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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10> 납작만두

속은 별거 없다만 얇은 피 바싹쫀득…대구 60년 길거리 지킨 소울푸드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20.05.26 19:47
- 얇은 피에 당면소 조금 넣은 만두
- 1960·70년대 분식장려운동 때
- 대구 학생·주민 즐겨먹으며 발전
- 대표 향토음식에 당당하게 포함

- 간이 센 매운 양념장 뿌려 먹어
- 느끼하지 않고 고소한 풍미 자랑

- 센 불에 구운 미성당 납작만두
- 은근한 불로 만든 교동납작만두
- 당면소 넉넉한 남문납작만두
- 식감 다 달라 다른 음식 먹는 듯

- 닮은 듯 다른 삼각만두도 인기

고등학교 때였다. 밥을 먹고 돌아서면 다시 배가 고팠던, 무쇠도 녹여 먹을 정도로 식욕이 왕성했던 시절이었다. 학교 앞 골목에는 잡채만 약간 들어간 얇은 군만두를 파는 가게가 두어 개 있었는데, 꽤 인기 있는 주전부리였다. 이 군만두집에서 몇몇 친구들과 함께, 당시 돈 1000원으로 군만두 100여 개를 나눠 먹었던 기억이 있다. 무쇠 번철에 기름 넉넉히 둘러 바싹하게 구워내는, 참으로 고숩고 든든한 ‘우리들만의 소중한 끼니’이기도 했다.
미성당 납작만두
대구에도 얇은 피에 당면 소가 소량 들어간 만두가 있다. ‘납작만두’다. 대구 발음으로 ‘납짝만두’라 하기도 하고 ‘납딱만두’라 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만두가 납작하다. 그 말은 만두소가 적고 부실하다는 의미. 만두에 만두소가 적게 들어가면 무슨 맛으로 먹을까 의아해 하겠지만, 대구사람들은 이 납작만두를 쫀득하면서도 바싹하고 고소하면서도 담박한 ‘만두피’의 맛으로 먹는다. 식욕 왕성한 학생들이나 군것질거리로 먹을 법하지만, 향토음식으로 당당하게 자리 잡은 대구의 소울푸드이기도 하다.

교동시장 납작만두.
부산에 부산시 지정 향토음식이 14가지(생선회·동래파전·흑염소불고기·복어요리·곰장어구이·해물탕·아구찜·재첩국·낙지볶음·밀면·돼지국밥·붕어찜)가 있듯, 대구에는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인 대구10미(대구육개장·막창구이·뭉티기·동인동찜갈비·논메기매운탕·복어불고기·누른국수·무침회·야끼우동·납작만두)가 있다. 여기에 당당하게 포함된 음식 중 하나가 ‘납작만두’다.

대구 납작만두는 얇은 만두피에 잘게 썬 당면과 부추를 섞은 소를 소량 넣고 반달 형태로 빚은 뒤, 물에 한 번 삶고 찬물에 식힌 다음 재차 구워서 간장 양념장을 술술 뿌려서 먹는 음식이다. 만두소에 육류가 들어가지 않기에 느끼하지 않고 불에 굽기 때문에 식감이나 고소한 풍미가 남다르다.

서문시장의 한 상인이 납작만두에서 파생된 삼각만두를 굽고 있다.
얼핏 보면 만두소가 부실한 만두, 그것도 학교 앞 구멍가게에서나 봄 직한 이 만두가 어떻게 대구의 대표 음식에 포함되었을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영남일보 이춘호 음식전문기자와 대구의 대표적인 ‘납작만두’를 찾았다.

이 기자는 납작만두가 분식장려 운동으로 등장한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1960, 70년대 전후로 분식장려운동에 발맞춰 서민들이 즐겨 먹으면서 발전된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교육도시’라고 불리던 대구에는 수많은 학교가 있었는데, 이 학교를 중심으로 학생간식문화 또한 발전하게 됩니다. 이때 학교 앞 분식집 인기메뉴였던 납작만두가 대구 전역으로 퍼지게 됩니다.”

