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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현직 경찰관이 책을 쓰게 된 사연…경험한 고독사 현장만 100곳 이상

지난달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발간
아들은 고독사 현장 특수청소 재능기부
고독사 예방을 위해서는 직접 발로 뛰어야
박세종 기자 jongpark92@kookje.co.kr | 2023.03.18 07:12

  
지난달 발행된 신간도서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의 작가는 현직 경찰관입니다. 현직 경찰관이 고독사 관련 책을 집필한 건 이번이 최초라고 하는데요. 현직 경찰관이 신작 도서 작가가 된 사연. 국제신문 뉴스레터 ‘뭐라노’가 취재했습니다.

현직 경찰관으로는 최초로 고독사 관련 서적을 편찬한 신인 작가. 영도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의 권종호 경위입니다. 그가 경험한 고독사 현장만 100곳이 넘는다고 하는데요.

현직 경찰관으로는 최초로 고독사 관련 서적을 집필한 영도경찰서 권종호 경위. 박세종 PD
[권종호 영도경찰서 경위 /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작가]

▶ 경찰관으로 사건 중의 하나로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고독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따로 있나요?

▷ 경찰관을 떠나 누구든 그런 고독사 현장을 보면 아마 다들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을 겁니다. 죽음은 마지막에 존중을 받아야 되는데 (고독사 현장은) 그런 존중이라는 자체가 아예 없었어요. 이런 고독사는 앞으로 없어져야한다는 생각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 고독사 발생 이후, 유족들은 어떤 반응인가요?

▷ 고인이 무엇을 남기셨는지 보다는 ‘어떤 것’을 남기셨는지 많이 생각을 하시더라고요. 물질적인 것을요. 유산이라는 자체가 어떤 물건을 남겨주는 게 유산이 아니라 어떤 생각을 남겨주는 게 유산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거기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보다는 ‘바쁜데 왜 하필이면 이때 부르냐’, ‘집안 꼬라지가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할 때 사실은 화가 많이 납니다.

인식을 바꾸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를 대상으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대와 차가운 시선뿐이었는데요. 고독사 분야의 전문성과 설득력을 견고히 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 바로 ‘책’이었습니다.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는 고독사의 책임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있다는 권종호 경위의 생각과 100곳 이상의 고독사 현장을 방문한 경험을 담아낸 책입니다. 노인 고독사를 넘어 청년 고독사의 이야기도 상세히 그려내고 있는데요. 고독사를 극복하기 위한 권종호 경위의 예방책 및 해법도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사례 중심으로 기술된 에세이의 형식을 띄고 있는 만큼 술술 읽히는 것 또한 이 책의 매력입니다.

지난달 발간된 고독사 관련 서적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박세종PD
[권종호 영도경찰서 경위 /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작가]

▶ 어떻게 책을 쓰게 되신 건가요?

▷ 제가 정부기관에 수십 차례 보내기 위해서 만든 고독사 관련 문서를 제가 지인에게 보여줬어요. ‘친구야, 내가 사실은 정부 기관에 이렇게 수없이 요청을 하고 조금이라도 고독사에 대해서 생각을 하자는 취지에서 이렇게 많은 문서를 보냈다. 그런데 거의 잡상인 취급받듯이 쫓겨났다’고 하니까 그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해요. ‘종호야 내가 보기에 니가 어느 누구보다도 고독사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인데 내세울 그 어떤 게 없다.’ 그래서 책을 내보자, ‘니가 알고 있는 모든 걸 그냥 책으로 한번 써보자’는 말을 해요. 그런 거를 그냥 책으로 내다보니까 오늘 이렇게까지 된 것 같습니다.

