 절제되어 있다. 넘치지도 않고 모자람도 없는 정갈함. 마음마저 단아해진다.

‘아나고 사시미’를 맛본다. 부산 기장군 칠암 방식의 붕장어회와는 전혀 다르다. 살을 적당한 크기로 저며서 장만했다. 함께 곁들이라고 데친 간과 위장도 담았다. 한 점 먹으니 수분이 많다. 촉촉한 식감이다. 곧이어 고소한 맛이 서서히 올라온다. 식감은 쫀득쫀득한 느낌이다. 우리의 고슬고슬하고 꼬들꼬들한 맛과 또 다른 풍미이다. 소금에 찍어 먹으니 아주 담박해서 좋다. 간과 함께 곁들이니 더욱 풍미가 깊어진다.

‘니아나고’를 맛본다. 젓가락을 살짝 갖다 대니 살이 저절로 갈라진다. 이를 한 점 먹는다.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입안에서 스르르 사라질 정도로 부드럽다. ‘아나고 시로야키’는 백탄에 은근하게 구워 부드럽고 담백하다. 소금에 콕 찍어 먹으니 고소하기 이를 데 없다. 센 불에 구워 겉은 바싹하고 안은 부드러운, 그리고 매콤달콤한 고추장 양념에 구워내는 부산의 조리법과는 차이가 있다.

‘아나고 세이로무시’도 한 점 맛본다. 우선 은은한 편백 향이 코끝을 스치는데 기분이 싱그러워진다. 간장양념의 타래 소스가 달콤하니 아나고 몸에 잘 뱄다. 들큼하면서도 고소하고, 짭조름하면서도 하염없이 부드럽다. ‘아나고 카츠’는 끝없는 바삭함과 고소함이 절정을 이룬다. 특히 어린이들이나 여성들에게는 더없는 안성맞춤의 음식이 되겠다.

붕장어와 아나고. 이들은 거의 같은 해역에서 어획되는 동종의 어류이다. 한국에서 잡으면 ‘붕장어’가 되고, 일본에서 잡으면 ‘아나고’가 된다. 그러나 식재료 장만하는 법, 조리하는 법, 먹는 법은 조금씩 다르다. 음식의 종류 또한 천차만별이다.

한일 양국의 기록에 따르면, 붕장어를 오래도록 먹어왔던 것은 일본인 것 같다. 1908년에 간행된 ‘한국수산지’ 제1집에 따르면 ‘붕장어는 조선의 전 연안, 특히 남해안에서 많이 잡히는데 일부러 잡지는 않는다’고 기록돼 있다. 당시에는 갯장어와 함께 주로 일본인들이 어획하고 소비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특정 식재료를 누가 먼저 먹어왔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늘에 이르러 이 식재료가 한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그 구성원들의 기질을 체화한 음식으로 정착했는지가 중요하다.

부산의 붕장어회와 붕장어구이를 봐도 안다. 이들이 얼마나 부산 사람들의 입맛, 지리적 환경, 그리고 부산 사람들이 즐기는 조리법으로 정착, ‘부산의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좋은 향토 음식은 그 지역 사람들의 성정을 제 속에 제대로 품음으로써 그 맛이 깊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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