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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36> 금산 인삼어죽

푹 곤 민물고기에 인삼 넣고 한소끔 … 여름 이길 힘 ‘불끈’
최원준 시인 | 2021.06.29 18:58
- 맑은 금강 인접한 내륙마을 금산
- 민물고기에 푸성귀 넣고 끓여
- 지역 따라 국수·수제비 넣기도

- 국내 최대 인삼 생산지 명성답게
- 어죽에 귀한 인삼도 넉넉히 넣어
- 생선 비린내 잡고 사포닌 향 더해
- 노인·산모 보양식으로 사랑받아

- 어죽에 곁들인 도리뱅뱅이 인기
- 인삼 튀김·막걸리도 별미 꼽혀

하지가 지나면서 여름이 부쩍 다가왔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오기 전 고영양의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여름나기를 준비해 왔다. 음식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잃어버린 입맛도 찾는, 두 가지의 여유를 만끽했던 것.

그 대표적 음식으로 보신탕과 삼계탕 이 널리 알려져 있고, 민물장어 흑염소 해신탕 등의 요리도 손꼽히는 보양음식이다. 해안은 해안대로 내륙지역은 내륙지역대로 제철에 나는 지역 특산물로 든든하게 음식을 조리해 먹으며 더위를 견딘 것이다.
인삼 어죽
■금강유역의 각종 ‘어탕’음식

충청도의 내륙지역인 금강 유역의 사람들은 금강에서 나는 여러 종류의 물고기로 건강을 지켜나갔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어탕’을 베이스로 하는 음식들이다. 어탕은 물이 깨끗해 다종다양한 민물 어족이 풍부한 금강에서 갓 잡아낸 잡어와 온갖 푸성귀를 넣고 푹 고듯이 끓여낸 서민음식으로 여름이나 겨울의 별식으로 첫손 꼽히는 음식이다. 이 어탕에 국수를 넣으면 ‘어탕국수’ ‘생선국수’가 되고 수제비를 떠 넣으면 ‘어탕수제비’가 된다. 쌀을 넣고 뭉근하게 죽을 쑤듯이 끓여내면 ‘어죽’이 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편하게 끼니 삼아 먹었던 음식이 ‘어죽’이다. 특히 금강을 끼고 있는 강마을 옥천 영동 금산 무주 지역에서 즐겨먹는 토속음식이기도 하다.

어죽은 말 그대로 물고기로 끓여 만든 죽 같은 음식이다. 물 맑은 금강에서 깨끗하게 자란 꺽지 메기 쏘가리 동자개 등을 잡히는 대로 장만, 가마솥에 4, 5시간 푹 삶아 체에 걸러 국물을 내고, 이 국물에 된장 고추장 등속을 풀어 간하고 쌀을 넣어 쑨 다음, 한소끔 끓으면 깻잎과 부추 애호박 등 채소를 넣어 상에 올린다. 지역에 따라 국수를 함께 넣기도 하고 수제비를 떠 넣기도 하며, 국수와 수제비를 함께 넣어 먹는 곳도 있다.

국내 최대 인삼 생산지인 충북 금산에서는 이 어죽에다 인삼을 더해 조리한 ‘인삼어죽’을 만들어 널리 먹어왔다. ‘인삼어죽’은 기존 어죽에 인삼이라는 영양성분을 더해 보양식으로 만들어낸 음식으로, 인삼 생산지라는 입지가 금강변의 어죽과 만나 만들어낸 독특한 향토음식이다. 인삼이 넘쳐나는 인삼 생산지이기에 이러한 넉넉한 호사스런 음식도 누려 볼 수 있는 것이리라.

■귀한 금산 인삼 넣은 어죽

충남 금산의 향토음식인 도리뱅뱅이(위부터), 인삼튀김, 인삼막걸리.
요즘은 이 인삼어죽이 전국적으로도 유명세를 타면서 금강 일대 강마을에는 인삼어죽 전문식당이 여럿 생겨나 밀집되어 있기도 하다. 일명 ‘인삼어죽마을’이라는 곳으로 금산의 제원면 저곡리와 천내리, 용화리 일대 마을이다.

저곡리의 인삼어죽 원조마을인 개티마을로 간다. 마을 천변 저지대에는 검은 천막을 둘러친 인삼밭이 끝없이 줄지어 펼쳐져 있다. 인삼 이파리가 눈이 시리도록 푸릇푸릇 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창 인삼 꽃을 피워내고 있는 중이다.

