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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65> 여름 백사장 잡어 삼총사

한마리씩 낚아올린 잡어, 소금 뿌려 굽건 막회로 썰건 여름별미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2022.08.30 18:55
- 남해바다 도토래미 낭태 보리멸
- 낚싯대 하나 들고 백사장 가면
- 초보자도 쉽게 잡을 수 있는 어종

- 고급스러운 담백함 보리멸 구이
- 회는 탄탄하고 탕은 시원한 낭태
- 손맛 입맛 다 살려주는 생선들

한때 바다낚시를 즐겨 했었다. 멀리 전라도권의 섬부터 가깝게는 통영권 내만의 갯바위 등에서 다양한 어족의 팽팽한 손맛에 심취했었다. 손맛이 그리워 몸이 근질거리면 낚싯대 하나 달랑 들고 집 근처 낚시터나 방파제에서 잡어를 잡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모랫바닥에서 낚여오는 도토래미 낭태 보리멸 등은 모두 흰살 생선이라 살이 담백하고 식감이 좋다. 생선회로도 좋고, 비린내가 적어 생선국이나 구이 조림으로도 대접받는다. 사진은 보리멸구이.
올 여름 여러 이유로 통영권의 섬 몇몇 곳을 드나들었다. 실로 오랜만에 잠시 짬을 내어 낚시도 즐겼다. 방파제에서 고등어나 매가리(전갱이 새끼) 술뱅이(용치놀래기)를, 백사장에서는 도토래미(쌍동가리)나 낭태(양태) 보리멸 등으로 자잘한 손맛을 보았다.

잡은 놈들로 회를 쳐서 먹기도 하고 구워 먹기도 했다. 얼큰하게 매운탕을 끓여 먹거나 시원하게 맑은 생선국으로 해장하기도 했다. 비록 돔과 같은 고급 어종이 아닌 잡어(雜魚)이지만, 여름 현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놈들이기에 더욱 반가운 것이다.

■백사장서 초보자도 쉽게 낚아

도토래미(쌍동가리) 회.
그 중에서도 맛이 고급 요릿감 못지않은 놈들도 있는데 모랫바닥에서 낚여오는 도토래미와 낭태 보리멸 등이다. 이들 모두 흰살 생선이라 살이 담백하고 식감이 좋아 생선회로도 그만이고, 비린내가 적어 생선국이나 구이 조림으로도 대접받는 놈들이다.

모두 군집을 이루고 서식하기에 원투 낚시(遠投, 던질 낚시)에 어렵지 않게 잡혀 올라온다. 미끼에 대한 경계심이 적을뿐더러 탐식성 또한 강해 미끼를 살살 끌어주면 덥석 물어준다. 그래서 초보자도 쉬 낚을 수 있는 어족이기도 하다.

‘도토래미’는 원래 ‘쌍동가리’가 본 이름이다. 통영권에서 도토래미로 불린다. 제주를 비롯해 남해 연안의 따뜻한 모랫바닥에 주로 서식하는데, 망둑어처럼 몸체가 전체적으로 둥글납작하게 생겼다.

몸길이 20여 ㎝의 비교적 작은 어종으로, 지역에 따라 ‘일곱동가리’ ‘아홉동가리’라는 별칭이 있다. 이는 몸에 짙은 갈색의 무늬가 아래위로 다섯 줄이 선명하게 나 있어 언뜻 보기에는 여섯 일곱의 여러 동가리로 보이기에 그렇다.

여름철 수심이 낮은 남해 백사장에서 원투낚시 채비에 심심찮게 낚여 올라온다. 한 해에 산란을 두 번 할 정도로 생존본능이 강하고 탐식성도 좋아 한 번에 여러 마리가 잡힐 정도로 어족 또한 풍부하다. 올여름 비진도 백사장에서 마릿수로 잡아 회로, 매운탕으로 맛있게 먹었다.

■가을 제철 맞은 양태

낭태(양태)회와 잡어회.
‘낭태’ 또한 여름 백사장에서 원투 낚시 채비에 자주 낚여오는 어종이다. 서해와 남해에서 여름철이면 고루 잡히는 어종으로, 다 자라면 어른 팔뚝 이상으로 크다. 몸 색깔은 짙은 회갈색으로 검은 반점이 군데군데 나 있다. 대가리는 크고 납작하고 몸체는 길쭉하다. 얼핏 거무튀튀한 것이 볼품없이 생겼다.

