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은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에서는 가장 많은 흥행 수익을 기록중인 작품이다. 프랑스와 스페인, 일본 등 비영어권 국가에서는 오랫동안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북미 외국어영화 역대 흥행 순위에서도 4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 후 약 5개월간 세계 영화산업은 느닷없이 ‘코로나 19’에 직격탄을 맞았다.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지 오늘(25일)로 딱 1년 째, 칸 영화제는 연내 개최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극장들이 하나둘 문을 닫으면서 개봉 신작들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흘러드는 중이다. 국제신문 디지털뉴스부는 ‘기생충’ 황금종려상 수상 1주년을 돌아보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역대 수상작들을 소개한다. 코로나 19를 피해 ‘방구석 1열’을 지키고 앉아 흘러간 영화들을 찾고 있는 영화 팬들을 위하여. 신동욱 기자·구은지 인턴기자 woogy0213@kookje.co.kr

1. <화씨 9/11>(2004) 마이클 무어

<기생충> 전까지는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 가장 높은 박스오피스 성적을 가지고 있었다. 조지 W. 부시 미국 전 대통령과 9.11 테러라는 소재만으로 북미 영화 팬들을 영화관으로 불러들이기에 충분했을 듯하다. 잘못 알려져 있는 점도 있다.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1956년 루이 말 감독의 <침묵의 세계>다. <화씨 9/11>이 아니다.

2. <패왕별희>(1993) 첸 카이거

대체로 자문화를 과장하거나 억지스럽게 강조하는 중국 영화들과 달리, 중국 근현대사와 그속에서 부침을 거듭한 경극을 입체적인 구조로 보여준 수작. 홍콩 영화가 아닌 중국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국내 영화 팬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는 작품이다. 장국영, 공리 주연. 제인 캄피온 감독 <피아노>와 함께 황금종려상 공동 수상. 5월 현재 국내 재개봉 중.

3.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 켄 로치이 땅의 수많은 ‘공시생’들이 꼭 한 번은 볼 만한, 봐야 할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2006) 이후 켄 로치 감독 두 번째 황금종려상 수상작. 21세기에 이 상을 두 번 받은 감독은 미카엘 하네케(<하얀 리본> <아무르>)와 다르덴 형제(<로제타>, <더 차일드>) 뿐이다.

4. <어느 가족>(2018) 고레에다 히로카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주 오랫동안, 아주 특별한 가족들을 영화 속에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이 가족의 의미는 동서양의 가치와 문화를 뛰어넘는다. 21세기 이후 아시아권에서는 첫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5. <피아니스트>(2002) 로만 폴란스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 특유의 긴장감과 몰입감, 그리고 반전(反戰) 메시지 모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감독 스스로 작품에 어두운 아우라를 드리우고 말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