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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8> 통영 멍게

남해 가르며 ‘붉은 꽃’ 오면… 입안이 향긋하게 피어난다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20.04.21 19:46
- 멍게, 우렁쉥이와 표준어 등재
- 1970년대 양식 이뤄 보급 확대
- 5m 봉줄에 매달아 1년여 길러

- 돌멍게 껍질 술잔 삼아 회 안주
- 날 것 듬뿍 올려 비빔밥·샐러드로
- 강한 향 싫다면 된장국·전도 좋아

남쪽 갯가 사람들은 봄이 완연해지면 쌉쌀하면서도 싱그러운 갯가 음식으로 몸을 깨우고, 입맛을 되살린다. 초봄에는 도다리쑥국으로, 봄이 온전한 이즈음에는 멍게 음식으로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오롯이 건사하는 것이다. 따뜻한 봄바람에 갯냄새 향긋한 멍게 한 점! 생각만 해도 입 안 가득 침이 고이는 것이다.
경남 통영 ‘멍게가’의 멍게밥상. 멍게회·멍게비빔밥·멍게덮밥·멍게된장국·멍게전·멍게샐러드 등이 풍성하다.
멍게는 비교적 단단한 껍질 속에 부드러운 속살을 지닌 해산물이다. 유생일 때는 물결에 따라 떠다니면서 생활하다가 성체가 되면 바위나 진흙 속에 뿌리 내려 삶을 유지한다. 껍질 표면에는 돌기가 2개 돋아있는데, 하나는 바닷물을 빨아들이는 입수공이고 하나는 물을 내뱉는 출수공이다. 입출수공을 통해 각종 유기물이나 플랑크톤 등을 걸러서 먹는다. 수명은 5, 6년 정도로, 자연산인 경우 3년 정도 되면 20㎝ 정도로 자란다. 양식은 2년 정도 키우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란다.

양식으로 거둬들인 멍게가 배 후미 봉줄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우리나라 연안에만 70여 종이 서식하는데, 널리 식용하는 종류로는 통영의 ‘멍게’ 남해지역의 ‘돌 멍게’ 동해지역의 ‘비단 멍게’ 등이 있다. ‘비단 멍게’는 잘라놓으면 살이 붉다 못해 핏빛을 띤다. 그래서 동해 쪽 사람들은 ‘피 멍게’ ‘붉은 멍게’라 부르기도 한다.

‘돌 멍게’는 마치 바다 속 돌멩이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졌다. 남해 연안에 서식하는데, 그 맛이 싱그럽고 향이 짙다. 부산에도 영도지역 연안에서 지금도 해녀들 물질로 소량 채취된다. 풍류를 아는 술꾼들은 이 돌 멍게 껍질로 술잔을 삼기도 한다.

멍게는 깊은 바다 바위 등에 붙어 군집을 이루고 식생 하기에 양식 이전에는 해녀나 잠수부들이 채취했다. 그러하기에 아주 귀하고 비싼 해산물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통영, 거제를 중심으로 양식이 이루어지면서 서민들에게도 싸게 널리 보급되었다. 멍게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통영은 우리나라 멍게 양식의 시배지이다. 그 위상이 어느 정도냐 하면, 통영 말인 ‘멍게’의 표준어 등재를 들 수 있다. 원래 ‘멍게’는 경남의 지역 언어다. 표준어로는 ‘우렁쉥이’이다. 그러던 것이 경남지역의 멍게가 대량생산되면서, 우렁쉥이와 함께 복수 표준어가 된 것이다.

수확한 멍게를 다듬는 모습.
통영 산양읍 영운마을. 일명 멍게 마을이라 불리는 곳이다. 포구 전체가 멍게 생산지로 이름 높고 이 마을에서 멍게양식을 전국 최초로 산업화했기 때문이다. 통영에 유일하게 설립된 ‘멍게수하식수협’에 의하면, 현재 통영 384ha, 거제 247㏊의 멍게 양식장에서 연간 2만 t 이상의 멍게가 생산되는데, 그중 영운마을이 멍게 생산의 30%를 차지하고 있단다.

