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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꺼내보는 ‘거꾸로 여행’은 진짜 나를 찾는 시간

여행의 순간- 문철진 지음 /미디어샘 /1만8000원
민경진 기자 jnmin@kookje.co.kr | 2021.09.23 19:02
- 사진가 과거 여행 사진 기록
- 팬데믹 속 여행 의미 되새겨

“여행을 떠나지 못하리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어. 마음만 먹으면 주말에도 교토로 홍콩으로 마카오로 훌쩍 날아갔다 오곤 했는데. 여행을 못 떠난 지 1년이 훌쩍 넘고 보니 정말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어. (…) 전 세계 어디라도 당장 떠날 수 있었을 땐 몰랐지. 여행이 이토록 고마운 것인지. 이토록 그리운 것인지. 여행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자유롭고 행복했는지.”
‘하늘 아래 첫 호수’라고 불리는 페루의 티티카카 호수에 인공섬을 만들어 사는 우로스족. 작가 제공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책 ‘여행의 순간’은 사진가 문철진이 펴낸 여행 에세이다. 저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자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 추억을 되짚는 ‘거꾸로 여행’을 떠나보기로 한다. 보통의 여행기와 다른 점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나 해야 할 일이 없고 일정에 쫓겨 서두를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험했던 풍경, 먹어본 음식, 만났던 사람 중 특별하게 생각이 닿거나 마음이 머무는 곳 모두가 이번 여행의 목적지다.

저자는 에세이를 준비하며 그동안 직접 찍은 수십만 장의 사진을 새로 뒤지고 선별했다. 대자연의 광활함이 전해지는 호주 멜버른의 그레이트 오션로드, 낭만적인 밤하늘이 담긴 미국 캘리포니아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 재능을 십분 발휘한 사진들은 독자를 생생한 추억의 현장으로 소환한다.

사진과 함께 여행지에서 느꼈던 소회와 단상도 엮었는데, 소소하게 공감 가는 이야기가 많아 친근하게 느껴진다. 맛은 별로 없지만 여행의 설렘을 주는 기내식, 지금은 그저 그립기만 한 ‘지옥 같은’ 장거리 비행 에피소드를 읽을 땐 특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아울러 여행으로 삶의 위기를 극복하고 버틸 힘을 배웠으며, 스스로를 잘 알게 됐다는 저자의 진솔한 고백들은 우리에게 ‘여행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이처럼 ‘거꾸로 여행’은 단순히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는 행위를 넘어선다. 당시에는 미처 몰랐거나 놓쳤던 것을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자 또 한편으로는 세상을 이해하고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는 요즘, 지난 여행을 꺼내 보며 각자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민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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