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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국과 함께하는 명작 고전 산책 <23> 카오스 - 제임스 글릭

기후데이터 ‘무질서 속의 질서’… 쪽집게 날씨예보란 불가능
서부국 | 2021.07.22 19:31
- 우주·자연·인체 같은 복잡계
- 고전물리학으로 설명 역부족
- ‘괴짜’ 과학자들 끊임없는 연구
- 양자역학·카오스 이론 순 성과

- 佛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 주창
- 로렌츠 ‘기상 자료’ 수식 전환
- ‘카오스’ 용어 제임스 요크 창작
- ‘쥬라기 공원’ 후 나비효과 유명

- ‘프랙털 구조’ 차원 파악에 유용
- 심장 치료·IT 등 전방위 기여
- 코로나 바이러스 럭비공 양상
- 유행 주기 등 파악 실마리 기대

카오스(Chaos) 이론은 ‘무질서 속 질서’를 찾아내 현대 과학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등장한 지 50여 년이 된 이 이론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응에도 힘을 발휘한다. 럭비공 같은 이 전염병이 앞으로 보일 양상은 어떨지, 어떤 주기로 유행할지 같은, 막막한 예측을 가시권으로 끌어오는 성과를 내리라 기대된다.
카오스 이론은 자연·정신 과학 부문에 두루 적용된다. 비행기가 날 때 뒤쪽에 생기는 공기 흐름을 분석하는 데 탁월하다. 사진을 보면 난류 와류가 한눈에 읽힌다.
얼마 전만 해도 코로나 백신 접종자 사망 사례가 나오면 방역 당국은 이랬다. “백신 접종과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다.” 이제 관련 정보가 쌓이면서 인과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생겼다. 그간 방역당국 입장은 변명처럼 보였다. 하지만 카오스 이론에 대입하면 이런 음성이 나온다. “인체라는 복잡계, 즉 카오스계에 백신 접종 같은 새로운 초기 조건이 미치는 영향들을 단기간에 규명하기 어렵다.” 초기 조건(백신 접종)은 복잡계(기저질환자 신체)에 영향을 주지만 확증이 어렵다. 사인을 분석할 때 백신은 유력한 ‘범인’이긴 하지만 ‘범행 증거물’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근현대가 날로 발전하면서 우주·자연·인체 같은 복잡계를 잘 설명하는 새 틀이 필요했다. 운동·관성·중력이란 고전물리학으로는 역부족이라는 데 이견이 없어진 지 오래다. 그 결과 양자역학에 이어 카오스 이론이 나왔다. 비선형 동역학계, 정보 네트워크도 후속 틀이다.

앞서 말한 ‘초기 조건은 민감하다’란 얘기는 카오스 이론에서 1번 타자다. ‘나비 효과’로 잘 알려졌다. SF 영화 ‘쥬라기 공원’(1993년)에서 “나비 한 마리가 베이징에서 날개를 한 번 퍼덕이면 화창하던 뉴욕 센트럴파크에 비가 내릴 수도 있다는 얘기지”란 말콤 박사 대사에서 유래했다는 게 정설이다(실제로는 대사처럼 되지 않는다).

제임스 글릭(67)은 1998년 낸 ‘카오스-새로운 과학의 출현’에 이 대목을 해명하듯 설명했다. ‘나비 효과’는 유행어가 됐다. 지금도 ‘작은 움직임이 예상 못 한 결과를 가져올 때’ 쓰는 단골 용어. 자연과학 그중에서도 수학과 물리학은 세상을 바꾸는 소소한 예. ‘카오스’는 그런 일을 하는 과학자들 얘긴데 그들을 바라보는 저자 시선이 그윽하다.

“아주 작은 원인이 엄청난 결과를 부르기도 하지요.” 사실 이 말은 일찍이 프랑스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1854~1912)가 ‘과학과 방법’에서 했지만, 당시엔 주목을 못 받았다. 그를 따른 유일한 미국인 제자가 조지 버코프. 그는 에드워드 로렌츠(1917~2008)를 잠깐 가르쳤다. 세 사람은 초기 카오스 학자였다. 푸앵카레가 선봉에 섰고, 3대 제자인 기상학자 로렌츠가 홈런을 쳤다. 변화무쌍한 날씨를 숫자나 그림으로 변신시켰다. 연구 결과가 뜻깊었다. 기후를 장기간 정확히 예측하는 게 불가능함을 수식으로 증명했기 때문.