마땅한 주전부리가 없던 시절, 싼 가격에 양껏 먹을 수 있었던 납작만두는 밀가루음식을 선호하는 대구사람들의 음식문화와 어우러져 대구의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다. 예부터 대구·경북지역에는 반가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전통 칼국수 문화로 ‘밀가루 음식은 고급음식’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남문시장 납작만두
이후 밀가루가 풍족해지자 분식음식시장 또한 크게 발전을 하는데, 특히 한입 가득 식감 좋은 칼국수는 서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한다. 이와 더불어 이 납작만두 또한 기존 만두 개념에 칼국수의 식감을 버무려 놓은 듯한, 대구만의 독특한 식문화로 발전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게다가 간이 센 대구사람들의 입맛에 맞춰 간장과 매운 양념을 섞은 양념장을 납작만두 위에 넘치도록 넉넉하게 뿌려먹는 양념문화도 납작만두 정착에 한몫했을 터다.

만두소는 식감을 돋을 뿐 만두피의 맛으로 먹는 납작만두는, 단순한 식재료이기에 오히려 고도의 조리기술이 필요했을 터이다. 만두피의 두께에서부터 만두소에 들어가는 재료와 양, 굽는 시간과 만두를 뒤집어 내는 횟수, 납작만두 위에 뿌려 먹는 양념장 또한 집집마다 각양각색이다. 때문에 대구의 지역별 납작만두가 각기 다르고, 유명 납작만둣집마다 조리법과 먹는 방법을 달리한다.

납작만두의 시작은 납작만두계의 원조이자 대표 격인 분식집 ‘미성당(창업자 고 임창규씨)’이다. 대구사람들 사이에서는 ‘납작만두라고 하면 미성당’을 떠올릴 정도로 특별한 맛과 추억들을 가지고 있다.

대구 납작만두는 크게 3종류로 나뉜다. 이 기자는 “납작만두계의 원조 격인 미성당의 ‘미성당납작만두’와 교동시장 먹자골목의 ‘교동납작만두’ 남문시장의 ‘남문납작만두’ 등이 그들로, 모두 피가 얇고 만두소가 단출하면서 번철에 구운 후 간이 센 양념장을 납작만두 위에 뿌려서 먹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이 지니고 있는 세세한 맛과 특징은 각기 다르다. 이들의 현격한 차이점은 우선 만두의 두께. 교동시장의 만두가 가장 얇고 남문시장의 만두가 가장 두껍다. 그만큼 만두에 들어가는 만두소 또한 교동시장, 미성당, 남문시장의 순으로 그 양이 많다. 때문에 식감이 서로 달라 다른 음식을 먹는 것 같다.

굽는 방법도 미성당은 센 불에 뒤집개로 계속해서 뒤집으며 굽고, 교동시장은 은근한 불에 서너 번만 뒤집어서 낸다. 때문에 미성당은 기분 좋은 불내와 균형 잡힌 식감이 좋고, 교동시장은 쫀득쫀득하면서 구수한 맛이 좋다.

양념장도 미성당은 납작만두 위에 대파를 얹어 나오는데, 간장, 고춧가루 등은 개인 취향에 따라 뿌려먹는다. 남문시장은 대파를 넣은 간장을 종지에 따로 담아 준다. 교동시장은 쪽파, 양파, 땡초, 고춧가루를 간장에 섞은 양념장을 만들어 두고 납작만두 위에 넉넉히 뿌려서 낸다.

이 납작만두에서 파생된 만두가 서문시장의 ‘삼각만두’이다. 만두 모양이 삼각형으로 생겼다. 장 보러 온 사람들의 시장기를 속이기 위해 납작만두보다 두껍고 만두소도 넉넉하게 만들었다. 굽는 것도 다른 납작만두에 비해 불을 높여 튀기듯 한다. 마치 중국집의 군만두를 연상케 한다. 삼각만두도 양념장을 만두 위에 넉넉히 뿌려주는데, 땡초를 많이 섞어 간이 좀 더 세고 매운맛이 더하다. 대구사람들의 입맛, 성정과도 꽤 닮았다.

1963년 탄생한 대구의 대표적인 분식, 납작만두. 비록 학생들과 서민들이 주로 먹던 비주류 음식이었지만 60여 년의 세월을 한결같이 대구사람들의 배를 채워주고 입맛을 기껍게 다스려주던 음식이었다. 이러한 납작만두조차도 그 종류를 분류해 기록하고 보존하고 발전시키고 있는 대구지역 음식문화의 열의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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