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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20> 독도새우

한 마리 1만5000원…독도 앞바다서만 잡히는 ‘귀하신 몸’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2020.10.20 20:26
- 토막 꽁치·전갱이 통발에 넣고
- 수심 200~400m 아래서 조업
- 울릉도선 참·닭·꽃새우로 불려

- 어획량 적어 신선한 회가 제격
- 단단하고 쫄깃한 식감 뒤이어
- 달큰하고 부드러운 맛 맴돌아

이맘때 즈음인 것 같다. 한때 울릉도에서 발이 묶인 적이 있다. 취재를 위해 2박 3일 가벼운 여정으로 들어갔는데, 풍랑주의보로 열흘이 넘게 울릉도에 갇힌 것이다. 육지의 모든 일정을 취소하거나 지인에게 떠넘기는 불상사도 벌어졌다. 처음 며칠은 육지로 나가려는 마음에 도동항에서 울릉도 먼바다를 바라보며 매시간 날씨를 살피기도 했지만, 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어서 종국에는 울릉도를 즐기자고 마음 먹었다. 울릉도 구석구석을 훑었고, 울릉도의 개척사와 울릉도 사람들의 고난의 삶에 숙연해지기도 했다. 취재차 들른 일정이었기에 당시 매일신문 울릉지사의 김도훈 기자와 경북항운노조 울릉사무소 성정환 소장, 박정욱 차장이 본의 아니게 긴 시간의 수발을 들어야 했다. 체류 기간 동안 이들과 함께 울릉도 전역을 돌며, 매끼 투박하지만 정직한 울릉도의 토속음식을 받아보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새우과자 봉지 속 그 녀석 '도화새우'
저동항의 감자옥수수밥과 오징어누른창찌개, 명이나물, 나리분지의 씨껍데기술과 눈개승마나물회, 참고비볶음, 도동항의 홍합밥과 부지깽이나물, 미역취, 천부마을의 따개비칼국수…. 육향 그윽한 울릉도 칡소와 쫄깃한 식감의 울릉도 토종닭백숙, 그리고 대방어, 노래미, 고등어회와 오징어, 문어, 홍해삼 등 해산물들, 늘 들고 다니며 한 모금씩 마셨던 호박단술까지. 모두가 청정자연에서 채취한 식자재의 ‘자연밥상’들로, 하루하루가 흔쾌하고 기꺼운 시간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독도새우’는 여러모로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는다. 우선 새우 앞에 붙은 ‘독도’란 단어가 주는 무게감도 그렇고, 주로 독도 근해에서 서식한다는 점, 그리고 ‘독도새우’라 불리는 종류가 세 가지나 된다는 것 등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독도새우’는 독도 주변 연안을 비롯해 동해의 200~400여m의 수심 깊은 곳에서 서식하는 새우들의 총칭이다. 모두 3종류가 있는데 그 면면을 보자면 ‘도화새우’ ‘물렁가시붉은새우’ ‘가시배새우’가 있다.

‘도화새우’는 독도새우 중에서도 가장 큰 종류다. 몸길이가 25㎝까지 자란다. 복숭아꽃(桃花)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을 만큼 그 체색이 복숭아꽃처럼 곱고 예쁘다는 뜻이겠다. “맛 또한 독도새우 세 종류 중 ‘도화새우’가 가장 좋습니다. 그래서 울릉도 사람들은 이 도화새우를 ‘참새우’라 부르지요. 새우깡 봉지에 있는 새우모델이 바로 이 도화새우입니다.” 김 기자의 설명이다.

꽃처럼 화려한 '물렁가시붉은새우'
‘물렁가시붉은새우’는 언뜻 보기에는 도화새우와 비슷하게 생겼다. 둘을 놓고 비교하지 않으면 일반인들은 잘 모를 수도 있다. ‘물렁가시붉은새우’는 도화새우보다 체색이 더 붉고 크기가 작다. 평균 15㎝ 정도 자란다.