뒷날 그는 당시 연구 상황을 떠올렸다. “3개 비선형 미분방정식을 사용해 날씨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했지요. 식사하고 돌아와 보니 3차원 공간 좌표상에 한 그림이 나타났습니다. 나비 날개를 닮았더라고요.” 카오스 이론 상징물인 ‘로렌츠 끌개(Lorenz Attractors)’다. 여기서 ‘초기 조건 민감성’이란 명제를 얻었다. 여름철 날씨 예보가 빗나가면 여론은 기상청에 천둥 번개를 때린다. 너무 그러지 마시라. 예보엔 인간이 접근 못 하는 영역이 있다고 로렌츠가 증명했으니까. 로렌츠는 1972년 논문 ‘결정론적 비주기성 흐름’에 이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주류 과학계는 그 가치를 알지 못했고, 이 논문은 ‘대기과학저널’ 20권 속에서 한동안 잠잤다. ‘카오스’라는 이름을 만들어낸 제임스 요크(80)가 이를 발굴해 세상에 알리기 전까지.

나비를 닮은 로렌츠 끌개 곡선.
더 멀리, 자세히 보고 새 방식으로 생각하려는 과학자들은 로렌츠 끌개에 자극받았다. 1970년대에 뉴턴 역학에 한계를 느낀 무명 학자는 로렌츠만은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서로 알지 못한 채 비슷한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연구자가 생겼다. 그들은 로렌츠 논문을 공유하며 모여들었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이어 세 번째 과학 진보가 이뤄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공유하면서.

그들은 남들이 무심히 지나치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 데 눈길을 두는 괴짜였다. 구름을 연구하려는 목적 하나로 줄곧 비행기를 타고 다니다 연구비를 낭비한다고 지원이 끊긴 과학자가 그렇다.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며 규칙을 찾으려는 연구는 무모해 보였다. 불붙인 담배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자연 속 동물 개체 수, 주가 변동선…. 움직임을 종잡을 수 없고, 축척에 따라 모양이 다른 이런 데서 질서를 얻는 카오스 연구가 진행됐다. 무질서·혼돈이 숫자나 그림으로 나타났다. 수학자 물리학자 생태학자 천문학자 같은 각 분야 과학자가 손잡은 결과. 규칙을 파악하면 무질서를 통제하게 되고 실용으로 이어져 세상에 유익하다는 결론을 냈다. 21세기 새 과학 패러다임이었다. 뉴턴이 쌓은 고전 과학에 카오스 이론이 가세하자 세상을 보는 눈이 더욱 밝아졌다.

1980년대 이르자 카오스 이론은 생리학을 파고들었다. 신체를 진동·운동이 일어나는 동역학계로 봤다. “이젠 프랙털이란 단어를 쓰지 않는 생리학교과서는 찾아볼 수 없죠.”(심장전문의 에어리 골드버거) 심장 분야에서 큰 진전이 일어났다. 심장 세동을 일으킬 위험이 큰 사람을 미리 알아내고, 제세동기 기능을 높였으며, 새 심장병 치료제를 내놨다. 심정지로 급사할 위험이 크게 줄었다.

저자는 새 과학이론이 인정받기까지 연구실 안팎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치밀하게 포착해낸다. 카오스 학자 성격, 성장 배경, 취미, 생김새까지 주목한다. 기존 과학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를 보는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된 요인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비주류이며 내향성이고 창의력이 뛰어난 성향. 카오스 이론이 인정받기까지 고전분투한 로렌츠, 미첼 파이겐바움(1944~2019), 스티븐 스메일(91), 알베르 리브샤베르(87), 로버트 메이(85), 브누아 망델브로(1924~2010)가 그랬다.

수학 없이는 카오스 이론을 설명할 수 없다.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 레일리-베나르 대류, 리아푸노프 지수, 미르버그 연속, 복소평면, 상전이, 소수 차원, 자기 유사성, 2차 차분방정식. 이런 걸 저자는 쉽게 풀어 썼다. 1975년 브누아 망델브로(1924~2010)가 명명한 ‘프랙털(fractals)’을 보자. 이는 ‘나비 효과’만큼 잘 알려졌다. 프랙털 구조는 주변에 흔하다. 자기 유사성을 가진 다면체니까. 구불구불한 해안선, 펼쳐놓으면 테니스장만큼 넓은 면적을 가진 허파꽈리 돌기, 모양이 다른 육각형인 눈 결정, 실핏줄처럼 번지는 식물 잎맥, 굽이치는 산 능선…. 지구와 생명체가 가진 변화무쌍한 차원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프랙털 구조도 새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길을 열었다. 인공심장을 만들고, 디지털 자료를 압축해 전송하는 IT로 이어졌다. 금속 강도나 타이어 마찰력도 프랙털 구조를 알아야 해결된다.

카오스 이론은 결정론이 지배했던 세계관을 밀어내고 보편성을 가진 자연을 보여줬다. 컴퓨터를 수학·물리학과 결합해 신세계를 열었다. 세상을 운동·형태·순서로 읽어 보라. 더 많은 선택이 가능하다. 하지만 카오스 이론도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비밀이 아니라는 걸 우리는 경험칙상 안다. 어디선가 새로운 빛이 흘러나오는 중이라 봐야 한다. 각계 학자는 머리를 맞대고, 손을 서로 잡을 터이다. 기초과학이 영글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 그 문이 활짝 열렸으면 좋겠다.

서평가·세상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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