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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음식 사람 <2> 무안 감태(甘苔)와 명양마을 사람들

울 어머니 쓰디쓴 노동으로 얻은 감태가 참 달기도 하다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2020.01.28 19:05
- 온마을이 갯벌에 기대 사는
- 전남 무안군 해제면 명양마을
- 한겨울 되면 본격 감태 수확

- 달곰한 물풀이란 듯의 감태
- 임금께 진상하던 귀한 음식

- 추운날 허리 펼 새 없이 채취해
- 전이며 장아찌며 반찬 만들고
- 팔아서 생계 꾸리는 주 소득원

타이밍이 절묘하다. 물때도 안 보고 무작정 달려간 무안의 ‘명양갯벌’은 이미 활짝 열려 있었다. 섬과 섬 사이의 물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끝없이 펼쳐져 있는 갯벌, 갯벌, 갯벌. 그리고 그 갯벌을 파랗게 뒤덮고 있는 감태(甘苔), 감태, 감태…. 마치 봄날의 벌판처럼 갯벌 전체가 초록의 융단으로 깔아놓은 듯하다.
갯벌 전체에 펼쳐진 감태(가시파래)를 매러 가는 전남 무안군 해제면 명양마을 사람들.
“우리는 해제면 갯벌을 ‘명양갯벌’이라 하지요. 이 갯벌에서 마을 사람들이 온갖 바다 것들을 다 양식을 했어요. 처음에는 굴 양식을 했지요. 지금처럼 현대식으로 양식을 한 것은 아니고, 야산에 있는 소나무 가지를 일일이 꺾어서, 굴 포자를 붙인 후 갯벌에 던져둡니다. 그러면 몇 년 뒤 솔가지는 삭아 없어지고 굴 포자만 자잘한 돌에 붙어 살아남게 됩니다.”

전남 무안군 해제면 양월리 명양마을의 마을개발위원장 김종규(79) 선생의 말이다. 그에 말에 따르면 온 마을사람들이 해제면 일대 갯벌에서 굴을 비롯해 꼬막, 모시조개, 바지락 종패 등을 심어 제철에 따라 재취를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찬바람이 거센 한겨울부터는 본격적으로 감태를 수확하기 시작한단다.

■달곰한(甘) 바닷말(苔)

수확한 감태가 고무대야에 수북하게 담겨 있는 모습.
감태. 달 감(甘), 이끼 태(苔), ‘달콤한 물풀’이란 뜻이다. 그만큼 은은한 단맛이 좋은 조류(藻類)란 뜻일 게다. 감태는 갈파래과의 여러해살이 바닷말(海藻)이다. 갈파래과에는 갈파래, 모란갈파래, 초록갈파래, 가시파래, 잎파래, 납작파래, 매생이 등이 있는데, 이들 모두가 이파리가 녹색을 띠는 녹조류이다. 그중 ‘가시파래’가 바로 감태다. 가시파래가 원래 이름이다. ‘감태(가시파래)’는 청정 갯벌에서만 자라는 해초로, 줄기가 매생이보다 두껍고 파래보다 가늘다. 주로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12월부터 2월까지 채취를 한다. 그중 설 전후의 시기가 그 맛이 달고 부드러워 특히 맛있다.

‘자산어보’에 ‘감태는 모양은 매산태(매생이)를 닮았으나 다소 거칠고, 길이는 수자 정도이다. 맛은 달다. 갯벌에서 초겨울에 나기 시작한다’고 기록됐다. 주로 갯벌 위의 굴 껍데기나 자잘한 돌멩이 등에 의지해 뿌리내리고 살아간다. 광주전남연구원 수석연구원인 김준 박사는 ‘남도의 겨울 해조류 4총사가 있는데, 감태, 매생이, 김, 파래가 그들’이라며 ‘그중에서도 가장 청정한 지역의 갯벌에서만 자라면서 아직 양식이 불가능한 귀한 바닷말이 감태’라고 설명한다. 주로 전남 무안, 신안, 완도, 고흥, 장흥, 충남 서산, 태안 등의 갯벌에서 생산된다.

■청정갯벌서 나는 남도 겨울 식자재

감태로 부친 전.
감태는 주로 아낙들이 채취하는데, 그 채비는 비교적 간단하다. 편한 옷에 고무장갑, 고무장화를 착용한 후, 노끈을 허리와 고무대야에 서로 함께 묶고, 이를 끌고 갯벌에서 감태를 뜯는다. 감태는 새로이 올라오는 것들로 채취를 해야 한다. 그 맛과 향이 부드럽고 신선하기 때문이다. 이때 개흙이나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손질할 때의 시간과 노고가 더 크기 때문이다. 해서 이 감태는 남도의 어머니들이 자식을 위해 손으로 직접 한 올씩 뜯어 채취하는 땀의 결실이다. 추운 겨울날 발목까지 빠지는 갯벌을 한 발 한 발 걸어 들어가, 허리 굽혀 밭을 매듯 지난한 노동의 수고로움이 더해져야 하는 일이다. 그 때문에 감태 채취 작업을 밭을 맨다는 뜻으로 ‘감태 맨다’고 했을까?

