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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닮은 건축물 집착한 가우디, 관절염 환자였네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 이지환 지음 /부키 /1만6800원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 2021.09.23 19:04
- 정형외과 의사가 사료 분석해
- 위인들의 질병 ‘허와 실’ 유추
- 세종은 강직성 척추염 가능성
- 니체 정신병원 간 이유도 담아

1882년 짓기 시작해 지금도 여전히 공사 중인 파밀리아 대성당. 기둥과 세부 장식, 전면부 파사드 등이 사람의 뼈 모양과 유사하다.
누구도 부인 못 할 성군이자 천재 세종대왕. 우리는 그의 천재성과 함께 의외의 측면도 들어봤다. 고기만 좋아하고 운동은 싫어해서 비만해진 데다 당뇨를 심하게 앓았다거나, 여색을 지나치게 밝혀 성병에 걸렸다거나….

하지만 정말 그럴까. 현직 정형외과 전문의로 책 ‘세종의 허리 가우디의 뼈’를 쓴 이지환은 역사 기록을 세세하게 분석해 이 상식들의 허구성을 까발린다. 동시에 이 기록들이 가리키는 진짜 세종의 질병을 유추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의 통증에 관한 언급이 50여 차례 나온다. 허리와 등이 뻣뻣하게 굳어 엄청난 통증을 유발하고, 앞이 안보이는 증상이 심해졌다가 씻은 듯 나아지기도 하는 증상이 가리키는 질병은 단 하나, 강직성 척추염이다. 그는 게으름이 아닌 강직성 척추염의 통증 때문에 운동을 멀리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지금은 임질이 성병을 뜻하지만 조선시대에는 방광염과 유사한 증상을 이르는 용어였다. 역사 속 병증 묘사로 추측하면 그가 앓은 건 성병이 아니라 대장균으로 인한 방광염이었을 것이다.

스페인에 가본 적 없어도 바르셀로나의 파밀리아 대성당 사진은 한 번쯤 봤을 법하다. 이 건축물을 만든, 아니 바르셀로나라는 도시 건축 전체에 압도적인 지분이 있는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그의 건축 작품을 편견 없이 묘사하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사람의 뼈’에 비유할 것 같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은 정말 인골을 닮았다. 심지어 사람 뼈의 해면 조직과 유사한 모양도 그의 건축물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우디는 왜 뼈에 집착했을까. 그는 평생 심각한 관절염을 앓았다. 첫 발병이 어린 시절이었다는 점, 작은 관절이 모인 발의 통증이 유독 심해 폭신한 신발에 양말을 겹쳐 신고 다닌 점 등을 미뤄 볼 때 그의 질환은 ‘소아기 특발성 관절염’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추측한다. 그의 죽음도 이 지병과 무관하지 않다. 거동이 불편한 그는 노면전차를 미처 피하지 못해 사고를 당해 길에 쓰러졌다. 볼품 없는 신발 때문에 그의 행색은 남루했고, 사람들은 그를 부랑자라 생각해 아무도 돕지 않았다. 제때 치료받지 못한 바르셀로나의 천재 가우디는 그렇게 쓸쓸히 죽어갔다.

저자는 세계적인 대문호 도스토옙스키가 도박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이유, 실존 철학의 거두 니체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까닭, 인상파 거장 모네의 화풍이 말년에 추상화처럼 바뀐 이유, 레게의 대부 밥 말리가 암 수술을 거부하고 엉뚱한 치료에 매달린 사연 등을 다룬다. 거대한 명제와 주장은 거짓일 수 있어도 세세한 기록 속에는 진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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