▶ 근무를 하면서 책 쓰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 수사하는 사람들은 한 번 꽂히면 끝까지 파고드는 게 있어요. 그 동안의 서러움도 있었고 저렇게 돌아가시는데 내가 그분들을 위해서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는 생각에 그냥 오기 이런 거 있잖아요. 그래서 ‘그냥 좋다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권종호 경위의 아들 역시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고독사 현장을 정리(특수청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근무가 없는 날이면 권종호 경위 역시 아들을 도와 고독사 현장을 정리한다고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권종호 경위는 더더욱 경찰관이기 이전에 한 명의 ‘아들’이자 ‘아버지’의 마음으로 책을 썼다고 합니다.

[권종호 영도경찰서 경위 /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작가]

▷ (책을 쓰면서) 회상을 하는 거죠. (고시텔) 막둥이 그런 걸 생각하면서 좀 많이 울었죠. 고시텔 막둥이한테 제가 그런 말을 했어요. ‘미안하다, 내가 우리 아들 같은 놈들을 그냥 이렇게 손 놓고 보내는구나’ 싶어서...

※ 고시텔 막둥이 : 집안의 가장으로서 밤낮없이 일을 하다 고시텔에서 생을 마감한 한 청년을 일컬음

정부기관 및 지자체에서 고독사 예방을 위해 여러 사업을 진행했지만 그 효과는 미비했습니다. 수많은 현장을 돌아본 권종호 경위가 내놓은 해답은 ‘노인으로 노인을 돌보는 것’ 나아가 고독한 사람이 고독한 사람을 돌보는 고고(孤孤)케어였습니다.

[권종호 영도경찰서 경위 /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작가]

▷ 복지 담당 직원들을 만나보면요. 이런 이야기를 해요. ‘어떠한 고독사 예방책을 내놔도 부산은 노인이 너무 많기 때문에 예방할 수 없다’고요. 저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노인이 많다는 건 그만큼 경험과 지식이 많은 인력이 풍부한 거예요. 고독사 예방을 하는 데 있어서 로봇 도우미(IoT, AI)같은 기술력보다는 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잔잔한 힘만 있으면 되는 거잖아요. 노인을요. 고독사의 대상자로 보니까 범위가 굉장히 넓어지는 거예요. 그러면 노인을 고독사의 관리자로 두자는 겁니다. 고독사의 관리자로 두면 분명히 노인복지의 1번지, 장수가 축복이 되는 그런 부산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종호 경위는 고독사의 예방을 위해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국가기관 및 지자체가 내놓은 예방책은 탁상행정에 치우쳐있기 때문인데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고독사 및 위급 알림벨에 관해 설명 중인 권종호 경위. 사진 제공 = 권종호 경위
[권종호 영도경찰서 경위 /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작가]

▷ 고독사로 돌아가시는 분들은요. 돈 10만 원, 월세 10만 원이 없어서 돌아가시는 분들입니다. 청년들은 더 그렇고요. 그런 분들은 따로 빈집을 수리해서 사시게끔 서로 간에 의지하면서 살 수 있게끔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년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게 자기네들끼리 모여서 아이템도 구상하고, 월세도 아끼고 할 수 있으면 그분들을 그렇게 쉽게 안 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책상 앞에서 훌륭한 고독사 예방책을 만드는 것보다는 산복도로로 가서 어르신들이 무엇이 필요한지, 그분들이 무엇이 있으면 편안하게 살다가 죽을 권리가 보장되는지를 현장에 나가서 보았으면 좋겠어요.

2021년 기준, 최근 5년간 고독사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 3위(1408명), 최근 2년간 인구 10만 명당 고독사 발생 수 1위(9.4등, 9.8등).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부산의 안타까운 현실인데요. 하지만 권종호 경위는 여전히 부산에는 희망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권종호 영도경찰서 경위 /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작가]

▷ 부산은요, 분명 노인복지 1번지, 장수가 축복이 되는 그런 부산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마시고 우리가 노인을 어르신으로 볼 수 있고 조금 더 관심을 가지면서 살 수 있는, 난 놈보다는 된 놈이 되는 세상 그런 부산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분명 여기 부산은 정말 살기 좋은 도시가 될 겁니다. 힘냅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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