원래 이름은 ‘양태’인데 경남 해안에서는 ‘낭태’, 서해에서는 ‘장대’, 전라도 지역에서는 ‘장태’ 등으로 불린다. 탐식성이 강하고 힘이 좋아 낚시 손맛 또한 음식 맛 못지않다. 그러나 대가리 위 양쪽으로 날카로운 가시가 한 쌍 숨어 있어 적이 공격해오면 가시를 세워 방어한다. 잘못 잡으면 손을 다칠 수도 있다.

‘낭태’ 또한 살이 탄탄하면서 비린내가 없고 맛이 담백해 회로도 널리 사랑받지만 매운탕이나 생선국으로도 즐긴다. 끓여놓으면 국물이 시원하면서 살이 흐트러지지 않고 쫄깃해 큰 인기가 있는 어족이다.

전라도에서는 양태를 꾸덕꾸덕 말려두었다가 찜으로 먹기도 하고 제사상에 올리기도 한다. 제주도에서는 무와 함께 시원하게 끓여낸 ‘장대국’을 즐기고, 남해안에서는 잘 말린 양태로 미역국을 끓여서 먹기도 한다. 양태는 비리지 않고 잡내가 없기에 주로 맑은 생선국으로 먹는 이들이 많다. 그만큼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 생선이란 뜻이겠다.

특히 통영사람들은 ‘낭태’로 미역국을 끓여 먹기도 하는데, 통영 서호시장에서 만난 한 노파는 ‘미역국 중에 최고의 미역국이 낭태 미역국’이라고 딱 잘라 말한다. 여름 내내 서호시장에 들를 때마다 통영사람들이 탕거리로 이 생선을 사고파는 것을 보면 거짓은 아닌 것 같다.

이 양태는 가을이 들면 더욱 더 맛이 들어 전라도 지역에서는 ‘가을 양태는 마누라하고도 안 바꾼다’는 식담이 있을 정도이다.

■부드럽고 고소한 보리멸

보리멸 또한 우리나라 연안의 백사장에서 쉬 볼 수 있는 어종이다. 원통 모양으로 길쭉하고 통통하며, 20㎝ 내외까지 자라는 소형 어종이다. 햇빛에 비친 반짝이는 은빛 몸매로 인해 ‘백사장의 미녀’라고 불린다. 맑은 바다 모랫바닥에 군집을 이루고 서식한다.

보리 이삭이 팰 무렵인 6월부터 산란을 위해 연안 바다로 올라오기 때문에 ‘보리누름 철에 올라오는 멸치’라는 뜻으로 ‘보리멸’이란 이름이 붙었다. ‘보리멸치’ ‘보리메르치’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고, ‘모랫바닥에 사는 문절이(문절망둑을 전라도에서 부르는 이름)’라 하여 ‘모래문절이’라 부르는 지역도 있다.

비리지 않고 부드러우면서 담백한 생선으로, 회는 물론이고 소금 솔솔 뿌려 구워놓으면 그야말로 일미의 고급 생선구이가 된다. 일본에서는 전 국민이 즐겨 먹는 생선으로도 유명하다. 부드럽고 고소한 살점으로, 초밥이나 튀김 덮밥 등의 주요 식재료로 널리 활용하고 있다. 어지간한 해산물 이자카야에서는 다 취급하는 인기 어족이기도 하다.

바다 백사장, 낚시로 만난 여름 진객들로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특히 잡은 자리에서 바로 조리해 먹는 것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음식. ‘도톨래미’로는 뽀얀 살점으로 쫄깃한 회를, ‘낭태’로는 쫀득쫀득한 회와 시원한 생선국을, ‘보리멸’로는 담백하고 부드러운 회와 입 안에서 살살 녹는 구이로 먹는 호사를 누렸다.

청정자연의 한려수도. 다도해 위로 점점이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 끝없이 맑고 깨끗한 바다를 바라보며 맛있는 바다 밥상 한 상을 넉넉히 받아든다. 그래~ 여름 한철 신선놀음의 끝자락에서, 그저 나그네는 고마운 식재료가 되어 준 ‘잡어 삼총사’들의 고마움을 기록이나마 해둘 따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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