‘도화새우’는 몸에 나 있는 붉은 줄이 등과 배 쪽으로 굵게 둘러쳐져 있지만 ‘물렁가시붉은새우’는 붉은 줄이 대가리에서부터 꼬리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더듬이도 ‘도화새우’는 붉고 몸길이보다 두어 배 길다. ‘물렁가시붉은새우’의 더듬이는 희고 길이도 도화새우보다는 짧다. 체색이 꽃처럼 붉고 화려해 주로 ‘꽃새우’로 불린다.

닭 볏 세운듯한 '가시배새우'
‘가시배새우’는 독도새우 중에서도 그 모습이 가장 독특하다. 옆에서 보면 대가리 위에 닭 볏을 달고 있는 것 같다. 얼핏 닭과 비슷하게도 생겼다. 그래서인지 ‘가시배새우’를 ‘닭새우’로 널리 통용해 부르고 있다. 껍질이 두껍고 단단해 벗기기가 쉽지 않다. 회로 먹어도 좋지만. 껍질 때문에 익혀 먹기도 한다.

“이 ‘독도새우’는 독도 인근에서 통발로 잡습니다. 토막 낸 꽁치나 전갱이 등 생선을 통발에 넣고 수심 200~400m 바닥에 하루 정도 재워두었다 끌어올리는 식이죠. 조업은 3월 봄부터 11월 가을까지 합니다. 겨울에는 바다 날씨가 매우 험해 독도 인근 조업이 어렵기 때문이죠.” 성 소장의 설명이다.

지난 2017년 방한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위한 청와대 만찬 메뉴 중 하나였던 ‘독도새우’. 국제신문 DB
이 ‘독도새우’는 독도 근해에서 잡힌다는 점과 ‘독도’라는 브랜드를 달고 있다는 점, 다른 새우들보다 어획량은 적지만 맛의 품격은 단연 첫손에 꼽힌다는 점에서 전국의 식도락가들에게 최고의 일미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가격이 만만찮다. 육지에서는 종류와 크기에 따라 마리 당 5000원~1만5000원 정도 한다. 그래서 주로 회로 먹는데, 식감이 탄탄하면서도 씹을수록 달고 부드럽게 입 안을 감싸도는 것이 일품이다.

저녁 무렵 저구항 해변포장마차에서 울릉도 일행과 자리한다. 대방어회, 대왕문어숙회 등 갯것들이 푸짐하게 차려진다. 박 차장이 인근 수산회사에서 가져온 독도새우를 한 바구니 쏟아 놓는다. 울릉도 말로 참새우(도화새우)와 꽃새우(물렁가시붉은새우)다. 바구니 한 가득 빨갛게 물이 들었다. 마치 붉은 노을 같기도 하고 복사꽃이 소복하게 피어있는 것 같기도 하다. 참새우 한 마리 집어 드는데 그 크기가 어린아이 팔뚝만 하다. 소주병에 세워보니 소주병보다 더 크다. “이렇게 큰 참새우는 육지에서는 절대로 못 먹습니다. 이만 한 놈은 울릉도에서도 금방 소비 되니까요.” 박 차장의 은근한 자랑이다.

펄떡펄떡 뛰는 놈과 한참 실랑이 끝에 겨우 껍질을 까고 한 입 베어 문다. 새우 속살이 부드럽게 이 사이로 파묻힌다. 쫄깃하면서도 씹을수록 달콤하다. 온 입 안이 새우의 향으로 싱그럽고 향긋하다. 꽃새우 한 마리를 통째로 입에 넣고 씹는다. 수밀도(水蜜桃), 부드럽고 향기로운, 단물 가득한 복숭아를 씹는 느낌이다. 소주 한 잔에도 독도새우의 들큼한 향은 가시지 않는다.

이러구러 울릉도의 밤이 깊어간다. 저동 앞바다의 물결은 오징어 배 불빛을 받아 찰박이고, 가을바람은 청량하게 사람의 마음을 깨운다. 술잔 앞에 두고 올려다 본 밤하늘에는 보름달이 휘영청하다. 갇혀있는 울릉도의 하루가 그렇게 저물어 간다.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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