마을 앞 일운항에는 멍게 작업장 뗏목을 접안시켜 놓고 몇몇 아낙이 분주하게 멍게 해체, 분류작업하고 있다. 예전에는 일일이 손으로 해체, 수확했지만 지금은 멍게 자동수확기로 해체하기에 훨씬 일손이 수월해졌단다. 일운항에서 멍게 작업을 하고 있는 남성수산 정상성(57) 대표를 만났다. 멍게수하식수협 감사이기도 한 정씨는 1987년부터 멍게양식을 시작하여 올해로 33년째 멍게양식업에 종사해 왔다. “멍게양식 초창기에는 멍게 한 마리에 1000~2000원 할 정도로 귀했던 해산물이었습니다. 출하할 때도 한 마리, 두 마리, 마리 당 세어서 팔았을 정도니까요.” 정 대표의 말이다. “당시에는 모두 현금결제니까, 멍게를 출하하는 날이면 돈을 마대 자루에 담아 보관했습니다. 이 돈 자루를 통영 시내 은행장이 직접 차로 실어서 입금했을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돌멍게 껍질로 만든 술잔.
정 대표에게 멍게양식에 관해 물었다. “멍게양식장은 1㏊당 200m의 어장 줄에 5m 간격으로 10줄씩 설치됩니다. 그 줄에 멍게를 채묘한 5m짜리 봉줄을 매달아 일정 수심에서 1년여 길러내는 것이죠.”

멍게의 산란 시기는 12월. 채묘도 시기에 맞춰 이때 한다. 채묘한 멍게를 채묘장에서 1년여 키운 후, 양식장에 이식, 이듬해 2~5월에 수확하는 것. 유생을 채묘, 팜사(야자 껍질을 꼬아 만든 실)에 부착 후, 양식장에 수하해서 수확할 때까지, 3년여를 꼬박 키워야 출하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멍게는 통영을 중심으로 서바다와 동바다에 양식장을 두고 적절한 시기에 맞춰 이동하며 양식을 한다. 이를테면 수온이 낮을 때는 거제대교를 중심으로 한 수심 6~8m의 통영 동쪽 바다에서 멍게를 키우고, 여름철에는 폐사를 대비해 비교적 수심이 깊은(15~20m) 통영대교를 중심으로 통영 서쪽 바다로 이동하여 양식을 한다. 그리고 출하 전에는 내만권으로 이동해서 속살을 채운다. 속살 채우는 자리가 통영 한산도 연안과 거제 둔덕 지역이다. 수확한 멍게를 이동할 때 배의 후미에 멍게를 주렁주렁 매단 봉줄을 달고 이동을 하는데, 푸른 바다에 붉은 봉줄을 단 멍게 배가 이동하는 장면은 아주 볼만한 풍경이라고.

원래 멍게의 제철은 초여름부터이다. 그러나 통영의 멍게양식이 끝나는 시기는 6월 즈음이다. 남해의 특성상 수온이 올라가면 멍게는 세균 등에 의한 집단폐사에 쉬이 노출되기 때문. 그 때문에 멍게 생산 및 출하가 2~5월 봄철에 집중되는 것이다.

통영음식문화연구소 이상희 소장이 직접 운영하는 통영 멍게 음식 전문점 ‘멍게가’에서 멍게 밥상을 받는다. 멍게회를 비롯해 멍게비빔밥, 멍게 덮밥, 멍게 된장국, 멍게 전, 멍게 샐러드 등이 풍성하다. 멍게는 쌉싸래하면서도 바다의 향을 물씬 풍기는 갯것이기에 날것으로 주로 먹지만 요리를 해 먹어도 아주 괜찮다.

비빔밥은 갖은 해초와 야채를 듬뿍 얹고 멍게 다진 것을 고명으로 하여 비벼서 먹는다. 비빔밥 한 술에 상큼한 바닷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통영 바다의 모든 것이 듬뿍듬뿍 들어간 멍게 된장국은 쌉싸래하면서도 구수하고 들큰함이 서로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풍미를 가진다. 샐러드는 짙은 싱그러움이 남다르고, 멍게 전은 막걸리 안주로 안성맞춤이다.

통영 ‘멍게가’의 멍게 음식은 식자재로서의 ‘멍게의 가능성’을 잘 개발한 사례이다. “통영은 동네마다 바다에 떠밀려온 멍게를 삶아서 간식이나 술안주로 해 먹었습니다. 돌 멍게는 단단한 껍질까지 깎아서 채로 먹기도 했고요.” 날로 먹을 줄만 알았던 멍게를 다양한 음식에 접목해서 만든 그 시작도 통영 음식문화에서 그 뿌리를 두고 발현되었다는 이 소장의 설명이다. 지역 식재료로 지역음식을 개발하고, 널리 거둬 먹인다는 것. 지역음식의 보존과 대별되면서도 2인3각의 보편적 발전전략이 충분히 될 수 있겠다.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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