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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11> 김해 산딸기

지천서 따 먹었던 추억의 산딸기, 이제는 귀하신 몸…커피·와인도 만드네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20.06.09 20:09
- 초여름 빨갛게 익어 새콤달콤
- 배고픈 어린시절 군것질 기억
- 지금은 품종따라 대규모로 수확

- 국내 상업재배 시초 된 김해
- 상동·대동면 일대 중심으로
- 농가 800호 생산량 연 1000t
- 전국 최대 주산지로 자리매김

- 발효 거쳐 막걸리·와인 만들고
- 커피콩에 원액 섞은 커피 선봬
- 다양한 가공제품 농가에 보탬

며칠 전 산에 인접한 본가 어른 밭둑에서, 산딸기 몇 그루가 붉고 탐스러운 열매를 달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한때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던 천둥벌거숭이 시절, 입 주위를 빨갛게 물들이며 단내가 나도록 산딸기를 따 먹었던 기억이 새삼스레 났다.
김해 상동면 비탈진 산딸기밭에서 한 아낙이 산딸기를 한가득 따서 들어보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산딸기의 강렬한 기억은 통영 ‘대매물도’에서였다. 당시 잡지사 기자로 한려수도 특집 기사를 취재 중이었는데, 당시 대매물도는 온 산이 빨갛게 불이 붙은 듯 산딸기로 뒤덮여 있었다. 올라가며 내려오며 기껍게도 따 먹었는데, 내려왔던 길을 되돌아보니 아직도 온 산이 빨갛게 산딸기 물이 들어 있는 게 아닌가?

중년층은 이런 산딸기의 빨간 추억이 한 둘쯤은 있을 게다. 주로 배고픈 어린 시절, 보릿고개를 넘기며 따 먹었던 산딸기의 새콤달콤함이겠다. 먹을 것이 별로 없어 구황작물로 끼니를 잇던 보릿고개에는, 빨갛게 잘 익은 산딸기가 최고의 군것질거리였다.

산딸기는 볕이 좋은 산간지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미목 장미과 산딸기속 식물이다. 우리나라에는 30여 종의 산딸기속이 분포하고 있다. 4~6월에 꽃이 피고 5~7월에 항아리(盆) 모양인 열매를 맺는다. 종류로는 산딸기·줄딸기·멍석딸기·곰딸기·오엽딸기·섬딸기·장딸기·수리딸기·겨울딸기·복분자 등이 있다. 주로 붉은색을 띠지만 검정·노랑·주황색을 띠기도 한다. 산딸기는 영양소가 풍부하고 당과 산이 적절히 함유돼 동서고금으로 즐겨 먹던 식재료였다. 맛이 좋아 생과를 그대로 먹거나 잼·주스 등으로 만들어 먹는다. 요즘은 가공기술이 발달해 식초·와인·차로 만들어 먹고, 볶은 커피에 산딸기액을 함께 넣고 발효해 풍미 좋은 산딸기커피 또한 만들어 먹는다.

김해 산딸기밭에서 산딸기를 따고 있는 아낙.
요즘은 농가의 봄철 주 소득원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주로 김해·대구·포항·양산·진주 등 경상지역에서 그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그중 김해가 전국의 6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한때 75%까지 생산한 적이 있는데, 전국적으로 수요가 늘면서 재배지역 또한 늘어났다.

김해는 예부터 벼농사를 중심으로 원예와 시설채소 등이 발달한 곡창지대였다. 산딸기는 모내기철, 일을 잠시 쉴 때 한 톨씩 따 먹던 주전부리 과실이었다. 그러다 1960년대 김해 상동면의 한 농부가 자생하던 산딸기를 판매 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것이 오늘날 국내 상업적 재배의 시초가 되었다. 주로 낙동강을 낀 신어산·무척산 등 비교적 골이 깊고 산세가 좋은 산간에서 대규모로 재배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상동·대동면 일대다. 김해시농업기술센터에서 근무하는 김승욱 씨는 “현재 김해 산딸기는 2007년부터 김해시의 새로운 성장전략 작목으로 발굴, 지역을 대표하는 소득 작물로 육성하고 있다”며 “현재 생산농가 800호에 재배규모 200㏊, 연간 생산량 약 1000t으로 전국 최고의 산딸기 산지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한다.

