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미국의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인재 개발 및 리더십 분야 연구를 시작했다. ‘어떤 사람이 승진의 사다리에 빨리 올라타는가’에 대한 답을 수치화하고 방법을 매뉴얼화하기 위해서였다. 신입 직원부터 최고 경영진까지 면대면 인터뷰와 설문조사 등을 통한 연구가 10여 년간 진행됐다. 정답은 조직의 리더가 되려는 사람에게 ‘키우는 후배’ 소위 ‘진짜 내 사람’이 있느냐의 여부와 ‘그들을 통해 어떤 부가가치를 얻었는가’였다. 당사자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특출한 성과를 올렸는지는 큰 영향이 없었다.

주목할 점은 이들간의 관계다. 책은 후배를 키우는 사람을 스폰서, 후배는 프로테제라고 명했다. 저자는 스폰서가 후원을 할 최고의 인재를 찾아내 그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성장 과정을 감독하며 지지하는데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라고 명명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프로테제다. 뛰어난 성과와 견고한 신뢰를 보이며 스폰서는 물론 팀과 조직 전체에 가치를 더해줄, 차별화된 기술을 연마하는 인재, 즉 ‘키우는 후배’다. 끈끈한 선후배 관계나 정서적인 면까지 결합되는 멘토, 멘티와는 다르다. 스폰서십은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호혜적인 관계다. 스폰서가 프로테제에게 투자한 만큼 프로테제는 스폰서에 응당한 보답을 해야 한다.

휴렛 박사는 “남성 스폰서는 자신의 직위에서 프로테제를 통해 더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을 확률이 평균 20% 더 높고 여성의 경우는 약 13% 정도 높았다”며 “키우는 후배가 있는 고위급 관리자는 최근 2년 내 승진 비율이 후배가 없는 경쟁자들보다 53%가 높았다”고 한다. 스폰서십의 마지막 혜택은 후계자 발굴과 유산 효과다. 저자는 좋은 예로 스티브잡스와 팀 쿡을 꼽았다. 잡스는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1997년 돌아와 자신에게 필요한 자질을 가졌으면서 전혀 다른 성향의 인물인 팀 쿡을 키우기 시작했다. 잡스가 재능이 넘치지만 고압적이고 무례하며 지나친 완벽주의로 무장했다면 쿡은 침착하고 조직적이며 팀원들과 조화를 잘 이루었다. 잡스가 죽은 후에도 쿡은 그가 남긴 애플을 혁신적이고 성공적이며 영감을 주는 기업으로 유지시키고 있다. 조직에서 피라미드 끝까지 가고 싶다면 내 능력 뿐 아니라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도덕률 같은 이야기가 진실이라는 걸 알려주는 재미가 있다.

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