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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책이 말을 하고 감정이 생긴다면 外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 2022.11.17 19:30
# 책이 말을 하고 감정이 생긴다면

책방을 떠날 거야- 김정애 글 /정은주 그림 /현북스 /1만3000원

“우리는 그 어떤 존재들보다 현명했고, 사람들은 우리를 늘 귀하게 대접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우리를 찾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존재는 ‘책’이다. 책들이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끼고 말을 하고 움직일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책방에 오는 사람들이 적어 주인아저씨도, 책들도 희망을 잃었다. 책장에 오랫동안 꽂혀 있던 책 ‘아빠는 피곤해’는 책을 그만두겠다며 책방 밖으로 탈출하려 한다. 부산의 동네 책방 ‘책과 아이들’에서 오래 일했던 김정애 동화작가가 책들이 벌이는 소동을 동화로 들려준다.


# 15가지 씨앗으로 본 세계역사

세계 역사와 지도를 바꾼 씨앗전쟁- 도현신 지음 /이다 /1만7500원

샤인머스캣은 일본에서 개발했는데, 우리나라는 로열티를 일본에 내지 않고 재배·수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일본이 미처 해외 품종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전쟁이 일어나자 전 세계 곡물 가격이 한때 크게 올랐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곡물인 밀 때문이다. 세계 역사를 들여다보면 식물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도현신 작가는 ‘가루전쟁’ ‘바이러스전쟁’ ‘건축전쟁’ 등 책을 통해 역사적 사실을 새롭게 해석해왔다. 이번에는 15가지 씨앗들에 얽힌 세계사를 들여다본다.


# 1세대 민중미술가 임옥상 읽기

한국 땅에서 예술하기: 임옥상 보는 법- 박소양 지음 /한길사 /2만8000원
화가 임옥상의 작품에서 상처 난 땅, 파헤쳐진 땅, 빨간 웅덩이가 고인 땅의 이미지는 강렬했다. 그는 ‘1세대 민중미술가’로 불렸고, 민중미술은 정치적 프레임에 의해 규정됐다. 저자 박소양은 한국의 예술 작품에 대한 평가가 정치적 이유로 고착화돼 왔다고 분석·비판하며 새로운 ‘보기 방법’을 제안한다. 임옥상의 ‘땅’은 물리적 공간의 의미를 넘어 삶의 터전이다.

최근 기후변화 위기는 인간과 땅의 관계를 다시 보게 한다. 저자는 임옥상이 평생에 걸쳐 모든 것의 근간인 ‘땅’을 그렸고, 작품에는 생태적 세계관이 담겼다고 말한다.


# 웹툰 초보자를 위한 사용설명서

웹툰 내비게이션- 조경숙 외 지음 /냉수 /1만8800원

2000년 즈음 ‘웹툰’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20여 년이 흘러 웹툰은 독보적인 문화 콘텐츠 분야로 자리 잡았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진다. 한국의 웹툰은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작품도 점점 늘어난다. 하지만 여전히 웹툰 세계가 낯선 사람도 있다. 그런 독자들의 손을 잡고 걸어줄 책이다. 웹툰을 폭넓게 이해하도록 도와주고, 웹툰 세계에서 자기 취향을 찾도록 안내한다. ‘목적지를 선택하세요’라는 제목의 2부는 저자들이 치열한 논의 끝에 선정 추천한 웹툰 100편을 소개한다.


# 교육기획자가 만든 어른들 놀이

어른에게도 놀이터가 필요하다- 주은경 지음 /궁리 /1만8000원

놀 줄 아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고 한다.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밝은 아이가 떠오른다. 그런데 놀이는 아이에게만 주어지는 행복일까. 유소년을 지나 청년기에 접어들면서 인간은 일을 하고 책임을 지는 삶을 살게 된다. 그렇게만 살다가 죽어야 한다는 건 너무 심하다. 우리 삶에 일과 노동의 시간 말고도 틈새가 있어야 한다. 느슨해지며 노는 시간이 있어야 숨을 쉴 수 있다. 시민교육기획자 주은경이 스스로를 교육하고 다채로운 놀이와 배움을 기획해 온 사람들의 여정을 소개한다.


# 佛 작가의 진솔한 노년 이야기

그래도 오늘은 계속된다- 베르나르 피보 지음 /배영란 옮김 /생각의닻 /1만4500원

고령화사회, 아니 고령화세계다. 평균수명이 늘어날수록 노인 세대의 삶의 질은 더 중요하다. 프랑스에서 ‘문단의 교황’이라 불렸던 베르나르 피보가 자신의 실제 이야기와 지어낸 이야기를 뒤섞어 노년의 삶을 진솔한 소설로 썼다. 여든둘이 된 주인공 기욤은 은퇴 후 연금생할자로 조용히 살아간다.죽음에 대한 불안함을 우정으로 달래고자 친구들과 ‘80대 파리청년회’를 만들었다. 멤버 8명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삶의 끝자락이기에 더 소중한 시간, 오늘은 계속된다.


# 고향 그리움 담은 송진권 시집

원근법 배우는 시간- 송진권 지음 /창비 /1만원

2004년 창비신인시인상으로 등단한 송진권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고향의 말과 풍속을 시적 언어로 되살려 온 그는 천상병시문학상을 받을 때 “우리 시대 백석 시인의 현현(顯現)”이라는 심사평을 들었다. 쓸쓸히 잊혀가는 고향 마을 풍경은 애틋하다. 그 안에서 순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농익은 서정을 펼쳐 보인다. 시를 읽는 동안 자연스레 고향을 떠올리게 된다. 충청도 사투리가 낯설어도 그 능청스럽고 구수한 가락에 마음을 얹어 소리 내어 읽고 싶게 한다. 삶의 내밀함을 담아낸 정밀한 비유는 향수에 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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