산딸기 와인.
김해 산딸기 품종은 ‘홍딸(자생 산딸기 품종)’ ‘흑딸(색이 검붉은 품종)’ ‘왕딸(과육이 큰 품종)’ 등이 있다. 현재 널리 재배되고 있는 품종은 ‘왕딸’이다. 1994년 상동면 매리 산딸기밭 언덕 외진 곳에서 우연히 발견해 대량 번식시킨 품종으로 재래종보다 과실이 크고 향이 더 좋다.

왕딸 품종 육종자인 한현우 농부는 “왕딸 품종으로 우리 산딸기 농가 소득이 늘고 김해 산딸기가 다른 지역보다 우수하다고 자부하게 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한다.

김해 상동면 산자락에서 산딸기를 재배·가공하고 있는 최석용 씨를 만나러 가는 길 장척계곡에는 산딸기가 지천이다. 유월 따가운 햇볕 아래에서 바야흐로 붉게 자지러지고 있다. 야산이나 밭, 계곡이나 집 안뜰, 심지어 길가에도 붉은 열매를 매달고 흐드러졌다.

최 씨에게 산딸기 재배지에 대해 물었다. “산딸기는 물 빠짐이 좋고 유기물이 풍부한 토질과 풍부한 일조량, 배수와 통기성이 좋은 곳이어야 한다. 뿌리가 토양의 5㎝ 정도로 비교적 얕게 착근하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김해 낙동강변에 인접한 산자락이 천혜의 조건을 갖춘 재배지란 것을 알 수가 있다.

비탈진 산딸기밭에 들어선다. 중천에 뜬 해가 따갑게 내리쬔다. 이즈음 볕에는 따고 돌아서면 바로 익는 것이 산딸기라던가? 산딸기를 수확하는 아낙들의 손길이 재바르다.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작업하는데,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중무장을 했다.

경북 김천 출신이라는 한 아낙은 “산딸기에 가시가 많아 목장갑을 껴도 깊숙이 파고드는 가시에는 속수무책”이라며 “그래도 이렇게 벌어 손자 과자 값 대는 것이 세상 제일의 낙”이라고 말했다. 아낙이 방금 딴 산딸기를 먹어보라며 건넨다. 볕이 있을 때 딴 놈이라 신맛은 없고 달단다. 옹골진 산딸기가 달고도 달다.

최 씨가 권한 산딸기 막걸리를 맛봤다. 산딸기를 5% 함유하여 2년 숙성시켰단다. 색은 일반 청주 빛깔이고 약간의 신맛이 상쾌하다. 묵직한 맛도 있어 균형이 맞다. 화이트와인을 떠올리게 해 식전주로도 괜찮을 것 같다.

산딸기 와인도 맛보았다. 발효 과정에서 보당(補糖)을 안 하고 100% 과당으로 와인을 만든다. 새콤달콤한 산딸기와는 또 다른 풍미가 묵직하게 느껴진다.

산딸기 커피도 맛본다. 로스팅한 커피콩에 산딸기 원액을 섞어 발효한다. 특유의 산미와 커피 향이 잘 어우러진다. 산딸기식초는 희석하여 음료로 마셔도 좋을 듯하다. 그만큼 산미가 개운하고 산뜻하다.

한때 봄이면 야산에서 자주 만나던 친근한 과실, 산딸기. 지금은 봄철 과일의 대명사로 불릴 정도로 그 몸값이 높아졌다. 인근 김해지역이 국내 최대 재배지라니 이 또한 흐뭇한 일이다. 항노화·항산화 작용으로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가까이 두고 즐겨도 괜찮을 듯하다.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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