남도 사람들은 이 감태로 겨우내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특히 파래무침처럼 담근 ‘감태지(감태 김치)’는 남도사람들의 겨울철 소울푸드다. 남도 해안의 여러 지인의 말을 빌리면, 고향을 떠나 제일 그리운 맛이 감태지라고 한다. 물론 어머니의 거친 손으로 조물조물 무쳐낸 감태지를 이르는데, 감태지만큼 남도의 진한 맛깔과 어머니의 손맛이 깊이 배어있는 음식이 없다는 것이다. 달콤쌉싸름한 그 맛은 ‘태를 묻은 고향에서 느끼는 인생의 원형적인 맛’이라는 것이다. 감태로 만들어내는 음식으로 ‘감태지’ ‘감태무침’ ‘감태국’ 등이 있고, 감태를 말려 ‘감태김’을, 감태로 전을 부친 ‘감태전’, 감태를 건조, 분말로 가공해 다양한 음식 위에 뿌려 풍미를 더해주는 역할도 한다.

■감태지, 어머니 손맛의 소울푸드

감태지
감태는 실같이 부드럽고 쉬 물러지는 물풀이라 장만을 할 때 조심히 다뤄야 한다. 감태를 체에 밭쳐 흐르는 물에 살살 씻어내야 하는데, 너무 오래 물에 씻으면 달고 쌉싸래한 맛과 향이 덜해지기 때문이다. 감태지는 채취 후에는 바로 물에 헹궈서 소금이나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고추를 썰어 함께 절여놓았다가 2, 3일 숙성시켜서 먹는다. 먹을 때 고춧가루, 파, 마늘 등을 넣거나 참기름, 깨를 뿌려 먹기도 한다. 녹조류의 쌉싸래한 맛과 달콤함, 고추의 매운맛이 어우러져 젓가락을 놓지 못하게 한다.

감태무침은 감태에 무를 채 썰어 새콤달콤하게 무쳐 먹는다. 감태국은 감태와 무, 굴 등을 넣고 시원하게 끓여낸다. 김국이나 매생이국과 조리법이 비슷하나 싱그러운 풍미는 더하다. 간식용으로 밀가루나 찹쌀가루를 풀어 감태전을 해놓으면 이 또한 쫀득쫀득 고소해 남녀노소가 좋아들 한다. 감태김 또한 밥과 함께 싸 먹으면 달달하면서 싸한 싱그러움이 넘쳐나는 식자재다.

■갯벌에 기대 사는 명양마을 사람들

전남 무안군 해제면 양월리 명양마을 사람들은 ‘명양갯벌’을 밭으로 삼아 의지하며 산다. 철 따라 감태, 굴, 바지락, 꼬막 등을 채취하여 살림에 보태고 있는 것. 특히 감태는 겨울철 이 마을의 주요 소득원으로, 한때 이 마을의 감태는 달고 향이 좋아 임금께도 진상할 정도였다.

300㏊의 너른 갯벌에 감태밭을 형성하고 있어 인근 신안군 지도의 아낙들도 이곳에서 감태를 맨다고 한다. 요즘 시세가 1㎏에 1만 원 선으로 거래가 된다고 하는데, 방금 감태를 매고 돌아온 한 아낙이 허리를 펴며 “이거 돈 받고는 못 한다”며 손사래를 친다. 그의 코끝에 맺힌 땀방울이 송골송골하다. 왜 이렇게 고생을 하시냐고 물었다. “우리 새끼가 감태지를 겁나 좋아 안하요. 서울에 있는데, 설에 내려오면 이 감태지를 꼭 지 어미 찾듯 찾은께 감태를 매는 거시제. 그러자믄 나가 만다고 이 고생을 허요.”

요즘 명양마을 사람들은 걱정이 크다. 인접한 지도 사이의 수로에 제방을 놓아 감태 생산량과 품질이 예전만큼 못하다는 것이다. “갯벌에 물이 안돌아요. 감태는 물길이 좋은 갯벌에서 잘 자라는데, 제방에 막혀 원활한 조류 소통이 안 되니 그렇지요.” 김종규 마을개발위원장의 말이다. 관련 관청에서는 눈여겨 귀담아 유심히 들어야 할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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