저곡식당에 들어간다. 이곳 인삼어죽마을의 원조집으로, 2대에 걸쳐 55년간을 운영하고 있는 식당이다. 현재 1대 사장인 김옥수(76) 여사와 2대 사장인 한난주(56)씨가 함께 음식을 장만하고 있다. 식당 입구에는 인삼 화분이 몇 개 놓여있는데, 마침 작고 흰 인삼 꽃이 몽글몽글 피고 지는 중이다. 인삼의 고장 금산이 맞긴 맞는가 보다.

“인삼어죽은 금강 상류에서 잡히는 물고기로 조리하는데 꺽지 쏘가리 메기 등 그날 잡히는 생선은 몽땅 다 넣고 푹 끓여낸 후 인삼을 더해 먹는 음식입니다.” 한난주씨의 설명이다. “옛날부터 인삼어죽은 허약한 사람들이나 노인, 산모들의 원기회복을 위한 보양식으로 두루 먹었어요. 인삼을 넣으면 생선 비린내도 제거되고요.” 김옥수 여사가 말을 덧붙인다.

‘인삼어죽’이 상에 오른다. 언뜻 보니 그야말로 죽이다. 그런데 모양새는 ‘잡탕’이다.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보니 깻잎 정구지 등의 채소와 함께 밥 국수 수제비가 들어가 있다. 그야말로 ‘민물생선잡탕밥’이다.

한 숟갈 떠먹어본다. 생긴 것은 잡탕인데 그 맛은 생긴 것 같지 않게 국물이 진하면서도 입 안 가득 진득한 여운이 돈다. 민물생선 특유의 기분 좋은 흙내와 짙은 뒷맛, 죽의 부드러우면서도 입 안에 감기는 걸쭉함 등이 흔쾌하다. 그리고 뒤이어 은은하게 퍼지는 인삼냄새! 싱그러운 사포닌 향이 사람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국물 몇 술 뜨고는 수제비도 건져 먹고 국수도 크게 한 젓가락 먹는다. 뚝배기 한 그릇에 밥과 국수와 수제비가 한꺼번에 들어간 음식을 먹어본지가 얼마나 되었던가? 모친이 멸치육수에 김치 썰어 넣고 밥과 국수, 수제비 등속으로 팔팔 끓여주던 걸쭉한 김치국밥이 생각나는 음식이다.

■인삼튀김에 도리뱅뱅이도 별미

인삼의 고장답게 식당 차림표에는 인삼튀김과 인삼주도 준비되어 있다. 인삼을 갈아 발효시킨 인삼막걸리는 순하고 부드럽다. 술 한 잔이 목젖을 타고 술술 잘도 넘어간다. 인삼막걸리 한 잔에 인삼튀김 한 입 베어 문다. 인삼을 통째로 잔뿌리까지 오롯이 튀겨낸 인삼튀김은, 바삭하면서도 인삼의 향기성분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인삼조청에 살짝 찍어먹으니 향긋하면서도 달콤쌉싸름한 맛이 기가 막힌다.

그리고 뒤이어 상에 오른 ‘도리뱅뱅이’. 대부분의 어죽집에는 어죽과 함께 세트 개념으로 도리뱅뱅이를 함께 낸다. 프라이팬을 따라 피라미나 빙어를 둥글게 깔고 기름에 튀기듯 바짝 굽는다. 그 위에 맵싸한 양념을 바르고 깻잎 양파 통깨 등을 뿌려 손님상에 낸다.

도리뱅뱅이가 프라이팬째 상에 오른다. 조그만 생선들을 줄과 열을 맞추어 뱅뱅~ 잘도 둘러놓았다. 몇 마리인지 궁금하던 차에 옆의 지인이 헤아려보더니 40마리라 귀띔해준다. 한 마리 통째 입에 넣고 맛을 본다. 식감이 바삭바삭 경쾌하다. 그리고 고소하다. 매콤한 양념이 느끼함을 잡아 계속 손이 간다.

금강 상류 맑은 물에 사는 물고기와 기력을 돋우는 인삼이 만나 만들어진 금산의 향토음식 인삼어죽. 그 지역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여 그 지역 사람들의 전통 조리법으로 함께 공유하는 음식이 ‘향토음식’이라 본다면, 금산의 인삼어죽은 오래도록 계승될 금산의 향토음식이 아닐까 싶다.

최원준 시인 · 음식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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